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onded Jan 06. 2022

스파이의 아내 스포

1.스파이의 아내를 읽는 독법은 다양하다.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역사물, 혼돈의 시기를 살아가는 연인의 멜로드라마, 혹은 영화에 관한 메타영화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이 영화를 단일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말하지만 이 영화는 미묘하게 생략된 부분이 있으며 이는 작품에 균열을 만든다.

그래서 스파이의 아내는 어떤 영화인가?

 

2.빛에 대하여

이 영화는 대다수 장면이 실내에 이루어져있으며 강렬한 빛이 실내를 비춘다. 영화 전반적으로 조명의 빛이 강하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보여진다.

첫째는 강한 빛을 통한 경계의 표현이다. 이는 비밀을 추궁하는 유사쿠와 사토코의 첫 식탁 대화장면서 드러난다. 측면광을 받으며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두 주인공의 얼굴은 그자체로 경계의 표상이다.

 둘째는 어둠(실내)의 강조이다. 이 영화는 그 당시 일제의 어둠을 혹은 인간의 어두움을 다룬다. 예로 사토코가 만주의 필름을 틀어서 보는 장면 전에 사토코는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커튼으로 닫는다. 이는 빛의 차단이며 어둠을 더 강하게 그린다. 사토코가 가장 위기에 빠졌던 순간이 어둠밖에 없는 상자 안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말그대로 강한 빛을 죽임으로써 그 시대와 인물의 어둠을 담아냈다.

 세번째는 분리이다. 강렬한 조명에 바깥은 완전히 실내와 분리되어있다.(예로 버스장면이 그렇다) 이는 오로지 유사쿠와의 결합만을 생각하는 사토코이면서도 바깥을 모른 척하는 일본인을 표현한 것이리라. 이 영화의 폭격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사토코가 실내에서 바깥으로 나아가는 동선에 있다. 이 때는 낮처럼 강렬한 광원이 없기에 바깥과 실내의 확연한 분리감을 약하게한다. 이는 분명 유사쿠와의 안온한 행복을 바란 사토코의 실패이며 동시에 패망한 일본을 의미한다. 익스트림 클로즈업과 해변가에서의 울음은 그 사실을 깨달은 자의 슬픔이다.

 

3.대화에 관하여

이 영화의 대화장면은 여러 면에서 독특하다.

 보통 대화를 하는 인물들을 롱숏에 가깝게 멀리서 잡으며 테이크를 길게 찍는다.

 그런 의미서 대조되는 것이 사토코가 처음으로 추궁하는 장면과 유사쿠가 진실을 밝히는 장면이다.

사토코가 물을 때 둘의 대화는 근본적으로 믿음과 상대에 대한 것이다. '상대가 누구이며 나는 그를 믿을 수 있는가' 이는 영화에서 중요한 질문이다. 그렇기에 기요시는 다른 대화장면들과 구별해 정면클로즈업으로 두 인물의 얼굴의 각각 싱글샷으로 촬영했다.(이는 정신병원서의 면회와 유사하다. 사건의 시작과 끝을 연결시키는 방식이다)

 반면 유사쿠가 진실을 밝히는 장면서는 긴 호흡으로 별도의 인서트숏이나 클로즈업이 없다. 이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사토코에게는 그 진실보다는 유사쿠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 이는 어쩌면 영화의 태도이기도하다. 그 마음의 흔적과 결과를 그리고자하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4.미스터리함

이 영화는 중요한 마음의 변화가 생략되어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왜?가 지워져있다.

 사토코는 왜 유사쿠와 협력했는가. 그와의 사랑?, 반인륜적인 일제의 악행에 대한 고발?.

 혹은 사토코가 후미코를 밀고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의 말대로 더 높은 목표를 위한 판단인가 아니면 남편과 내밀한 계획을 공유하던 후미코에 대한 질투인가.

 무엇보다 유사쿠가 배신은 무슨 의미일까.

사랑하는 그녀의 안전, 후미코의 복수, 그 자신의 계획과 안전을 위한 희생.

 어느 것이든 답이 될 수 있고 그 어떤 것도 답이 되지않는다.

이 영화가 전반적으로 대화장면을 롱숏이 많다는 것 역시 설명되지않는 왜?를 반영한다.

동시에 유사쿠가 사토코에게 진실을 밝히는 장면을 복기해보면 유사쿠가 분노를 표출할 때 카메라는 사토코만을 담고있다. 이는 두 가지 의도가 있을 것이다. 사건이 주는 파장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유사쿠의 생각을 괄호 치는 것. 처음 사토코가 떠날 때 뒷모습을 찍은 이유도 여기에 맞닿아있다.

 

5.마음의 파장과 변화.

이 영화에서 인상깊은 숏은 바로 처음 만주의 필름을 목격한 사토코의 표정이다. 그 장면서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필름의 내용이 아닌 그녀의 얼굴이다. 그녀의 얼굴에 담긴 마음의 파장과 유사쿠를 돕기로 결심한 마음의 변화에 이 영화는 관심을 기울인다.(기요시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감염과 유사한 모티브이기도하다.)

 

6.메타영화

독특하게 이 영화가 다가오는 장면은 바로 유사쿠와 사토코의 식탁서의 추궁씬이다. 거기서 기요시는 유사쿠의 얼굴을 바로 정면으로 카메라를 보게하며 찍는다. 여기서 나는 소즈 야스지로가 떠올랐다. 기요시의 스승인 하스미 시게히코는 오즈가 이런 숏들로 영화의 한계를 시험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장 영화서 이런 정면클로즈업을 피하는 이유는 몰입이 깨져서, 그러니까 관객이 영화라는 것을 인지해서이다.

그리고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이 두 개의 필름들이다.동시에 사토코는 배우이기도 하지않은가

어쩌면 이 영화는 기요시가 탐구한 영화의 힘과 한계일 수도 있다.

 

7.떠오른 영화 오명.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명이 떠올랐다.

일종의 삼각관계이면서도 서로를 의심하는 커플들까지.

남자가 스파이이고 여자가 가담한다는 것도 유사하지 않은가. (체스판 역시 나는 오명에서 저택의 바닥문양이 연상되었다)

 무엇보다 상대에 대한 믿음이라는 공통된 테마를 가지고있다.

 

8.결론

나에게 이 작품은 경계의 시대서 분리된 행복을 꿈꾸던 자가 어둠을 마주하고 종국에는 실패하는 이야기이면서 그 과정서 마음을 담아내고자한 영화이다. 이 작품은 의도를 숨기며 결과만을 제시한다. 왜를 생략하며 작품의 독법에 균열을 내며 고민하게한다. 어쩌면 기요시의 오명이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현기증 좋아하는 장면(스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