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중해에 있는 그리스의 또 다른 섬 미코노스에 간다.
미코노스는 그리스로부터 떨어져 있지만 산토리니와 함께 주요한 관광지이며 비행기와 페리가 항상 연결되어 쉽게 접근할 수가 있는 것 같다.
미코노스는 '바람의 섬'이라는 뜻이란다.
에게 해의 남쪽에 위치해 '에게 해의 진주'라고도 한다.
우리 배가 정박한 곳은 새로 만든 항구로 쿠르즈 선 전용 부두인 것 같다.
옛날 항구는 해변길을 따라 약 30~40분을 걸어가야 만날 수가 있다.
물론 신항구와 구항구를 오가는 바다버스도 있다. 즉 시버스 또는 바다 큰 통통배?
우리 배는 바다에 정박하고 셔틀배가 부두까지 순서대로 태워준다.
그런데 우리 앞의 어떤 아주머니가 셔틀배로 옮겨 타면서 좁은 틈새 바다에 휴대폰을 빠뜨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눈만 끔뻑이고 있을 뿐 말이 없다.
바로 뒤에서 보던 벼리가 "오 마이 갓. 이를 어쩌니." 소리 낸다.
직원들도 서로 바라보다가 틈새바다 아래를 번갈아 보기만 할 뿐 달리 방도를 찾지 못하는 동안 줄이 길게 늘어져 멈췄다.
아주머니를 내리게 했는데 어디서 나타난 남편이 낭패스러운 일에 대해 서로 얘기했다.
그들의 심정을 충분히 알고도 남는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도와주지 못해 안타까운 심정인데 셔틀배는 서서히 움직인다.
요즘 모든 정보가 휴대폰에 담겨 있어 휴대폰이 매우 중요한 물품이 되었다.
나의 휴대폰만 하더라도 거기에 유레일패스 승차권과 호텔예약, 항공권 등 모든 것이 들어 있어 보물 다루듯이 관리하고 있다.
이 와중에 벼리도 예루살렘에서 휴대폰을 떨어 뜨리는 사고로 박살이 났다.
블로그에 글을 빨리 올리는데 기여한 바가 컸는데...
다치면 상처의 크기에 따라 회복되는 기간이 다르듯이 휴대폰도 사람과 비슷하다.
벼리폰은 점점 상태가 악화되어 회복불능인 것이 곧 멈출 듯하다.
셔틀 배가 물살을 가르며 미코노스 섬으로 가는데
바람이 적당히 선들거리며 기분 좋게 와닿는다. 이곳은 쿠르즈 승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주로 하는 것 같다.
쿠르즈 승객이 아닌 관광객들도 있지만 오늘만 해도 쿠르선이 5척이나 들어왔다.
어촌 같은 낮 풍경과는 달리 화려한 밤문화가 발달해 밤을 위한 관광객과 게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우리는 올드포트로 걸어갔다.
벼리는 걷는 걸 아주 좋아해서 웬만하면 걷자고 한다.
동의하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말자고 해도 곧잘 걸어가길 원한다.
걸으면서 볼거리를 즐기고 하루 중의 운동시간이 확보되니 '가재 잡고 도랑 치고'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해안가를 따라 바닷물의 철썩임은 친구들의 재잘거림 같고 마음 맞는 이웃 같다.
걸어가는 중간에 어떤 호텔에서 와이파이를 잡으니 되었다.
"어머니 좋은 거. 그냥 갈 수가 없지."
호텔 입구 벤치에 앉아 하루동안에 확인 못한 내용들을 쭉쭉 훑어보고 경치가 좋아 앉아서 쉬었다.
우리 호텔처럼 긴 벤치를 하나씩 차지하고 신발을 벗고 발의 피로를 푸는 휴식 타임.
누워서 바라보는 바다는 지금 내 마음 같이 푸근하다.
뙤약볕이 쨍쨍 내리쬐는 모래밭에서 신난 아이들과 연인들의 웃음이 파도에 실려간다.
올드포트까지 가야만 상가도 사람도 붐비기 때문에 또 걸어보자.
도착하니 관광객들로 작은 마을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깨끗한 해변의 바닷물과 하얀색의 식당들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다.
우리도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사진도 찍고 미코노스의 해변과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카토 밀리 언덕에는 풍차가 나란히 서 있어 운치를 살려준다.
아래쪽에는 리틀베니스의 알록달록한 색깔로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베네치아의 모습이 내비치는 작은 베니스의 가게의 기념품과 관광객으로 만원이다.
카페에는 꽉 들어찬 사람들이 바다를 응시하며 미소를 띠고 있다.
여유롭게 힐링하는 사람들을 보니 신기했다.
'이곳까지 어디에서 와서 여기에 다 모여있을까?'
우리 또한 그 무리에 있다.
동양인은 찾으려 해도 보이지도 않는다.
해안가의 세찬 파도가 칠 썩이더니 약한 물살로 바뀌더니 지나가는 관광객의 다리에 부딪히다 카페 안을 휘감아 돌아 나가기도 한다.
섬 내 집들은 아기자기한 사각형에 하얀색 페인트칠과 흰색 도로가 유명해 섬 전체가 온통 새하얗다.
갈색문이 포인트로 눈에 띤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에 아랑곳하지 않고 드러누워 낮잠을 자는 고양이들이 꼭 자기 집처럼 편안해 보인다.
놀라지도 않는다.
그래서 고양이의 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야옹, 냥이들~ 그래도 조심해.'
여행이 긴 관계로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살 수가 없는 우리 여건이 조금 아쉽기도 했다.
배로 돌아가기 위해 발길을 돌리니 한 발걸음 한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왜일까?
우리가 탄 배는 내일 하루종일 이스라엘의 하이파항을 향하여 운항하여 모레 아침에 이스라엘 도착할 예정이다.
아침 일찍 내려서 7시 30분까지 버스터미널에 가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 조금 걱정도 된다.
잘 돌 거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