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소호 거리를 아시나요, 소호259

나홀로 속초 여행

by 갓혁


드디어 도착했다. 속초 아바이마을을 건너 뚜벅이로 이동하다보면 난데없이 조그마한 골목길로 이어졌다.


난생처음 보는 아담하고 낮은 주택단지, 그리고 적절히 섞인 한옥들이 나의 눈앞에 훤히 보였다. 지도를 켜보았다.


'속초시 동명동'이라는 작은 동네였다. 인근에는 동명항이라는 작은 항구가 있고, 더 넘어가면 일출을 볼 수 있는 영금정이라는 작은 정자가 보인다. 그 옆으로 완만하게 기다랗게 둘러싸인 방조제가 보이는데 그곳은 등대해수욕장이었다.



강릉과 다르게 속초는 관광지 개념이 아니었다. 흔히 서울로 따지면 그냥 문래동과 같은 골목 상권에 서서히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창작촌과 같은 형태였다. 그래서 그 이유인지 특별히 이 동네가 가지는 관광지 개념은 보기 드물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나의 호기심 자극한 욕구로 인해서 동명동 한 가운데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소호259 #소호게스트하우스


낡고 허름해 쓰러져가는 여러 여관들과 민박이 보였다. 그 옆으로는 예전부터 수공예 작업을 했던 작은 공장처럼 보이는 민가들이 보였고 '공가'라는 빨간색 페인팅만 머금은 채 덩굴들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쓰러져가는 고목과 그 옆으로 반쯤 개화 직전의 이름 모를 분홍색, 노란색 꽃들이 줄지어져 있고 이따금 사람 3명이 겨우 통과할 만한 골목길을 겨우 빠져나오자 내가 도착한 숙소를 맞이할 수 있었다. 상호 '소호 25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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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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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 위치한 영일 여인숙


외관을 보자마자 낯이 익었다. 내가 옛날에 살던 강서구 화곡동과 비슷한 동네였다. 특히 건축 외관 곳곳에서는 다양한 삶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영일 여인숙'이라는 낮은 여관이 그 옆자리를 대체하고 있었다. 더욱 들어가면 후미진 골목길과 옛 한옥이 그 장소 안에 고이 머물러 있었다. 소호 259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시작한 게스트하우스라고 어느 기사를 읽어본 적이 있었다.


번쩍번쩍하고 멋있고 다채로운 분위기를 뽐내던 뉴욕만의 미적 발견은 사실 그 남부 자그마한 골목인 '소호'에서 계기가 됐던 것처럼, 이 '동명동' 또한 속초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로컬 동네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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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259 지하 펍


'버려지고 쓰러져가고 허물어져가는 예전의 것'들을 다시 살린다는 취지로 새롭게 시작했던 골목 프로젝트 같았다. 내가 예전에 골목투어를 했던 이유도 다 여기서 비롯되었다. '재개발'이 가지는 한계점을 타파하고, 온전히 새로운 것으로 100퍼센트 구상시키며 아예 원초적인 것을 무시한 개발이라는 점에서 다소 아쉬웠기에 그 감성이 남아있는 거겠지.


게하 숙소로 입장 후, 어느 남성 직원분의 도움으로 지하에서 맥주를 마시는 펍 공간도 발견할 수 있었다. 잔잔히 울려 퍼지는 옛 클래식 노래가 블루스와 살짝 섞인 듯한 감성이었다. 특히 을지로 어느 한적한 다방이나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서촌 끝자락 지하 재즈바, 청파동의 지나간 세계와 같은 감성은 마치 소호 259가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체크인과 동시에 곳곳에 물든 로컬 감성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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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 259를 나와 바로 옆으로 꺾어 들어가면 좁지만 굉장히 올드 패셔니스트 한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골목을 조금 더 지나치고 들어가면 고즈넉한 민가가 나오며 바로 그 끝에는 쓰러져가는 인적이 없는 한옥이 나온다. 동명동의 색감은 그 누구보다 다양하고 인적 지향인 스타일이었나 보다. '환경'보다는 '인문'을 중요시하는 동네야말로 지금에서야 다시 회자되는 경우가 많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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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 지하 펍을 살피다 보면 곳곳에서 다양한 그림과 예술 그림, 그리고 풍경 사진까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속초 '동명동'이라는 로컬이 가지는 감성이 물씬 풍겨져 나오는 풍경사진이 즐비했다. 보통 게스트하우스 하면 소소한 관광객들의 파티를 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사진이거나 불멍하는 그 자체를 연상하지만, 소호 259는 달랐다.


사람 관계를 더 중요시했던 어느 한적한 골목 로컬 감성처럼 모든 것을 대변하기에 충분했던 숙소였다. 그리고 이 문구를 잠깐 발견하였다.


