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맑게 갠 하늘 아래, 뜨거운 햇살과 씨름하고 있다.
살갗을 스치는 햇빛 아래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힐 때마다
나는 비로소 내가 살아 숨 쉬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쩌면 이 생생한 감각은 여름이라는 계절이 내게 주는 특
별한 선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여름은 때론 고통스러운 땀방울을, 또 때론 오직 여름만이
품은 독특한 향기를 선사한다. 나에게 여름이란, 인간이라는
존재가 날씨와 온도에 이토록 섬세하세 반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마치 사치스러운 감각 과도 같다. 그 여름
의 향기는 순수했던 젊은 날의 소녀 감성을 다시금 불러오곤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한때 여름을 몹시 싫어했던
적도 있다. 여름이 다른 이들에게는 더없는 행복을 안겨줄 때,
나에게는 깊은 고통의 순간이었다. 아마도 늘 누군가의 따뜻한
보살핌을 간절히 바랐던 어린 시절의 결핍 때문이었을 것이다.
계절이 누군가에게 낭만적인 행복의 배경이 된다면, 또 다른
누군에게는 가혹한 생존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찾아온
여름의 상처는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 이른바 어른아이들에게
인생이 결코 달콤한 맛으로만 채워져 있지 않다는 냉엄한 진실
을 가르쳐주는 삶의 터전이자 중요한 중심이 되었다. 어쩌면 그
상처야말로 지난여름을 치열하게 살아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아닐까, 하고 이제는 생각한다. 이토록 깊은 사유를 허락하는 계절,
여름은 누구에게는 뜨거운 사랑을, 또 다른 누구에게는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 그래서 나는 여름을 사랑하고 미워하는지 모른다.
계절마다 사람의 감정을 애써 배제하려는 방식이 과연 옳은지, 나는 종
종 의문을 품는다. 이런 생각이 참 이기적이라고 혼자 웃음 짓는 내 모습
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계절의 변화 속에서 나를 사랑하는 방식
을 찾아가고 있는 것만 같아, 이 모든 과정이 내게는 아주 작은 선물이
아닐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