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7월 24일, 여행 첫 날
드디어 출발이다. 가기 전까지 회사 일이 몰려서 이 정도면 차라리 안 가는 게 나을지도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어느 정도 강제로 정리를 시키고 마무리 짓고 어제 퇴근을 하니 막상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다. 목요일에 떠나는 여행을 일요일부터 조금씩 조금씩 짐을 쌌는데 정작 발리의 날씨 체크는 안 하고 당연히 덥겠지 하는 생각으로 긴팔을 하나도 챙기지 않았다. 공항에서 날씨를 체크했을 때는 이미 늦었지. 하지만, 실제 가본 발리의 날씨는 진짜 복불복이다. 우기와 건기가 뚜렷하게 나누어져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고 예보도 시시각각 변한다.
오늘 아침 5시 20분 기상. 11시 20분 비행기인데, 엄마인 나는 새벽부터 일어난다. 잔반처리 겸 밥을 먹고 씻고 짐을 최종 정리하는데 벌써 땀이 주르륵 난다. 7시에 애들 깨우고 그래도 예정했던 시간인 7시 30분에 나왔는데 역시! 먼저 나갔던 애들은 버스카드를 안 챙겨서 다시 들어왔다. 공항 가는 지하철에 사람이 많다길래 일부러 마곡나루에서 갈아탔는데 저런, 우리가 탄 건 검암행이었어. 결국 검암에서 쫓겨난 우리는 인천공항 가는 지하철을 기다렸다 다시 탔지만 역시나 사람이 넘쳐나서 겨우 서있을 수 있었다. 다행히 나는 자리를 잘 잡아서 한 정거장서서 간 이후 앉아서 갈 수 있었다.
드디어 공항 도착. 이미 체크인해서 백드롭을 하러 가니 직원이 "음, 안 돼요. 짐 표 가져오셨나요?" 하는 거다. 결국 모바일 체크인을 해도 셀프 체크인을 다시 해야 한다. 그런데 셀프 체크인하는데 여권 인식이 안된다. 흠... 신랑이 옆칸에서 하는데 그래도 잘 안된다. 결국 직원이 우리 쪽으로 와서는 "제가 해드릴까요? 일행이 몇 명이시죠?" 하는데 나는 옆칸으로 간 신랑 빼고 3명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우리는 이런 사이다. 그 사이 잘 안되고 있던 신랑도 슬금슬금 옆으로 껴서 4명이 되었다.
기계고장인지 결국 직원도 잘 안되어서 다른 기계에서 티켓 발권을 했다. 그다음에 다시 백드롭. 과정이 더 복잡해졌다. 짐을 부치고 5분 정도 대기하고 있다가 드디어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출국장에는 생각만큼 사람이 많지 않아서 더군다나 셔틀트레인도 안타는 43번 게이트라 게이트 앞에 딱 오니 1시간 10분이 남았다. 그냥 앉아있기 뭐 하니 돌아다니디 스타벅스 커피 한 잔 하고 기다리니 조금 지연되어 탑승을 시작했다. 우리 자리가 비즈니스클래스 바로 뒤라서 그런지 비즈니스 클래스를 지나서 들어오는데 좀 부러운 건 인정. 이륙 전부터 웰컴드링크로 화이트와인이 놓여있다.
오늘 우리 비행기는 싱가포르 항공이지만, 아시아나, 에어인디아, 버진 오스트레일리아까지 4사 공동운항이다. 오고 갈 때 계속 봤더니 이제 단독 운항은 거의 없고 다 공동운항이 대세인 것 같다. 그래야 마진이 남겠지. 그래서 비행기는 거의 만석이다. 우리는 할인 항공권을 구매했더니 좌석을 사전에 지정하려면 추가 요금이 붙어 그냥 버텼더니 3열 자리에 둘씩 둘씩 자동으로 붙여주었다. 옆에 외국인 아저씨 앉아서 3열이 꽉 차서 가다 보니 답답했지만 막상 앉으니 졸려서 이륙하는 줄도 몰랐다. 이륙하자마자 바로 스낵이 나오고 그리고 금방 밥을 줄지 알았는데 밥은 바로 주지 않았다. 기내에서 인터넷이 된다길래 열심히 연결하는 데 생각처럼 안되어서 보니 데이터 끄고 로밍 끄고 다시 연결해 보니 그제야 되었다.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웹서핑 정도 가능했다. 그런데 갑자기 문자가 오는 게 아닌가? 이 하늘에서? 알고 봤더니 이건 web발신이어서 가능했다.
