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생각나는 것
나는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이다.
언제부터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그랬다. 그러니 이것은 나의 성격이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내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열심히 살지 않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싶지만 2023년 대한민국에서 30대로 사는 사람에게 열심히 살지 않는 것은 뒤처짐을 뜻한다.
악착같이 쟁취하고 싶은 것은 딱히 없지만 거리를 걸을 때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시민으로 늙어 죽으려면 적어도 지금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왜냐면 내가 있는 지금 위치가 평범하지 않은 시민으로 가는 마지막 휴게소? 정류장? 같은 것이니까. 이 버스에서 내려야 한다. 환승하러 가야 한다.
사실, 뒤처진다는 것 자체는 남들과 비교했을 때 나올 수 있는 개념이다. 누가 앞서가는지, 누가 내 옆에 있는지, 누가 내 뒤에 있는지 줄을 세우지 않으면 의미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막상 생각해 보면 누군가와 비교했을 때 나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감각은 없다. 비교하고 싶은 대상은 없지만 그냥 세상이 나를 두고 앞으로 달려가는 것은 보인다. 그래서 원하지 않더라도 비교를 하게 된다. 저 방향으로 가는구나 세상이. 나는 여기에 있는데.
불안하고 불행하다. 매 순간 느끼는 감정은 아니지만 꽤나 지배적이다. 주 5일간의 질주 끝에 얻어낸 주말은 달콤하지만 5일 동안 산책하다 얻어낸 주말은 불안으로 가득하다. 산책은 참 즐거운데. 묘한 일이다.
나의 욕망을 거슬러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 하지만 잊을만하면 한 번씩 손끝에 닿는 주머니 속 쓰레기 같은 불안을 버리고 싶은 것 역시 나의 욕망이긴 하다. 누워있고 싶다, 누워있기만 해서 불안하다, 그래도 누워있고 싶다, 그래서 불안하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이 없는 게 아니라 나도 쉴 곳이 없다.
그래서 내가 잘하는 것과 잘하지 못하는 것을 적절하게 섞어 대강 마음의 위로라도 얻어보려고 한다.
내가 고치고 싶은 것은 잉여 시간에 그저 누워있기만 하는 것. 조금이라도 귀찮으면 포기해 버리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매사 적당히, 대강하는 것.
새해도 되겠다, 모름지기 결심이라는 것은 적당한 계기와 재빠른 실행이 포인트라고. 주어 서술어 깔끔한 완벽한 블로그 만들지 못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할 게 아니라 되지도 않는 말이라도 매일 적어서 목표한 바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일기도 쓰면서 누워있지 않는 시간을 늘리는 기록을 남겨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