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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바비의 탄생.에든버러 /23년7월24일(월)

by 강민수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서의 아침.

가 보고 싶었던 곳이라 빨리 시내로 가고 싶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았던가?

숙소의 부엌은 깔끔하고 편리해서 요리하기는 그저 그만이다.

어제 장 봐온 재료들을 다듬고 볶아서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었다.

에어비엔비에선 파스타, 샐러드, 라면, 과일, 빵, 요플레, 콘 프로스트, 달걀 등을 주로 먹는다.

'에게, 또 파스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옮겨 다니다 보니 재료 조절이 쉬운 것이 최고니까 어쩔 수 없다.

또 내가 좋아하는 메뉴들이기도 하다.

남아서 버리는 건 벼리의 양심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져가면 짐이 되니 필요한 만큼만 사서 깔끔하게 끝내는 것들 위주다.

야채샐러드, 요플레, 빵과 곁들여서 먹으니 푸짐하고 든든했다.

숙소에서 시내까지는 1시간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신발끈을 동여매고 걸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매일 평균 서너 시간을 걸으니 한 시간은 걷는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시간 이상을 걸었던 게 여기 와서 실력 발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길가의 집들이 아주 단단하게 지어졌으며 아담하게 줄지어 있었다.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집에 다락방이 있어 멋지다,

우리나라의 공기 좋은 시골에 저런 집을 옮겨다 놓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그럼 거기 가서 살 텐데...

몇 년 전에 전원주택을 보러 다니기도 했지만 산 좋고 물 좋은데 찾기가 어려웠다.

만족스러운 곳이 있다면 전원에서 생활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런 예쁜 집들과 함께...

다리 위를 걷다가 난간 위에 박혀있는 아름다운 철재 문양을 보았다.

"와, 이런 곳에도 세심함이..."

우리나라의 뾰족한 쇠창살을 보다가 철재로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 장식되어 있는 다리 위에서 나라 간의 차이를 생각했다.

단순하게 처리할 수도 있었던 길가의 담장의 창살마저도 어쩌면 이렇게 섬세하게 꾸며 놓았을까?

돋보였다.

1시간여 만에 시내에 있는 에든버러성에 닿았다.

에든버러의 상징이며 제1의 관광지다.

거대한 바위산 정상에 천년이 넘는 세월을 유지한 채 그 자리를 버티고 있는 요새로서 세계에서 가장 공격을 많이 받은 장소라고 했다.

바위 위에 성을 쌓으려고 했던 당시의 생각과 기술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견고하고 어찌 단단한지...

유수한 세월을 견뎌온 성벽에는 이끼와 담쟁이넝쿨이 덮여 있었다.

성의 아래로 내려가면 조앤 K 롤링이 해리포터 시리즈를 썼던 곳으로 유명한 엘리펀트 하우스 카페가 나온다.

카페주인이 코끼리를 좋아해서 붙인상호란다.

혼자 아이를 키우며 힘들게 살았던 롤링이 카페 구석에 앉아 해리 포터를 쓰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곳이다.

탈피하고 싶은 현실 덕에 아마도 더욱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롤링이 매일 방문해서 해리포터가 탄생한 바로 그 카페다.

'우리가 이 앞에 서 있다니...'

강렬한 빨간색 카페는 눈에 확 띄었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왜 닫혀있을까?

아마 리모델링 준비 중인가?

열려 있다면 발 디딜 틈 없는 관광명소일 텐데...

앞에서 사진만 찍었다.

토머스 리들, 맥고나걸, 무디와 같은 캐릭터 이름들은 카페 부근에 있는 그레이 프라이어스 공원묘지에서 본 이름들을 등장인물로 사용했다고 한다.

어딜 가나 해리포터 관련 물건을 파는 상점들이고 사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산책했다던 묘지에서 작가 따라 걸으며 등장인물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관광객들이 사진기를 들이댄 묘지 앞이면 해리포터에 등장한 인물의 이름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묘지는 음산하다.

기분일까?

묘지 옆 웅장한 호그와트 마법학교는 관계자만 들락날락할 뿐 쇠문은 굳게 닫혀 있어서 창살 사이로 볼 수 있었다.

묘지 입구 바로 위쪽에는 충견 바비의 동상이 있고 그레이프라이어스 공원묘지 안에는 강아지 바비 무덤이 있다.

주인이 죽은 후에 14년 동안 매일 밤마다 무덤을 찾아가서 묘지를 지켰다고 해서 유명해진 충견이다.

충견 바비를 위해 세운 동상을 보며 "와, 바비다."

강아지를 무척 좋아해서 지나가는 강아지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벼리는 코를 만지고 강아지를 비비며 어쩔 줄 몰라한다.

바비의 코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은 코가 반짝반짝 빛났다.

20여 년 전에 유럽에 왔을 때는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노인들이 길거리에 많았다.

외로워서 강아지에게 정을 주며 의지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지금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가뭄에 콩 나듯' 아주 가끔.

"왜 그럴까?" 그때와 달라진 변화의 의미를 알 수 없어 궁금했다.

여기는 큰 개들이 대부분인데 미용은커녕 지저분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강아지 천국이다.

미용에 예쁜 옷에 염색까지...

자식 같이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강아지들아 우리나라에 태어나거라~~"

바비샵도 있고 가게마다 바비의 기념품들이 진열된 게 인기가 대단하다.

주인의 묘를 지키던 충견 바비의 묘지가 이제 에든버러에서 잘 지키고 보호하여 관광상품이 되었다는 사실.

'세상에 이런 일이~~'

죽어서 이름을 남긴 바비.

강아지의 주인 사랑이 지구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바비샵에서 귀여운 기념품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아름다운 성당과 상점들로 어우러져 있는 이 지역은 올드타운으로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장소다.

에든버러의 마스코트!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길에 스코틀낸드 전통의상 킬트를 입고 백파이프 부는 남자.

킬트는 타탄체크의 주름 스커트인데 집안이나 신분을 나타낸다고 한다.

치마 길이는 무릎까지 오며 그 아래 투터운 양말을 신는다.

요즘은 스코틀랜드의 뼈대 있는 집안에서 행사 때 입거나 백파이프 연주자가 이 옷을 입는다고 한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거리와 가게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해리포터를 무척 좋아하는 큰 딸과 강아지를 끔찍이 아끼는 작은 딸이 생각났다.

두 딸과 손녀. 사위들과 다시 와 봤으면 좋을 것 같다.

"얘들아, 시간만 내거라."

기회가 된다면 한 달 살기도 해 보고 싶다.

에든버러의 구시가지는 모든 게 예술작품이다.

사진 속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멋진 건물들을 매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우리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행복지수가 높은 걸까?

마음의 넓이와 깊이가 다른 걸까?

무한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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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집들이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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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담장의 철재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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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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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성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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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전사와 사진 찍는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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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탄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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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쇼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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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출신의 대문호 월터스콧을 기념하는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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