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30분에 호텔을 출발하여 스텐테드공항 가는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셔틀버스가 한 사람당 4파운드라는 요금을 받는다.
호텔 셔틀버스가 요금을 받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이라 이상하다.
어제 호텔에서 짐을 보관해 주지 않는다고 하여 공항 내에 있는 짐 보관소에 인터넷으로 큰 가방 하나를 보관하기로 예약했다.
짐보관소는 다행히 공항 내 1층에 있어 편하게 짐을 맡길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 새벽에 공항에 웬 손님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라이언항공사 체크인 대기열에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작은 가방 하나를 위탁운송 의뢰를 하고 배낭과 가방 하나씩만 들고 보안검색대로 갔다.
여기 또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런던 외곽에 있는 공항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영국의 공항 유동인원은 가히 상상이 간다.
모바일 티켓으로 미리 체크인을 한 탓에 쉽게 출국심사까지 마쳤다.
비행기 타는 게이트 앞에서 모바일 티켓이 사라져 버렸다.
이렇듯 모바일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게이트 앞에서 티켓이 안 나타나니 또 당황스럽다.
최대한 침착하게 대응하려고 노력을 했다.
벼리가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순간이다.
옆에서 도움을 줄 수 없으니 미안하기만 하단다.
그래도 여권을 미리 꺼내고, 티켓도 준비하고, 같이 확인하고, 얼굴 그을린다고 모자도 씌워주는 등 옆에서 눈치 빠르게 보조를 해준다.
챙겨야 할 것이 좀 많아야지.
여러 개 챙기다 보면 놓치는 게 가끔 한 개씩 나타난다.
마음이 바쁘면 되는 것도 안 되지 않은가?
할 수 없이 직원에게 도와 달라고 하니 게이트 컴퓨터로 티켓을 확인하고 여권만 검사 한 뒤 통과 시켜 준다.
맨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타자마자 문이 닫힌다.
비행기를 마지막으로 탄 경우는 처음이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 많아 당황스럽기도 때론 좋은 기회로 다가오기도 한다.
아일랜드는 가기 힘든 곳이라고 내 마음속에 자리매김되어 있었다.
유럽에서 한번 더 배나 비행기를 이용해서 나가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시간여 비행 후 아일랜드 더블린에 도착했다.
그리 오랜 비행도 아닌데 멀게만 느껴졌을까?
더블린에서 3박을 하기에 하루나 이틀 정도는 아일랜드의 종. 횡단을 가로질러 타 도시에도 가 볼 계획이다.
공항에서 700번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더블린 시내의 호텔로 갔다.
처음 만난 더블린의 인상은 매우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보여 주었다.
공항버스가 호텔 앞에 내려줘서 쉽게 체크인을 할 수가 있었다.
짐을 풀어놓고 더블린 시내로 갔다.
아일랜드 날씨는 늦가을 날씨처럼 쌀쌀했다.
겨울 패딩이나 두꺼운 옷을 입은 사람이 반 이상이다.
여행 중 공중화장실에 따뜻한 물을 만난 게 처음이니 춥긴 추운 가 보다.
4일 동안 각오하고 옷매무새를 단단히 동여매야겠다.
시민들은 더블린 메리온 스퀘어 공원의 풀밭에서 휴식을 취하며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 구내식당으로 갔다.
가성비가 좋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찾아간 구내식당은 역시 맛도 좋고 가격도 착했다.
여행자 꿀팁!
여행할 때 대학교 근처라면 학식을 먹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학생과 교수뿐 아니라 일반인과 여행자들도 많이 찾는다.
대학도 둘러보고 학창 시절의 추억도 떠올릴 수도 있어서 좋았다.
트리니티 대학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미국의 명문대학을 보고 만든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라고 한다. 학교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구경 한 뒤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 더블린성, 책전시관 등 여러 곳을 다니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의 관심 기네스 맥주공장 입구로 가니 몇 사람이 줄을 서 있다.
입장료가 무려 30파운드다.
줄을 섰는데 되돌리기에는 늦었다.
우리가 간 곳 중 입장료가 제일 비싸지만 들어가는 것도 괜찮을 같았다.
출혈이 크다.
기네스 맥주가 여기서 생산되는 것을 아일랜드에 와서 처음 알게 되었다.
층별로 맥주의 생산과정과 맥주 관련 홍보를 눈과 귀가 즐겁도록 잘 꾸며놓았다.
라운지에 올라가니 삥 둘러싼 통유리로 더블린 시가지를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흥겨운 음악과 맥주잔이 춤을 추듯 빙글거리며 손에서 손으로 돌아간다.
옆사람 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시끌벅쩍했다.
유리잔으로 쏙 흘러나온 시원한 맥주를 들고 음미하면서 한 바퀴 돌았다.
내 생애 가장 비싼 맥주값이라 그런지 맛이 좋았다.
예전에 갔던 일본의 아사히 맥주공장의 분위기와 달랐다.
차분했고 맥주에 스낵류의 안주까지 내놓았으며 더 마셔도 되었다.
기분 좋게 둘러보고 내일 아일랜드의 서쪽 끝에 있는 골웨이를 가기 위해 역에서 확인하고 돌아왔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라.'
"예쓸"
더블린의 날씨는 우리나라의 초가을 날씨 같으며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가 그치기를 반복한다.
아일랜드에 처음 오는 손님을 반기는 날씨라고 스스로 생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