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습니다.
신정이라 오랜만에 친정 부모님께 다녀왔습니다. 간다는 말없이 갔더니 더 반가워하시는 것 보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해 연휴 온다는 자식이 없어서 내심 서운하던 차에 왔다며 엄마 아빠가 너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또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런저런 일로 자주 다니던 친정에 몇 달 가지 못하고 일이 있을 때만 잠깐 들러 급하게 일 처리만 해주고 함께 보낸 시간이 없었습니다.
매일 아침 아빠 주간보호 센터 등원시킨다며 아빠와 전화 통화한다는 이유로 그래도 자식으로 할 도리는 하고 있다고 생각한 제 자신이 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집에 갔더니 그동안 아빠가 주간보호 센터 다니시면서 만들어 놓은 작품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몇 달 동안 만든 작품을 보내와 집 여기저기 걸어 놓았습니다. 예전 우리 아이들 키울 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고사리 손으로 만들어온 작품들을 하나씩 자랑하듯이 소중하게 걸어놓은 기억이 납니다.
그중 하나를 골라 아빠가 "우리 딸 이거 집에 가져가서 걸어놔" 하며 주신 장식품을 들고 왔습니다. 몇 달 사이 참 좋아진 아빠의 모습을 보니 사회 복지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치매 초기가 온 아빠가 그나마 그 상태를 유지하며 더 나빠지지 않고 주간보호 센터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며 즐기시는 모습을 보니 많은 시간 함께해 주시는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예전엔 그런 표현도 많이 하시지도 않더니 이제는 대놓고 들으라고 그러시는지 아빠는 연실 마음을 표현하십니다.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이제는 자식들이 집에 와서 이렇게 같이 이야기하고 밥 먹고 시간 보내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 오늘이 최고 좋다" 하십니다.
건강하게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시는 아빠한테 감사하고 쉬는 날이면 좀 더 자주 찾아봬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동안 치매 초기 증상이 온 아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힘들어하시던 엄마도 이제는 좀 편해지신 거 같고 아빠도 몇 달 전보다 생활이 호전되신 것 같아 이대로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해 첫날.
보고 싶다 오라는 표현은 직접 하지 않지만 늘 마음속으로는 자식들을 그리워하시는 부모님을 뵙고 오니 좋습니다.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고 보니 자식이란 늘 그런 가 봅니다. 엄마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오늘 먹을 장을 다 봐갔는데도 불구하고 며칠 전 전화통화하며 동짓날 엄마가 해준 동지죽 먹고 싶다는 딸 한마디에 바로 준비해서 만들어 주신 동지 팥죽. 오늘 엄마가 해주신 동지 팥죽을 먹고 와서 그런지 밤이 늦도록 배가 든든합니다.
때로는 늙으신 부모님이 버거울 때도 있지만, 자식은 늘 그 부모 밑에서 사랑을 받습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자주 찾아뵐게요.
"나 살아 있을 때 한 번이라도 얼굴 보고 맛있는 거 같이 먹는 것이 좋지, 죽고 난 뒤에 제사상에 제사 지내는 거 별 의미 없다"라는 아빠의 말씀 한 번 더 새기겠습니다.
"아빠 이제 올해 몇 년도라고?"
"2005년."
"아니 2005년 아니고 2025년이라고."
"응. 알았어. 25년."
"응. 2025년."
25년 새해 첫날.
연락 없이 온 자식을 보고 환하게 웃는 부모님의 미소를 기억하겠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