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습관은 어떻게 만드나요?
매일 반복되는 달리고 싶고 달리기 싫은 마음.
달리기가 좋다. 어느 날엔 종일 달리기 생각을 하는 날도 있을 만큼 정말 재미있다. 달리는 순간의 행복감과 다 달린 후의 만족감은 지금까지 살며 경험해 본 적 없는 종류의 감정이라 매일 놀라는데, 이상할 만큼 달리러 나가는 딱 그 일이 힘들었다. 이렇게 달리기가 좋은데 이 무슨 아이러니일까?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달리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운동복을 입고 준비하는 순간엔 쉬고 싶은 수많은 이유를 만든다.
어제 많이 달렸잖아.
발목이 조금 시큰거리는 거 같은데?
할머니가 될 때까지 달리려면 관절을 아껴 써야 한다고 했어.
오늘 같은 날씨에는 집에서 차분하게 책을 읽어도 좋을 거야. 그런 여유도 필요하지.
미뤄둔 옷장정리부터 하는 건 어때? 냉장고도 난리가 났어.
아 그냥 됐고 누워서 넷플릭스나 보자.
남이 보면 별 거 아닌 이 대사들을 거의 매일 달리기 전에 진지하게 반복한다.
어느 날엔 위의 이유보다 훨씬 다양한 이유들이 줄줄이 튀어나오며 주저앉기도 하지만, 즐겁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쉬고 싶은 마음을 이기는 날이 점점 많아지며 습관의 힘을 알게 되었다.
간단하지만 강력한 아침 달리기 습관 만들기의 두 가지 단계를 이야기해 보면
잠에서 깨 일어날 때. 일단 잠옷을 벗고 침대 정리하며 무조건 “아, 잘 잤다.” 하고 생각하기.
몸이 천근만근이라도 눈이 안 떠져도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순간 신기하게 잘 잔 듯이 느껴진다. 아마도 자기 최면이겠지.
다음으로 잠옷을 갈아입을 때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가 등교-달리기 공식 만들기.
아이를 등교시키고 다시 집에 와 갈아입고 나가야지 하는 순간 그날은 쉬는 날이 된다. 집으로 돌아올 핑계를 만들지 않고 준비하고 나가 바로 달리러 간다. 소파에 다시 누울 기회를 처음부터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별 거 아닌 이 두 가지로 아침 달리기에 성공루틴을 만들었다. 일단 나가서 길 위에 서면 달리게 되니 길에 나를 데려다 놓기만 하면 된다.
새로운 일에 쉽게 흥미를 느끼고 시작하지만 길게 이어가는 힘이 부족했던 나였다. 작심삼일에서 작심일일이 되며 '아 또 실패했어.' 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일이 많았다. 이번엔 달랐다. 마음먹은 것을 해내기 쉽게 습관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실패는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라 아직 습관이 되지 않은 것이라는 글을 읽고 시작한 방법이 꽤 효과적이다.
이제는 안다. 여러 이유로 며칠 달리지 못하거나 쉬고 싶어 한동안 달리지 않았어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것을. 일단 신발 신고 나가 한 발 내딛으면 힘찬 발걸음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