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

by 산속


나는 어른아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명백한 어른으로 살아간다. 나이를 먹었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지고, 해야 할 일들을 감당한다. 사람들은 나를 성인으로 대우하고, 나 역시 그 기대에 맞춰 어른처럼 행동하려 필사적으로 애쓴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상처 입은 작은 아이가 웅크리고 숨어있다.
어릴 적부터 **"아직 어리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 말은 단순한 나이의 진술이 아니었다. '너는 부족하다, 너는 모자라다, 너는 아직 멀었다'는 냉정한 평가였다. 나는 그 평가에서 벗어나고자 필사적으로 빨리 어른이 되려 했다. 착하게 굴고, 말 잘 듣고, 눈치를 살피며, 타인을 우선시하는 것이 생존 방식이었다.
그 결과, 겉모습은 어른의 틀을 갖추었다. 하지만 내면에는 인정받고 싶어 울먹이는 아이, 사랑받고 싶어 몸부림치는 아이, 울고 싶지만 목소리를 삼켜야 하는 아이가 그대로 살고 있다.
나이만 먹는다고 마음이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복잡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하고, 걷잡을 수 없는 감정 앞에서 휘청거리며, 주변의 시선에 쉽게 휘둘리는 내가 있다. 세상은 빠르고 냉정한데, 나는 여전히 순수함과 느림 속에 갇혀 허우적대는 듯하다.
착한 아이증후군이라는 굴레는 나를 위한 말이었다. 내 감정은 언제나 후순위였다. 남을 배려한다는 명분으로 내 목소리를 삼키고, 내 욕구를 뒤로 밀어냈다. 나는 그것이 어른의 미덕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른스러움이 아니라, 상처받은 아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한 필사적인 방어 기제였을 뿐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깊은 상처는 반복된다. "가족이니까 괜찮아", **"넌 원래 그래"**라는 폭력적인 말들이 가슴에 박힐 때마다, 내면의 아이는 울부짖는다. 어른의 가면 아래에서, 그 아이는 "왜 나만 이렇게 외로워야 해?"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나는 그 울음을 밖으로 꺼낼 수 없다. 나는 어른이니까, 어른은 감정을 참아야 하니까.
그래서 나는 어른아이다. 어른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지만 마음은 여전히 아이고, 아이처럼 느끼지만 행동은 어른처럼 해야 하는, 모순과 간극 사이에서 길을 잃은 존재.
하지만 최근에야 깨달았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어른이 다 어른아이인지도 모른다고. 완벽하게 성숙한 어른이란 허구이며, 우리는 모두 각자의 내면에 상처받은 아이를 품고 살고 있다는 것을.
더 이상 내 안의 아이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그 아이야말로 나의 가장 순수하고, 솔직하며, 잃어버린 경이로움을 간직한 본모습이다. 연약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진짜 나 자신이다.
이제는 내 안의 아이를 인정하고 보듬어주려 한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단호히 말해주고, **"그동안 참느라 정말 힘들었지"**라고 위로하며, **"어리숙해도 괜찮아, 나는 너의 편이야"**라고 안아준다.
어른아이로 살아가는 삶은 고달프다. 세상은 완벽함을 요구하고, 나는 매 순간 부족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니까. 우리는 모두 어른의 탈을 쓴 아이들이니까.
비 오는 밤, 내면의 아이가 운다. 나는 더 이상 그 울음을 억압하지 않는다. 어른의 눈물과 아이의 눈물이 섞여 흐를 때, 억눌렸던 마음은 비로소 후련하게 가벼워진다.
어른아이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약점이 아닌 솔직함이다. 미성숙함이 아닌 순수한 인간다움이다.
나는 어른아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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