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감정은 누구에게나 소용돌이 같은 바다와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 그 감정에 빠져들 때는 아름답고 황홀하다. 파도가 나를 감싸고, 물결이 나를 어루만지며,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이 감정 속에서 영원히 헤엄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다는 때로 거칠어진다. 파도가 높아지고, 물살이 세지며, 나는 방향을 잃게 된다.
그래서 나는 안전한 사랑을 원했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나를 잡아줄 무언가를. 폭풍이 몰아쳐도 떠내려가지 않도록, 파도에 휩쓸려도 가라앉지 않도록 나를 붙잡아줄 **'굴레'**를 간절히 원했다.
처음에는 그것이 안전함처럼 느껴졌다. 누군가가 나를 잡아주고 있다는 것,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 이 사랑이 나를 지켜줄 거라는 굳건한 믿음. 그것이 위로였고, 간절했던 안정감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굴레가 조여오기 시작했다. 안전함은 구속으로 변했고, 나를 지켜주던 것이 나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자유를 빼앗았다.
"너를 위해서야." "너를 사랑하니까." "우리를 위해서."
이런 달콤한 말들 뒤에 숨겨진 것은 통제였다. 사랑이 아니라 소유였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강요당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모습으로 나를 만들려 했다.
그 사랑은 내가 알던 순수했던 감정과는 다른, 변질된 사랑이었다.
순수했던 감정이 집착이 되고, 배려였던 것이 간섭이 되고, 함께함이 병적인 의존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나일 수 없었다. 상대의 기준에 맞추느라, 상대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내 생각을 접고, 내 감정을 숨기며, 내 존재를 점점 작게 만들어야 했다.
그 사랑 속에서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인지조차 잊어버렸다. 상대의 기대에 맞춰 만들어진 허상, 그것이 바로 내가 되어버렸다.
거울을 볼 때마다 낯선 사람이 보였다. 내 목소리로 말하지만 내 말이 아니었고, 내 몸으로 살아가지만 내 삶이 아니었다.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진정한 사랑은 자유를 주어야 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겪은 사랑은 달랐다. 변화를 요구했고, 순응을 강요했으며, 결국 나를 지워버렸다.
소용돌이 같은 바다가 두려워 잡은 굴레가 오히려 나를 더 깊은 곳으로 끌어당겼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가장 위험한 감옥이었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나를 파괴하는 독이었다.
나는 길을 잃었다. 사랑 속에서, 관계 속에서,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진짜 사랑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다고. 진짜 사랑은 나를 구속하지 않는다고.
진짜 사랑은 신뢰 위에서 피어나는 자유다. 상대를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주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며, 변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함께 있어도 각자일 수 있고, 사랑하면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
변질된 사랑은 독이 된다. 나를 약하게 만들고, 나를 의존적으로 만들며, 결국 나를 잃게 만든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안전한 사랑이란 나를 구속하는 굴레가 아니라, 나를 자유롭게 해주는 신뢰라는 것을. 나를 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나를 믿어주는 것이라는 것을.
바다가 두렵다고 해서 스스로를 묶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거친 물결 속에서도 스스로 헤엄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상처받을까 두려워 자신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신을 지키는 법을, 건강한 경계를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이제 다시 나로 돌아갈 수 있다. 잃어버렸던 나를 천천히 되찾아갈 수 있다. 힘들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로 남아있는 법을 다시 배울 수 있다.
진짜 사랑은 나를 변하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다워지게 한다. 더 자유롭게, 더 솔직하게, 더 온전하게 나로 살 수 있게 해 준다.
소용돌이 같은 사랑에서 벗어나, 이제는 나를 구속하는 굴레가 아니라, 나를 존중하는 사랑을 바란다.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관계가 아니라, 나로 있을 수 있는 관계를 원한다.
그것이 내가 찾아야 할 진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