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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시내를 배낭 메고 조깅을 /23년7월19일(수)

by 강민수

더블린의 북쪽에 있는 벨파스트라는 도시를 열차로 갔다 오기로 했다.

어제는 아일랜드 횡단, 오늘은 종단이다.

열차 출발시각이 아침 9시 30분이라 호텔에서 8시 30분에 나서서 버스를 타려고 어제 산 티켓을 운전기사 옆에 있는 기계에 터치를 하니 운전기사가 그 표는 아니라고 한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표는 트램을 탈 수 있는 표였다.

할 수 없이 버스에서 내려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데 벼리가 한 시간 남았으니 걸어서 역까지 가자고 한다.

한 시간이면 역까지는 걸어서 가도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빠른 걸음으로 아침의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가끔 구글맵도 보면서....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역까지 가는 시간이 자꾸 늘어난다.

중간에 몇 번을 물어서 방향 전환도 하고 구글맵도 보고데 빠듯하더니 더 늦게 도착 시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열차 출발시간은 30분 남았는데 구글맵에서 35분 걸린다고 알려준다.

"안 되겠다. 뛰자."

"달려라 마루치 날아라 아라치~~"

배낭을 메고 무조건 뛰었다.

벼리도 손에 가방을 들고 나의 뒤를 따라 같이 뛰었다.

'아침부터 배낭 메고 가방 들고 웬 조깅?'

여행 와서 온갖 걸 다 보고 겪어 보는 중이다.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하면서 열차 시간에 맞게 도착하려고 온갖 노력을 했다.

열차 출발 3분 전.

"헥헥, 휴우~"

역에 도착해서 숨을 돌리며 안내화면을 보니 우리가 가려는 목적지 열차가 안 보인다.

급한 마음으로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아뿔싸!!!! 이 역이 아니란다.

'헉, 시간을 맞추느라 젖 먹던 힘까지 냈는데...'

여기서 트램을 타고 다른 역에 가야 벨파스트로 가는 열차가 있다고 했다.

갑자기 맥이 풀리면서 힘이 다 빠졌다.

"어제 역에서 같이 확인을 해야 했었는데 예사로 생각했네."

라는 말 정도는 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에 대한 책망의 말을 벼리는 잘 안 한다.

일명 '남 탓'을 안 한다.

어제 타고 내린 열차 역에서 출발할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나의 실수였다.

나를 따라 뛰어 오너라고 힘이 많이 들었을 텐데...

열차역도 확인 못하고 이 고생을 아침부터 하게 했으니 벼리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침에 더블린 역까지 뛰어 온 것을 운동으로 생각하는 건 합리화겠지.

생각 전환.

'배낭을 메고 가방을 들었으니 힘들었으나 운동 한 번 잘했네.'라고

이제 여유를 갖고 다른 역으로 가면 된다.

트램을 타고 15분쯤 가니 북쪽으로 출발하는 열차들이 있는 새로운 역이 있었다.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어 역 주변을 둘러봤다.

물길 따라 걷다 보니 물 위에 5층 높이의 아파트가 우뚝 세워져 있었다.

물에 잠긴 튼튼한 다리 기둥이 아파트를 잘 받치고 있을까?

수상가옥은 봤지만 수상아파트는 처음 본다.

신기했다.

베란다만 나오면 아래는 물바다다.

위험하지 않을까?

베란다 청소한 물이 줄줄 떨어지고 있고 창문을 여닫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음, 사람 사는 것 맞네. 사는 곳도 가지가지군.'

동네를 둘러보고 교회도 들어가고 꽃길을 걸으니 마음이 안정되었다.

자연이란 참 좋은 거야.

뛸 때의 마음과는 대조적이다

11시 20분 출발 열차로 예약을 새로 하고 놓친 열차표는 삭제했다.

2시간 정도 늦은 출발이다.

그래도 역 주변의 소박한 마을을 둘러보고 자연과의 시간을 가졌으니 한 가지는 얻었네.

세상에 잃는 것만은 없는 것 같다.

전화위복으로 더 좋은 것을 얻을 수도 있으니...

그래도 배낭 메고 조깅은 안 하고 싶다.

ㅋㅋ..ㅎ

벨파스트는 영국의 도시며 북아일랜드의 수도다.

북쪽으로 달리는 열차에서 바라보는 창밖의 경치는 어제 서쪽 방향의 풍경과는 달랐다. 바닷가도 나오고 잘 지은 예쁜 집들도 나오고 모든 분위기가 차분하게 느껴졌다.

다른 그림으로 계속 바뀌는 자연의 모습이 경이롭다.

벨파스트에 있는 세인트조지 마켓은 지금은 시장이지만 1차 세계전쟁 때에는 영안실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오늘은 휴무라 시장 내부만 보았는데 싸늘하다.

사람과 물건이 없어서 그럴까?

어딘지 모를 썰렁하고 어두운 느낌에 얼른 나왔다.

시내 중심에는 빅토리아여왕의 남편 알버트 공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기념시계탑도 있었다.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탑이라고 했다.

아일랜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할 때 북쪽에 있는 지방은 북아이랜드로 영국령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영국이라고 한다.

화폐도 아일랜드는 유로화, 북아일랜드는 파운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날씨도 비가 오고 쌀쌀하고 해가 나고 종잡을 수가 없다.

4시간 정도 벨파스트 시내를 구경하고 다시 더블린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탔다.

역에 도착하니 여기도 비가 내린다.

변덕쟁이 날씨는 싫어. 내일은 아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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