11시 20분에 타고 이륙하니 12시 30분인데 배가 고픈데 음료+스낵 주고서는 감감무소식이다. 나는 싱가포르항공을 타면 누구나 마신다는 슬링을 마셨지만 막상 마셔보니 주스 같아서 내가 좋아하는 맛은 아니었다. 1시가 넘어서 드디어 식사 서비스를 시작했다. 나는 저염식을 미리 선택해 놨는데 프리오더 밀이어서 다른 손님들보다 빨리 받을 수 있었다. 야호, 했지만, 메인 메뉴를 열어보니 내가 아침에 잔반처리로 먹었던 불고기였다. 음. 2번째 저염식 취소할 수 있나? 생각하고 있는데 또 먹게 되었다. 예전에 비행기를 탔을 때는 술을 몇 잔 안 마셔도 더 빨리 취한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레드와인을 2잔씩 먹어도 전혀 반응이 없고 잠도 안 왔다. 할 일도 없고 기내 영화나 드라마도 그냥 뭐가 있나 보고 있는데 <세브란스>가 있어서 보게 되었다. 불행히도 한국어 자막이 없는 게 아쉬웠지만 그냥 꾸역꾸역 독특한 영상미에 취해 보고 있는데 웬걸. 재미있다. 찾아보니 티빙에 있길래 한국 가서 봐야지~ 하고 모셔 두었다. 신기한 게 난기류가 종종 있었는데 난기류에는 화장실 이용과 음식 서비스가 중단된다. 화장실을 가려고 줄 서 있는데 갑자기 난기류 사인이 들어오니 승무원이 다시 자리로 가라는 게 아닌가. 음, 한참을 기다리다 이제 바로 내 차례인데... 그래서 못 알아들은 척했다. 그만큼 화장실이 급했다고 이해해 주길.
출발은 지연되었지만 시간 맞춰서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여기서 4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쥬얼창이, 캐노피가든을 가보려고 했는데 아무리 공항을 돌아다녀도 안 보이는 게 아닌가? 그래서 안내센터에 여쭤보니 쥬얼창이, 캐노피가든을 가려면 공항 밖으로 나가야 하고 4시간 정도는 여유가 있어야 내보내 준다길래 그사이 우리가 방황하다 보니 3시간 정도 남았길래 어쩌나, 하다가 다른 직원에게 문의하니 흔쾌히 "충분히 나갔다 오실 수 있어요."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용기를 내어 가보니, 입국장에서 직원에게 여권이랑 비행기 티켓을 보여주니 알아서 다 입력해 주고 바로 나가게 해주는 게 아닌가. 이런, 나만 졸았나. 그래서 쥬얼창이를 보러 갔는데 이런 대형 폭포를 실내에 만들 생각을 한 게 대단했다. 일 년 내내 더운 나라니 이게 가능하겠지. 우리 나라면 겨울에 얼어버렸을 텐데. 쥬얼창이 보고 바로 위로 올라가면 캐노피가든이 있는데 거기 있는 체험들을 다 하려면 입장료가 꽤 나온다.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은 아니어서 애들만 바운싱네트하라고 들여보냈다. 시간이 얼마 없어서 클룩 같은 곳에서 구매할 시간이 부족해 그냥 현장에서 카드 결제 후 밖에서 기다리는데 땀이 주룩주룩 흘렀다. 더워서 여행을 왔는데 여기도 더웠다. 다행히 아이들이 시간 맞춰 나올까 걱정했지만 알아서 제때 잘 나와주었다. 중3인데, 바운싱네트에서 뛰면서 즐거워했다. 2시간 전에는 다시 들어오라고 해서 출국장에 도착했는데 막상 할 일이 없다. 핸드폰이나 충전해야지 했더니 230 볼트. 충전선만 껴서 충전하려고 하니 그것도 크기가 맞지 않는다. 역시, 인천공항이 좋구먼.
발리행 게이트가 F59였는데 F59 쪽에 줄이 길어서 줄이 끝나면 들어가야지, 하고 있는데 갑자기 먼저 줄 서서 들어간 큰 아들이 직원과 함께 나한테 오는 게 아닌가? 으응? 했더니, 긴 줄은 프랑크푸르트 가는 F60 게이트의 줄이었고 F59는 탑승 마감 임박이었다. 아이고야. 하마터면, 이름 불릴 뻔. 이제 3시간만 가면 된다. 짧아서 그런지 타자마자 식사 주고 와인을 또 2잔이나 벌컥했는데 아무렇지 않고. 잠깐 졸다가 도착했다.
사전에 등록한 EVOA도 처음에는 에러 났지만 다시 해보니 잘 넘어가서 무사통과, 건강패스도 안 보여줬는데 그냥 통과, 짐 찾으려는데 짐이 안 나온다. 한참을 기다려 짐 찾고 밖으로 나오니 BNI 은행도 생각보다 한산하다. 우리가 짐을 오래 기다리다 보니 사람들이 이미 다 간듯하다. 사람들이 분명 돈 인출하는 거 하나도 안 어렵다고 버튼만 누르면 된다고 했는데 막상 기계 앞에 서니 뭐부터 눌러야 할지 몰랐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있는데 직원이 센스 있게 눌러줬다. 역시나, 센스쟁이들은 어디든 있다. 거의 12시간이 걸려 발리에 도착했다. 이제 숙소로 가냐? 음, 우리의 여행은 항상 극기훈련이다. 우리는 바로 멘장안-로비나로 간다. 우리가 두 발을 뻗고 자는 순간은 앞으로 18시간은 더 지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