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邪派)와 정파(正派), 그리고 균형
국내 한 가업승계 연구소가 ‘가업승계 무료 소책자’와 ‘지원제도 설명서’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했다. 그런데 같은 페이지의 컨설팅 소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기업 승계를 위한 특화된 절세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가업승계의 첫 단추는 합리적인 잉여금 출구전략입니다. 가업승계 세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중소기업 대표님들을 상담해 온 내 경험으로는, 공적 제도 안내와 ‘절세·출구전략’ 컨설팅이 한곳에서 동시에 강조되는 풍경이 선뜻 이해되지는 않았다. 호기심에 해당 연구소의 유튜브 채널을 열어보니 인기 동영상의 제목은 대략 이랬다.
법인 돈 10억을 개인화할 때 6.7% 세금만 내고 가져오는 방법(조회수 22만 회)
법인 잉여금 세금 없이 가져오는 세 가지 방법(조회수 3.5만 회)
배당금을 세금 없이 가져오는 감액배당(조회수 1.3만 회)
채널에는 가업승계 지원제도를 성실히 설명한 콘텐츠도, 경영·자산 승계를 쉽게 풀어 쓴 영상도 분명 있다. 그럼에도 ‘법인 자산의 개인화’나 ‘절세’에 집중한 영상들이 유독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인기 목록에 오른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업승계’의 뜻이 제각각이라면
가업승계는 말 그대로 부모 세대가 일군 기업을 자녀가 이어받아 창업정신과 사업을 지속하는 일이다. 단순히 부모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이전하는 일이라면 그것은 ‘가업승계’가 아니라 ‘상속 절세 전략’이라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업승계라는 개념은 중소기업의 지속을 돕기 위한 공적 필요에서 자리 잡아 왔다. 일본만 해도 관련 시장과 전문성이 오래전에 성숙했다. (일본 장수기업 수가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포인트는 분명하다. 제도는 기업의 지속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부모가 청춘을 바쳐 일군 중소기업의 지분과 경영권을 다음 세대가 이어받아 회사를 더 키우는 것과, 법인의 자산을 개인화해 자녀에게 넘기는 것 중 무엇이 ‘제대로 된 가업승계’인가?
물론 현행 가업승계 지원제도에는 사전·사후 요건이 있다. 예전보다 완화되었다고는 해도 까다롭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다면 상담 현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요건 충족을 돕는 컨설팅과 요건이 어렵다는 이유로 개인화 전략을 우선하는 컨설팅 중 어떤 것이 진정 기업을 위한 길일까.
사파(邪派)와 정파(正派), 그리고 균형
현장에서 마주하는 접근은 크게 두 갈래다.
사파적 접근: 세무·절세·구조 설계 중심. 빠르고 효율적이며, 세법·민법을 촘촘히 활용해 지분 이전, 대표 변경, 자산 이동을 단기간에 끝낸다. 성과가 눈에 잘 보이고 대표의 만족도도 높다.
정파적 접근: 사람·관계·철학 중심. 후계자의 이해 수준, 직원들의 수용성, 창업자의 경영 철학을 어떻게 계승할지 끝없이 묻는다. 눈에 보이는 수치보다 연결과 지속에 집중한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기반이 무너지지 않는다.
문제는 현실의 많은 승계 컨설팅이 ‘사파’에만 치우친다는 점이다. 가업승계를 ‘상속세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로 축소하면, 세금은 줄일 수 있어도 회사라는 실체가 흔들릴 수 있다. 상속세 10억을 아끼고 100억짜리 회사를 잃는 일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래서 상담자는 두 흐름 사이의 균형자가 되어야 한다.
사파의 기민함으로 전략을 세우되, 정파의 시선으로 사람을 읽고 철학을 전한다. 실제로 성공적인 가업승계는 이 두 접근의 조화에서 나온다.
결론: 가업승계는 숫자의 전쟁이 아니다
정부의 가업상속공제는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업을 대를 이어 지속하게 하려는 기업가적 의지를 돕는 제도다.
따라서 가업승계를 세무 이슈로만 접근하면 온전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가업승계는 한 사람의 인생이 만든 기업을 다음 세대로 온전히 이어주는 과정이다. 상담자의 역할은 단순한 구조 설계자가 아니라 기업정신의 통역자이자 연결자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