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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Dec 31. 2022

서천상회, 느리게 책방

나홀로 공주

12/16 (공주 EP2 기록)


공주는 참으로 신기한 곳이다. 원도심(=구도심)과 신도심으로 나누어진 곳이며, 충청도 행정구역 상 2번째로 제일 큰 곳이다. 물론 행정구역 상 40% 정도는 농작물을 키우는 임업, 농업지대로 분리되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던 공주행 버스를 타고 2시간가량 지나니 도착했던 신도심 터미널은 이미 눈이 내린 뒤였다. 출구로 벗어나자 인근 5분 거리 근방 내외로 충청도 택시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바로 이동한 곳은 '카페 서천 상회'였다. (무려 뚜벅이로 40분 정도 걸렸다.)


네이버 지도를 키고 이동한 곳은 아니었다. 그저 내심 발길이 닿는 목적지 없는 여행을 좋아했다. 시간은 무려 오후 1시였다. 공주라는 이미지상 관광지가 있다 보니 사람들이 북적이는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그건 나만의 오해였다. 길거리를 찍을 이유는 없었다. 인적이 너무 없었고 그저 놀랐던 것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세워지는 신도심과 다르게 원도심은 옛 낮은 저지대 건축물이 오목판처럼 1자로 붙어있었다. 더군다나 내가 생각한 '한옥마을'이란 2차적 편견 또한 망가뜨려주었다. 천천히 걷다 보니 이윽고 발견한 서천 상회를 반갑게 맞이하기로 한다.



머문다는 공간에 인적이 없을 때 (망원동 사례를 예로 들어서)

'서천 상회에서 발견한 것들'


서천 상회는 지하, 1층, 2층, 3층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마침 개인 전시회를 열고 있던 지하층은 나중에 작업을 끝내고 이동하기로 하고, 우선 나는 1층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한 할인 커피를 시켰다. 사장님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네주셨고 난 그 틈을 타서 얼른 들고 인테리어 탐방을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사람들이 전혀 없었다. 그저 인근 공주사대부설 고등학교 임직원으로 보이는 분들이 각종 미래 이야기를 토론 중이었고(아닐 수도 있지만) ㅁ자 왼쪽 좌측 구석으로 이동하여 노트북을 꺼냈다. 와이파이 확인을 위해 이 2층 구조를 돌아다녔다. 마침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해주었던 작은 잡지란이 조그마한 택자 위에 있었는데 네이밍을 보니 'SOKURI (소쿠리)'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뭐 하는 곳일까 내심 궁금했던 터라 혹시 이 잡지 내용 안에 이 카페와 연관된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소쿠리 잡지 안에는 공주 시내를 대표하는 여러 사장님들의 영업 일지 비스름한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내용이 있었다. 재개발 위기에 처한 구도심 오른편 일대(제민천이라는 하천 오른쪽 상점가)를 청년들을 위한 아카이빙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어느 40대 초 젊은 방송 콘텐츠 사장님이었다. 공주를 하나의 방송국으로 만들어서 이 마을 곳곳 상점가와 산성시장을 하나의 로컬 커머스 제작 상품을 기획하고 싶다고 하더라.


제민천 일대 오른쪽이라고 하면 내가 아까 걸었던 골목길이 아니던가. 인근에 '느리게 책방'이라는 아기자기한 독립서점을 확인하고 낮은 저지대 상점가 숲속을 탐방했던 기억이 난다.


서천 상회라는 이 카페가 문득 뭐 하는 곳일까 생각이 들었던 의문은 뒤로 한 채(사실 카페라기보다는 소규모 독립서점 같았다. 그리고 인근에는 각종 루미큐브,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테이블 2-3곳도 마련되어 있더라.) 이 잡지란을 더 자세히 파헤치기 시작했다.


