#02. 생각나는 것
2023년을 기억하는 방법 중 하나는 한국 나이와 세계적 기준의 나이 측정법을 일치시킨 해로 기억하는 것이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한 살 또는 두 살 정도 어려져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한국 나이와 세계 나이의 일치가 실행된 것은 6월이고, 안타깝게도 나는 5월생이라 두 살까지 어려지는 기적은 겪지 못해 윤석열 대통령을 반만 칭찬했다. 서른한 살이었던 나는 갑작스럽게 서른 살이 되었고 2023년 하반기를 두 번 사는 서른 살로 여기며 시간을 낭비했다.
10대 때는 서른 살이 되면 죽어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대학생 때 서른 살은 대단한 어른으로 보였다. 20대 중반쯤 되었을 때 서른 살은 조금은 재미없는 삶을 사는 언니들의 것이었고 20대 후반에 서른 살은 희망, 기대 같은 것들이었다. 그때그때마다의 내가 달랐으니 그때마다 느꼈던 서른 살에 대한 감상도 달랐겠지. 놀라울 일은 아니다.
예전에 공부하던 시절에 나와 띠동갑쯤 차이 나는 박사과정 선배가 서른을 예찬했던 적이 있다. 사는 게 고달프다고 말하는 20대 후반 여성들에게 그래도 서른까지 잘 살아봐요, 서른 되면 정말 좋다며 초롱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그러면 서른한 살은요?"라고 물으니, "그때부턴 또 똑같죠 뭐. 힘들 게 사는 거"라고 답해서 더 신뢰가 가는 예찬이었다.
그 말을 기억했고, 여전히 기억하고 있고. 나는 서른 살이 되었고 그 서른 살을 두 번이나 살아보고 있다. 예찬할 만한 나이인지 모르겠지만 참 좋은 시기인 듯하다. 더 이상 미숙하고 어린 취급을 받지 않는 것은 좋으나 그만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도 따른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느껴지지만 노화에 쫓겨 운동하고 바디로션 바르는 내가 좋다.
나이 듦에 대해 몇 살까지 긍정할 수 있을까? 일흔셋쯤에 여든을 예찬하는 할머니 언니를 또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