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진실한 길

by 산속


흰 도화지 위에 마침내 나라는 점 하나를 찍는다. 이는 존재의 본질을 찾아 나서는 고독하면서도 가장 의미심장한 회귀의 시작이다. 그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나의 발걸음은 늘 타인에게 맞춰져 있었다.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에 과도하게 귀 기울이고, 그들의 기분과 기대라는 예측 불가능한 조류에 휩쓸려 나 자신을 수없이 멈추어 세우는 희생의 여정이었다. 나는 나이기 이전에, 타인들이 원하는 형태의 반영(反映)이었던 것이다.

허나 이제, 나는 그 오래된 궤도를 과감히 벗어나 나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을 택해 돌아선다. 이 고독한 성찰의 시간이야말로 외부의 소음 속에서 무너졌던 자아를 가장 빠르고 진실하게 회복시키는 복원력의 근원임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를 잊었던 시간만큼, 나는 나에게 빚진 시간을 갚고 있다.
이 내면으로의 회귀를 통해 마음은 견고한 경계를 구축한다. 이제 창밖의 계절 변화나 세상의 요동치는 소리는 그저 눈으로 담아보는 객관적인 풍경에 불과하다. 더 이상 나의 감정은 외부의 작은 자극에도 쉽게 상처받지 않는다.


마음을 굳건히 지키는 나만의 자존(自存)의 문이 단단하게 닫혀, 불필요한 침입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닌, 온전한 나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성숙한 독립 선언이다.
삶이라는 길고 긴 여행의 길목에서, 나는 정처 없이 나아가는 대신 잠시 멈춰 섰다. 이 길목에서 나는 가장 독립적이고, 가장 진실하며, 무엇에도 오염되지 않은 본연의 나 자신을 기꺼이 기다리는 중이다. 이 기다림은 방관이 아닌, 내면의 완성도를 높이는 가장 능동적이고 아름다운 행위이다. 흰 여백 위에 찍힌 점이 마침내 스스로 빛을 발하는 온전한 자화상으로 완성될 그 순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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