제민천 우측에 위치한 '느리게 독립서점' + 인스타그램 프로젝트 참조


말 그대로 기존의 독립 서점이라는 네이밍은 뒤로 한 채 '구도심 활성화 프로젝트'에 더욱 매진하는 느낌이 다분했다. 대부분 독립서점이 위치한 곳을 생각해 보면 서울로 따지면 난 망원동이 떠오른다. 망원동은 구도심에 전통시장이 각 골목 따라 T자로 연결되어 있었고, 신도심은 점차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홍대, 연희동, 연남동 상가들이 몰려오는 추세였다. 이를 생각하면 기존 원도심 생태계를 살리고자 하는 느리게 책방 사장님의 기획 컨셉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난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더 깊이 파악하기 위해서 이분들이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지 더 궁금해졌다. 인스타그램을 살포시 구경하였다.


망원동을 배경으로 한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 (여름, 겨울, 봄 에디션) _어느 망원동 사장님, 알바생들의 마음을 담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_그것은 로컬로 읽기로


사실 '느리게 독립서점' 뿐만 아니라 내가 첫 탐방을 했던 '서천상회'를 둘러보면 이 책이 연상되더라. 편의점 알바생들의 일상과 사장님, 그리고 그들 외부적인 사람들과의 인간 색깔에 기반하여 이 가상의 동네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그저 사람이 머문다는 그 하나만으로 어떻게 이 아름다운 책을 만들 수 있을지 난 참으로 궁금했다. 그리고 이 소쿠리 잡지에서 하나의 힌트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독립서점에 입고하는 다양한 책들 중 유독 이 사람 삶이 짙은 동네 일상 일대기 기록지를 발견하였고, 그 내용 중에는 오히려 소소함이 깃든 로컬을 마을 전체 분위기로 칭하더라.


어느 정도 수반된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망원동은 곧 로컬이었고, 망원동 어느 편의점 사람들의 이야기를 '관계'로 묶어서 '관계 인간'이라는 의미로 조금 더 성장하게 만든 셈이었다.


그리고 난 그 내용을 조금 더 중점 있게 읽고 하나의 멘트로 각성하도록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였다. 로컬이 곧 사람이고, 그리고 우리는 '로컬 인간' 즉, '관계 인간'으로 칭하기로 했다.


어쩌면 망원동 카페, 펍 사장님들도 곧 관계 인구에서 비롯함이 아닐까 한다. 그 반대로 성수동만의 힙한 느낌도 있지만 오히려 망원동이 더 와닿는 이유는 나 또한 여기서 정답을 찾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거지...



사람은 사람으로 하여금 얻어 가야죠.

망원동의 가칭을 품고 있는 이 '불편한 편의점' 책은

우리에게 로컬의 의미를 부여해 주고 있어요.


소쿠리 中



신도심에서 원도심으로 뚜벅이 여정을 했다. 폭설로 인해 길은 엉망진창이었지만 버려진 옷 그 자체는 하나의 추억이었다. 그리고 공주 하숙 마을 인근을 거닐다가 문이 굳게 닫혀있음을 파악하고 인근 독립서점 투어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무튼 이야기가 참으로 길었다만 불편한 편의점을 뒤로한 채 또 하나의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명 '망원동 브라더스'란 책인데 이 또한 김호연 작가님의 2014년 필작이었다. 어떤 소소한 마을을 메커니즘으로 하는 또 하나의 결과물이 기록된다면 그 마을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지니게 될 것인가? 그 기록물을 새로운 거점 지역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재고한다면 어떤 변화점을 지향할 수 있을까?


때로는 난 각종 독립서점이 지니고 있는 유쾌한 사연들을 스토리텔링하여 컨텐츠로 만드는 게 참으로 기이하고 신기하더라. 예를 들면 청파동 어느 한적한 빠에서 시를 읊고 그것을 하나의 기록 소유물로 저장하기보다는 전시회로 탈바꿈한다면 보는 이로 하여금 큰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또 하나 사례가 있다면 공주 원도심의 젊은 청년 사장님들이 손님들이 놓고 간 흔적과 포스트잇을 바탕으로 시각적으로 전시 가능한 기획을 짜면 좋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물론 내 생각이 깊었다만 대부분 독립서점 사장님들의 마음은 한결같았고 그 부분에 있어서 매한가지 의도는 일관적임은 분명하다.


