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마음의 짐이란 단순히 무거운 감정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주변의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갈대처럼, 모든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의 본성과도 같다. 상대방은 아무런 생각조차 없을지라도, 나는 홀로 그들의 눈치를 살피며 마음의 생채기를 낸다. 타인의 감정이라는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늘 위태롭고 불안하다.
나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독한 마음을 먹어 보았다. 단호하게 선을 긋고, 이제는 상처받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모순이라는 이름의 굴레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상처를 준 상대방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마치 그들의 불행이 나의 잘못인 양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가 매정하게 돌아선 탓에 저들이 저리 아파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죄를 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나를 갉아먹는다. 미워해야 마땅한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는 이 감정은, 내가 가진 가장 깊은 모순이며 동시에 가장 큰 고통이다.
어차피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 모든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이 무력감 속에서 발버둥 친다. '내 식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랫동안 꾹꾹 눌러 참아왔던 일들이
한순간의 말실수로 해체되어 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나는, 이 상황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무너져 가는 관계의 파편 속에서 나는 그저 그들을 지켜보는 증인이 될 뿐이다. 나의 손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주는 절망감은 나를 텅 빈 강정처럼 앙상하게 만들었다.
이 짐은 나 자신이다. 나는 그들의 아픔을 내 마음으로 옮겨 담는 모순적인 존재다.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싶지만, 그것이 곧 나 자신이기에 그럴 수 없다. 이 끝없는 굴레 속에서 나는 오늘도 걷는다. 아프지만, 이 아픔이 언젠가 새로운 나를 만들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으려 한다. 나는 오늘도 이 무거운 마음을 짊어지고 묵묵히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