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삶이 흐르는 대로> 사이존재로서의 인간을 바라봄

호스피스가 본 삶과 죽음 사이의 메탁시

by CaleB


그때 그 빌어먹을 케이크를 그냥 먹어버릴 걸 그랬나 봐요


KakaoTalk_20250315_104719891_03.jpg?type=w1 삶이 흐르는 대로 저자 해들리 블라호스 출판 다산북스 발매2024.09.23.


Insight통찰


호스피스란 직업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장례식장과 요양원이 전문화되기 전에는 대개 죽음을 맞는 곳은 고인이 살던 집이었다. 지금은 대부분이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기에 임종을 앞둔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케어하는 호스피스가 존재한다. 그만큼 우리의 삶에서 죽음이란 과정이 분리되어 있다는 뜻이다. 가정에서 가족들 앞에서 임종하던 시기에는 삶과 죽음은 자연스러운 하나의 과정이었다. 가족들이 바로 호스피스가 되었기 때문이다.


전문적으로 임종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들은 당연히 우리 일반인들보다는 많은 임사자들의 임종체험을 지켜보게 된다. <삶이 흐르는 대로>의 저자 헤들리 블라호스는 드물게 젊은 여성으로서 많은 경력을 쌓은 호스피스이다. 호스피스라 하면 죽는 사람들과 늘 가까이하기에 우울하고 슬픈 표정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은 그녀의 사진과 일상을 담은 유튜브를 보고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임종 경험들을 담은 <삶이...>는 그녀가 만난 환자들의 에피소드를 담담하고 위트 있으면서도 인생의 진리를 통찰하는 지혜로 가득 차 있다.

%EC%8A%A4%ED%81%AC%EB%A6%B0%EC%83%B7_30-3-2025_23316_www.instagram.com.jpeg?type=w1 저자의 인스타그램 밝게 웃는 블라호스의 모습에서 죽음을 대하는 또 다른 태도를 배우게 된다


젊은 나이에 미혼모가 되어 어쩔 수 없이 뛰어든 호스피스 일을 통해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자기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새로운 사랑도 만난다. 언제나 밝고 힘찬 그녀의 간호가 임종환자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을 읽으면서 죽음의 과정을 어둡고 슬픈 것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가 겪었던 부모님들의 임종에 대해서도 이제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함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새로운 생각들은 슬픔도 삶의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지혜를 얻게 한다.


책에서 특별히 재미있었던 것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겪는 신비한 경험들이다. 호스피스들은 환자들이 겪는 일들을 함께 경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적인 세계에 대한 안목이 열려있는 경우가 많다. 삶과 죽음의 경계(In- Between)에서는 산자와 죽은 자가 함께 존재한다. 이 세계는 우리 가까이 있지만 우리가 알고 느끼지 못할 뿐이다. 우리 현대인들은 이 세계에 대한 인식을 잃어버렸지만 블라호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 세계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Untitled_design_(71).jpg?type=w1 블라호스에 대한 기사들


죽음을 앞둔 사람 중에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치매증상일 뿐이지만 그들이 하는 행동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음을 나중에 알게 된다고도 한다. 이디스 할머니는 앞으로 일어날 화재를 예견했고 앨 할아버지는 블라호스가 겪게 될 위험을 미리 알려주었다. 또 어떤 이들은 이미 죽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단순히 죽음을 앞둔 정신분열의 징후일 뿐일까? 과학적으로 어떤 설명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설명조차도 하필 임사자가 그런 일을 겪는 것에 대한 이유를 말해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는가,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를 질문했다. 죽은 자의 삶은 살아있는 자를 통해서 이어진다. 우리 자신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나'라는 존재는 이미 죽은 이들에게서 이어받은 정신과 육체, 경험의 일부분이다. 키르케고르가 고민한 완전한 '단독자'라는 개념은 가능할까? 하이데거조차 인간이란 "죽음을 향한 본래적 존재"라고 했다. 즉 '현존재'(Dasein)는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사이 존재'(Zwischensein) 일뿐이다.