"사람이 떠나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 결과물을 기록하는 것은 미래 지향적이다."


이주민과 원주민 사이에서 부딪히는 그런 감성이야말로 슬픈 추억을 극복하고 새로운 관계 지향형 사람으로 변모하는 것처럼... _어느 사장님의 포스트잇을 보고..



그렇게 내가 정답을 얻기 위해 '소쿠리' 매거진을 통해 다양한 사장님의 일대기를 간접 경험할 수 있었고 이는 정답이 아닐지라도 해답의 주 원점이 되었다. 그리고 난 이 독립서점 사장님들의 마음을 용케 읽은 제3자의 기록물로 소화시키고자 한다. 결국 사람은 사람으로 해결된다. 그리고 더 크게 나아가면 동네의 기본적인 요소에 기록되며, 나는 그것을 로컬이라 읽으려고 한다.


[SOKURI] 매거진에서 얻었던 인사이트


-독립서점의 이유 : 마을을 활성화한다. 기본적으로 원도심에 많다. 신도심의 경우는 코워킹 상업적인(사업적인) 무인 공간 대여가 대다수


-독립서점의 근본적인 책 입고 이유 : B급 감성 인문학 에세이/소설/시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대부분 그 마을 주민들 혹은 장기 투숙객의 참여도가 많았음. 그들은 좋은 타깃층이라고 읽고 싶지만 대부분 마케팅적으로 '매니악'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많이 옴._한번 오고 나서 다시 오고 싶은 동네, 그곳은 독립서점의 원인, 그리고 책 입고의 대다수 원인은 바로 특출하고 창의적인 사람들로부터 비롯됨. (우리는 이를 B급 감성 매니악 미완벽 사람으로 칭하고자 했다.)


-독립서점 프로젝트의 이유 : 사람들이 재입장 유도라는 마케팅적인 시선보다는 익명성을 지닌 사람들의 마을 커넥팅을 통해 조금 더 마을 인지도를 상승하도록 함. 관계지향형 사람들에 의해 구성됨.


-원도심에 젊은 청년 사장님들이 많은 이유 : 마을 로컬 활성화를 위함. 대부분 상업적으로 1인 사업적 수익을 위함도 있지만, 마을 커넥팅을 통해 매니악적인 로컬 크리에이터 모집을 위함.


-임대료가 상승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거점지역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 공산성이라는 북부 원도심에 비해 남단은 비교적 발전이 적음. 관광지 활성화가 적다 보니 사람들의 인식으로 판잣집, 할렘가 등으로 오해할 소지가 큼. 그 생각의 전환을 바꾸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각종 미팅과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임대료 상승에도 불구하고 청년 거점 지역을 성숙하게 다지고자 함. (물론 코로나 타격이 커서 지속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피해자가 될 우려가 높았다고 함. 청년들의 지속적인 프로젝트가 곧 순수한 사업비가 되는 그날까지 바란다면 얼마나 좋을까._ 어느 사장님의 의견)


-이 매거진 기록을 남기는 이유 : A급, S급 감성만 좋아하는 분들에게 조금 부족하더라도 B급 미완벽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함. 1등을 바라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2, 3등도 기억하는 그날을 위해 그 사연을 듬뿍 담아서 기록 컨텐츠로 전시합니다. (실제로 서천 상회 B1층에서는 B급 감성 공주 하숙 청년예술인의 전시회를 자주 다루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사유를 기록하고자 한다. 다음에...)


_공주를 탐방하고 어쩌다 기록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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