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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고 물 건너100년의 서비스로~23년7월21(금)

by 강민수

영국 런던에서는 여름을 느낄 수가 없다.

평균 20도 이하로 긴 옷을 입고 다닌다.

밤이면 겨울 옷을 입어야 될 날씨다.

오늘은 영국의 북쪽 스코틀랜드로 가는 날이다.

옛날에 경제적으로 궁핍하여 영국과 통합하였지만 지금까지 계속하여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곳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얼굴도 비슷한 게 같은 민족 같은데 독립을 원하는 사람들은 결국 정치적인 목적이 있지 않을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반 민초들이야 배 고프지 않게 살아갈 수 있다면 독립과 통합이 무슨 큰 문제이겠는가 싶다.

영국도 요즈음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이 문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런던에서 떨어져 있는 스텐스테드 공항역에서 열차를 타고 런던 시내 킹스 크로스라는 역에 도착했다.

이 역에서 장장 9시간을 북쪽으로 가야 인버네스라는 도시에 도착한다.

오후 2시 30분 출발하는 열차의 일등석에 올라 자리를 찾으니 앞쪽과 서로 마주 보는 좌석이다.

영국의 노부부가 앉아 있었다.

"헬로"라는 말을 잘하는 서양사람들인데 그와 다른 무표정한 인상이라 가볍게 인사를 했다.

남자는 책을, 여자는 휴대폰만 보고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드디어 열차가 움직이고 런던의 플랫폼이 하나 둘 멀어질 때쯤 기내처럼 음식을 실은 트롤리 카트가 통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엇어, 저게 왜 움직이지? 혹시 맛있는 기내식, 아니 열차식이?..."

아니나 다를까 식전용 맥주, 와인, 여러 음료, 빵, 칩이 무한정으로 나왔다.

맛있는 식사도 이어서 등장.

'와, 깜놀. 이런 맛이 일등석에 숨어 있었다니.'

식사 제공에 대하여 사전 정보가 없었던 우리는 출발 전에 기차에서 먹으려고 샐러드와 연어 초밥과 간식을 샀다.

'안 사도 됐었는데...'

열차 안에서 식사를 주니 즐거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여러 가지 먹을거리를 한가득 안겨 주었다.

'먹어서 죽은 귀신 때깔도 곱다. 고 하듯 먹고 어쩌라는 거지?'

오며 가며 쉴 틈이 없이 계속 음식 제공을 했다.

"주는 것 마다할 사람 없지. 양껏 먹어보자."

물 만나 물고기처럼 주문하여

맛있게 먹었다.

"공짜는 더 맛있는 것이여."

사실은 공짜는 아니지....

우리가 지불한 열차 요금에 포함되어 있으니...

그러나 공짜처럼 느껴지는 건 왜 그럴까???

이 열차의 서비스는 100년 된 것이라고 메뉴판에 적혀 있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비스?

긴 세월 쉽지 않았을 텐데 오랫동안 유지해 온 비결은 고객감동으로 행복을 얻는 것이었을까?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고 생각하자.

지금 유레일패스로 열차 여행을 하는 중인데 이런 서비스는 처음이다.

누구에게나 첫 경험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자리 잡는다.

런던을 출발하여 입을 쉴 새 없이 오물거리고 샤랄라 지나가는 경치를 보며 즐기다 보니 어느새 5시간이 지났다.

7시쯤에는 중간 기착지인 에든버러에 도착하는데 사 온 음식은 그때 먹어야겠다.

차장 밖으로는 영국의 넓은 초원지대가 지나가고 있다.

열차 안에서 초원지대를 보며 오늘의 일기를 적고 있다.

이것도 처음이다.

타국에서 무한정 새로운 경험과 인생에서 처음 해보는 일이 많다.

두뇌활동을 아주 열심히 하는 중이다.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되겠지.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 여행 계획을 세울 수도 없고, 어느 누구도 해 낼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 신랑 정말 대단하다."

이어 "계획이 있다 해도 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없을걸. 웬만한 사람은 엄두도 못 낼 것 같다."라고 벼리가 말했다.

"울 신랑 멋쟁이~~"

사실 이번 여행은 시간, 돈, 건강의 삼박자가 맞아야 가능할 것 같다.

또 나이 드신 부모님 건강이 안 좋으면 역시...

호락호락한 여행이 아니니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그랬던가?

나는 돈을 줘도 우리 같은 긴 여행은 못하겠다고...

산 넘고 물 건너 굽이굽이 잘 넘어 다니고 있다.

오늘도 장거리 열차여행이다.

최종 목적지인 인버네스는 밤 12시경 도착할 것 같다.

조그마한 역에 사람이 거의 없고 밤은 깊었다.

호텔과 가깝지만 우버를 불러 가려는데 잠자는지 통 연결이 안 되었다.

택시 있는 곳으로 가려는데 우리 앞에 택시가 빙 돌아 '쓩' 나타났다.

"아이고나, 예쁜 것"

주소를 보여주니 간다고 했다.

기사님이 밝다.

묻지도 않았는데 저기로 갈 거며 3분 걸린단다.

에너지가 있는 것을 보니 '야행성 아저씨?'

가방 두 개도 가볍게 내리 주며 "굿 나이트"

'바이 바이"

끝 마무리가 좋은 날이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도시 인버네스.

인버네스는 괴생물체가 출몰했다는 네스호로 유명하다.

내일 그쪽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니 갔다 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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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로 가는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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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내 1등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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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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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네스로 가는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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