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by 산속


​호수 속으로 한참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에도, 나의 시선은 멈추지 않고 오직 한 곳을 향합니다. 그것은 세상의 바닥이 아니라, 그 깊은 심연 속에서 흔들림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사랑하는 나의 모습입니다. 삶의 고통과 무게가 호수의 차가운 물처럼 나를 짓누르고, 절망의 그림자가 시야를 가릴 때, 우리는 흔히 밖으로 솟아오르려 발버둥 칩니다. 하지만 진정한 용기는 바닥을 치는 순간에도 나 자신에게 등을 돌리지 않는 내면의 응시에 있습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이 하강(下降)은 곧 실패나 좌절을 의미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깊은 물속의 고독이야말로 모든 외적인 소음을 차단하고 오직 내면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성찰의 공간입니다. 물이 깊어질수록 외부의 빛은 희미해지지만, 대신 나의 마음속에서 빛나는 자기애의 광채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 빛 속에서 나는 과거의 실수와 현재의 고통을 비난 없이 포옹하는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 자기애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단단한 확신입니다. 나는 나를 사랑하기에, 이 심연 속에서도 침몰하지 않을 것임을 압니다. 이 변치 않는 사랑이 존재의 가장 강력한 부력(浮力)이 되어줍니다.

​그리고 이 깊은 자기 이해의 순간, 비로소 더 큰 꿈이 태동합니다. 그 꿈은 세상의 칭찬이나 눈에 보이는 성공이 아니라, 이 모든 시련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고, 나를 사랑하며, 결국 나답게 살아내겠다는 강렬한 의지입니다. 호수 바닥을 치고 다시 수면 위로 솟아오를 때, 나는 단순한 생존자가 아닌, 심연의 지혜와 자기애를 갖춘 가장 진실하고 강력한 존재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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