GepDUmPbsAE9G6s.jpeg?type=w1 노벨상 수상자 한강의 질문


이 책을 읽으면서 본 필자의 학위논문 주제인 "메타모더니즘"을 연결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존재는 연결되어 있다는 철학이 바로 메타모던의 철학이다. 모든 것을 분리하고 객관화했던 모더니즘의 폐해는 포스트모더니즘에서 허무주의로 귀결되고 말았다. 존재와 존재 사이를 연결하는 '메탁시'에서 이 사조는 출발한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과 세계관은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것이다.


삶과 죽음 사이를 주목한 블라호스의 이야기들은 어쩌면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들이 삶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질 때 이 세계의 비극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생각들은 단순하게 부귀영화를 비는 잘못된 무속신앙과는 전혀 다른 믿음이다. 생명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사고이다. 블라호스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삶과 죽음도 똑같은 현실이라고 말한다.


<삶이....>는 호스피스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인생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보여주는 인생서이자 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많은 물음을 던져주는 책으로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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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영성발견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들이 가깝기 전에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에, 비 뒤에 구름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 그리하라"(전도서12장1,2절)


우리가 행한 모든 일들을 하나님은 기억하고 계신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무 늦기 전에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우리는 온전히 우리 자신만의 것은 아닙니다. 나는 주위 이웃과 가족, 후손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모든 것을 기억하신다는 말씀의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을 기억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나란 존재는 홀로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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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주요문장


101 하지만 호스피스 간호사가 된 지금 나는 응급실에서 겪은 일과 전혀 다른 경험을 하고 있었다. 어떤 신을 믿든 신 자체를 믿지 않든 환자들은 영혼과 만나는 일을 경험하고 있었고, 나는 이런 현상을 차마 못 본체할 수 없었다. 모두들 나와 인연을 맺고 점점 가까워지면서 믿고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믿어왔던 것처럼 이 문제가 흑과 백으로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게 아님을 점차 깨닫게 됐다. 삶과 죽음 사이에 우리가 모르는 어떤 중간 세상 In-Between이, 분명 존재했다.


168 엘리자베스는 내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선생님을 볼 때면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해서 이 얘기를 꼭 해주고 싶었어요. 난 내가 마흔에 죽게 될 줄 몰랐거든요. 항상 아직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지 못해서 아쉬워요. 그때 그 빌어먹을 케이크를 그냥 먹어버릴 걸 그랬나 봐요.”

“좋은 충고군요.” 내가 나지막한 소리를 말했다. “케이크를 먹어라.”

“네, 케이크를 꼭 먹어요.” 엘리자베스가 도로 누우며 했던 말을 반복했다.


381 “신이 있다면 왜 우리에게 이런 끔찍한 일이 생기도록 내버려두는 걸까?” 그러다 호스피스 일을 시작하면서 세상을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심리치료사 덕분에 우리가 삶과 죽음 사이의 중간 세상 In-Between이라고 부르기로 한 그 세계를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꼭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치료사가 내게 말했다. 그제야 살다 보면 나쁜 일도 일어나기 마련이란 사실을 받아들이는 한편, 내 일과 삶에서 경험한 영적인 순간까지도 껴안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그 둘은 똑같이 ‘현실’이라는 것 말이다.


406 “근데 생각해 봐, 그럼 내가 집에 없었을걸? 다른 병원에서 일하다가 엄마의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했을 거 아냐. 그러니까 모든 일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야.”

“모든 일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크리스의 말을 그래도 되풀이하는 순간, 나도 줄곧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425 역자의 말 - 호스피스 환자들을 만나기 전의 저자가 그랬듯 나 또한 중간이 없는 사람이었다. 내 기준에 맞지 않으면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했고,... 그 애매한 단어를 어떤 우리말로 옮겨야 할지 고민이 되었던 것도 있지만, 내가 갈망하는 삶의 태도가 그 단어 하나에 함축되어 있는 것 같아서였다.

결국 ‘in-between’을 ‘중간’이라는 말로 옮겼다.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신비로운 세계를 설명하기에도, 삶을 대하는 방식을 표현하기에도 그 편이 가장 적당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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