'사람'으로부터 '환경'을 발견한다. '환경'은 원초적이지 못해 매우 숭고하다. 그래서 환경이 가지는 사람(과 사랑)의 아름다움은 위대하다.


위대한 개츠비가 연상되었다. 더군다나 이미 돌아가신 세계적인 인문학자이자 소설가인 허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한 장면처럼 사실 사람의 됨됨이에서 비롯된 로컬 골목이 아닐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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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지하펍에서 콘프로스트 조식과 클래식 음악으로 하루를 만끽하다


당일 당진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는 26살 어느 젊은 청년과 2시간가량 맥주를 마시며 노가리를 깠다.


홀로 온 계기도 사실은 일종의 도피였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난 수성이가 떠올랐다. 같은 나이에, 같은 처지에, 같은 취업 준비생이었고 이제는 사회 초년생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아팠다. 수성이도 손가락을 다쳐 많이 힘들어했지. 이때 만난 경민이라는 청년은 공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쥐어 잡아 남들의 자랑거리를 받았던 드문 청년이었다.


솔직히 내심 너무 부러웠다. 사기업만 가도 박수 짝짝하는 세상에서, 대기업 가면 뭐 말할 것도 없었지만, 공기업은 보이지 않은 벽이 있다. 그 벽을 허물어서 들어간 경민이가 대견했다. 그렇게 오지랖 많았던 나의 조언과 칭찬이 무구해지자 경민이는 다소 부담스러웠는지 이내 숙소로 들어가자며 나를 설득했지. 다음날 집에 가야 하는 이 청년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나의 옛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렇게 아침 콘푸로스트와 빵으로 속을 달랜 뒤, 다시 밖으로 나와 경민이와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동명동 풍경을 구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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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쌀롱 <로컬 가게>


체크인 입실 당일 때부터 궁금했다. 시외버스터미널 옆으로 비스듬하게 지나가면 '고구마 살롱'이라는 로컬 가게가 보였다. 평화로워 보이는 자전거 앞으로 이런 문구가 내 마음을 자극해 주었지.


"소호 거리는 속초의 색다른 시작과 끝을 함께합니다. 로컬과 여행지가 모여 여행과 삶의 균형을 맞춰갑니다."


단순히 내가 생각했던 여행이라는 개념은 놀고먹는다는 개념이 아니었다. 한 명 한 명 소중한 여행객들의 사진과 일상, 그리고 기록이 한데 버무려져 하나의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순간 그것이 일상 자체가 되는 것이다.


내 이웃 중에서도 '로컬 감성'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하시는 분이 있다.


작년 12월부터 제주도 일지를 통해 가끔 구경했던 포스팅 내용이었지만 그분에게 로컬 감성이 뭔지 제대로 배우게 되었다.


난 그게 참 궁금했다. 여행을 통해서 얻어 가는 관점이나 느낀 점이 있나요? 뭘 배우셨나요?


이웃님의 답은 명확했다. "사유'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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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동 어느 골목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과정에서


날씨가 좋았던 다음날이라 가는 골목 곳곳 자체가 예술이었다. 그나저나 중간에 '철거'와 '공실'이라는 부정적인 문구와 피켓이 달린 곳을 발견하였다. 인적 또한 없었는지 그저 썩어 문드러진 고목 사이로 작은 이파리와 노란색 꽃봉오리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하물며 때로는 인간의 존재와 때묻음이 없을 때 더 순수한 게 로컬 같다.


'로컬'이라는 의미를 모르시는 분들에게 잠시나마 이야기를 드리자면, 그저 평범한 동네라는 뜻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가 물든 하나의 소중한 장소'라고 보면 더 의미가 짙어질 것이다.


'나 강서구 살았다.' 라기보다는 '벼가 억수로 자랐던 화곡동 살았다'라고 표현하면 더 로컬스러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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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근 버스정류장 게시판에 꽂힌 속초 매거진을 구경했다.


심심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어디론가 이동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득했지만 도저히 내가 찾던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다.


아틀리에 209, 스페이스 동원 냉동, 갤러리 카페 휘, 풀묶음갤러리 등등 대부분 작업할 공간을 의미하기보다는 '이야기가 짙은 동네에서 삶을 이끄는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더 와닿었지.


그렇게 하염없이 재미있게 이 매거진을 읽으면서 아날로그 시점으로 동명동을 다시 재확인하였다.

그리고 어느새 도착한 버스는 나를 어디론가 안내해 주었다.


그저 마음의 평화를 다시 부여잡은 나는 천천히 사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 맞다. 놓칠 뻔했다.

설악산은 가봐야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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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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