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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푼 Jul 20. 2024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해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한동안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했다

마음이 오르락내리락

우울감이 나를 감싸고 놓아주지 않는다


이럴 때 나는 본능적으로 안다

좀 더 멀리 떠나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내 다리의 감각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일 때까지

걸어야 함을




이번 도보여행은

차를 마시며

글을 쓰면서

시작과 끝맺음을 한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가슴이 뻥 뚫리는 카페를 발견하고

종이와 펜을 들어

내가 찾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진다


어제저녁에 나눈 이야기들을

다시 천천히 되새기며

글을 적어나간다




나와 남편은 처음부터 아주 다른 성향의 사람이었다


나는 속마음의 이야기를 잘하고

나를 먼저 드러내며

진심으로, 진솔되게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남편은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는다

자신의 어렵고, 힘든 부분을 내색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남편은 곧다


나는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고

낯선 곳을 좋아하며

우선 하고 본다


남편은 신중하다


나는 꿈꾸는 것을 좋아하고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상적인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즐긴다


남편은 아주 현실적이며

이성적이고

빠른 판단력을 가졌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는 어쩜 이리도 다를까?

우리는 아주 다른 사람이었고

이제껏 서로를 위해 했었던

배려의 행동과 말들이

오해가 되어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게 되었다


남편은 나에게 맞추며 살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나는 남편이 진심으로 원해서

그렇게 나와 비슷한 가치관으로

함께 살고 있다고 찰떡같이 믿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남편에게 횡포를 부리고 있었다


남편과 대화를 나눌수록

내가 남편을 가스라이팅? 하며 살아왔나?

나는 이제껏 껍데기와 살고 있었나?

내 주장이 너무 강한가?

내가 너무 이기적인가?


끝도 없는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걸으며 걸으며 걸으며


나와 남편과의

정서적, 심리적 거리를

조절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꿈을 꿀 수 있을지?

나의 미래를 다시 펼칠 수 있을지?


더 나아가

내 삶을 지탱하는 기둥은 과연 무엇인지?


걸으며

찾아내고 싶었다




함께 걸었던 J와 이야기를 나누며

내 마음은 단순한 결론에 도달했다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존중하자

남편과 나의 모습을



 

복잡한 머릿속의 생각들은

걸으며 스치는 바람들을 따라 

저 멀리 떠나가 버리고


묵직한 다리만이

나에게 집에 다시 돌아갈 시간이라

알려준다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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