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간 중 아일랜드에서 첫 비를 만났다.
날씨가 춥고 요상스럽다.
오전 9시 25분 기차로 아일랜드의 서쪽에 있는 골웨이라는 항구도시를 갔다 오기로 했다.
동에서 서쪽 끝으로 가로지르니 횡단이다.
골웨이는 아일랜드 제3의 도시이며 매년 세계 굴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비 오는 거리를 뚜벅뚜벅 걸어 기차역 가는 145번 버스에 올랐는데 아침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이층 버스는 복잡했다.
그야말로 콩나물시루?
기차역에 도착해서 골웨이로 가는 열차를 찾아갔다.
저 멀리 골웨이로 갈 열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1등석 좌석으로 안내받아 편안하게 약 2시간 30분의 아이랜드 횡단여행을 했다.
골웨이에 도착하니 자그마한 도시인데도 잘 가꾸어진 정원과 건물들이 아름답게 보였다.
역전 공원에는 페스티벌 행사도 하고 있었고 시내 중심가의 상갈로에는 각종 버스킹들을 하고 있었다.
아일랜드 거리는 버스킹이 많다더니 몇 걸음 옮길 때마다 악기로 연주를 하고 있다.
연주자의 실력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버스킹 장소도 중요한 것 같았다.
연주자 앞에 놓인 돈이 말하는 듯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 걸어갔다.
오밀조밀하게 식당들이 길 양옆으로 줄지어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길을 지나가는 관광객들은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메뉴판을 넘기는 게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고르는 중이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길가 테이블에서 점심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아침 식사를 든든하게 먹고 출발한지라 점저로 두 끼를 먹기로 하고 시내 구경만 열심히 했다.
발품을 부지런히 팔아 더 많은 것을 눈에 넣어 볼까나?
상가로 구성된 길의 끝쪽에는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이 힘차게 흐르고 그 옆에는 골웨이 도시의 역사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천정에 매달아 놓은 큰 배가 바다를 중심으로 생활한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박물관 앞바다를 바라보니 가슴이 확 트인다.
해바라기 하며 벤치에 앉아 있는 노인들이 제법 있었다.
바닷가를 돌아 중심가의 가게들을 들락거리며 아이쇼핑을 즐겼다.
원래 돌아가는 기차는 5시 40분이었는데 늦을 것 같아 앞 시간으로 바꾸었다.
많은 시간이 할애되지 않은 골웨이 여행이라 3시간 정도 시내를 둘러보고 더블린으로 돌아가는 3시 5분 열차에 몸을 실었다.
네 명 좌석에 둘이 마주 보며 한 자리씩 차지했다.
통로 건너 옆에 앉은 여자는 탈 때부터 계속 바스락거리며 캐러멜을 여러 개 까먹고 있었다. 저 당도를 어떻게 감당할까 염려스럽다.
'남의 일에 웬 걱정이람.'
쪽쪽 빨고 씹으며 휴대폰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던 열차 밑에서 나무통이 밟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있었다.
"두두두두 디디디디"
'설마 탈선?'
이 정도의 소리로 탈선이 되는 건지?
기차의 더더득 거리는 소리처럼 순간 간이 덜컥하며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얼마 후 달리던 열차는 철로 위에 정차를 했다.
옆에 있던 여자의 중계방송이 시작되었다.
손이 목을 가르 지르는 흉내를 내며 "꽥"이라 한다.
'누가 죽었단 말인가?' 둘이 쳐다보며 눈이 왕방울처럼 커지며 놀랐다.
"오는 기차에 누군가 뛰어들어 자살을 했다"
"오메 이럴 수가?"
"수사가 끝날 때까지 여기에서 못 내린다."
경찰이 우리가 탄 칸에 들어서더니
"들은 것, 본 것, 알만한 것이 있느냐?" 우렁찬 목소리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승객 몇 명이 말하니 다른 칸으로 갔다.
열차 바깥에는 기자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기차가 멈추기 전 몸으로 느껴지던 감각과 그 소리를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조금 전까지 살아서 숨을 쉬고 있었던 사람이 자살을 했다.
믿기지 않는다.
뛰어든 순간 숨이 멎었다.
우리가 탄 기차에서 일어난 엄청난 일은 처음이라 마음이 심란했다.
지금 우리는 말을 하고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삶과 죽음의 순간적인 시간은 뭘까?
생각이 자꾸 깊어만 간다.
약 2시간 30여분을 열차 안에서 경찰조사를 진행했고 우리를 태워 갈 대체열차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열차 안 승객들의 움직임이다. 전혀 동요가 없었다.
이게 바로 개인주의의 형태인가?
우리나라 같으면 우왕좌왕 동요가 있을 텐데..
일어나서 창밖을 보며 두리번거리는 건 대한민국의 나 혼자다.
이 사람들은 그런 사고에 대하여 아무런 반응이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차분히 기다릴 뿐이다.
양방향 모든 열차의 운행은 중지되었으며 대체열차 편으로 널빤지 다리를 건너 옮겨 타고 더블린 역으로 무사히 도착했다.
역에 도착하니 물 한 병씩을 승객들에게 건네주고 있었다.
2시간 30분 동안의 기다림에 대한 보상인 것 같다.
모두들 물병을 받아 들고는 묵묵히 자기 갈 길을 갔다.
역 대합실의 전광판을 보니 모든 열차의 출, 도착은 지연되고 있었다.
골웨이 갔다 오다가 골 때리는 일이 생긴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비행기를 타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는 날에 생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아찔하기만 하다.
비가 오는 더불린의 아침
골웨이 역전에서의 페스티발 행사장
간식꺼리를 사고 계산
골웨이의 음식점 거리
골웨이 역사박물관
골웨이의 여인동상과 함께
아일랜드의 초원위의 집들
열차사고 조사반
대체열차 도착
사고열차의 앞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