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는 무엇인가? 논리를 이루는 한자어는 論理로서 쉽게 말해 말의 묶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로부터 동서를 막론하고 옛사람들은 말을 통해 학문을 발전시켜 왔으며, 인류의 지성과 윤리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가르침인 종교도 예외는 아니다.
초기 크리스트교 교회를 이끌어온 모습을 살펴보자면, 말씀으로 이루어진 잠언들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것으로 보인다. 초기 크리스트교의 모습을 나타내는 자료들을 살펴보자면 대부분 지금 우리가 읽기에 그다지 어려워 보이는 글귀들이 보이지는 않는다.
초기 기독교 교부들의 모습
1. 디다케와 초기 크리스트교의 가르침
디다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어쩐지 논어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최소한 이 글을 쓰는 필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기본적인 윤리, 상식, 우리들이 살아가야 할 방법이나 방향에 대해 말해주는 지혜로운 글귀들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디다케는 이미 매우 유명한 고전이 되어있기 때문에 인터넷에 찾아보면 금방금방 내용을 볼 수 있어 이곳에서는 주요하고 유명한 몇 구절만 가져오겠다.
"너희의 원수들을 위해 기도하라"
"만약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들을 사랑한다면, 그것이 너희에게 무슨 자랑거리가 되겠느냐? 그것은 이방인들이 행하는 방법 아니냐?", "너희는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을 사랑해야만 한다."
"만약 누군가가 너희의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라. 그러면 너희는 온전하게 될 것이다.""
"만약 누구든지 너희의 '외투'를 빼앗고자 하면 "그에게 너희의 겉옷도 주라."
레미제라블에서 은 촛대를 훔치는 장발장에게 다른 은 촛대까지 쥐어주는 주교
"주기를 주저하지 말고 마지못하여 주지 말라. 왜냐하면 너는 쾌히 너에게 보수를 주시는 분이 어떤 분이신지를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디다케의 특징
디다케에는 이러한 형식의 잠언이 계속해서 울려 퍼진다. 디다케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철학적 구성의 핵심이란 당시 세상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식과 정반대의 조언들을 잠언 형식으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교에서부터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고 배운다. 우리는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강건해야 하고, 지혜로워야 하며, 나아가 바보처럼 얻어맞고만 있지 말고 때때로 복수도 하라는 말을 듣고 자랐으며 우리 이전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도 이러한 조언을 가슴속에 새기고 있었을 것이다.
로마 공화국의 모든 법, 전통을 무시하고 갈리아, 게르마니아와 전쟁을 치른 뒤 모두 승리하고 승승장구한 율리우스 카이사르. 그는 유능한 정치인이었지만 무자비한 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디다케는 이러한 세상 사람들의 조언과 정 반대되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을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토대로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강해져서는 안 되며 약해져야 한다.
2) 안 맞을 정도로 지혜로워지기보다는 더 맞을 정도로 어리석어져야 한다.
3) 재산을 지키기보다는 재산을 베풀어야 한다.
이러한 잠언들은 모두 세상 사람들이 현실을 살아감에 있어서 재산을 불리거나, 권력을 획득하거나, 혹은 명예를 휘날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초기 크리스트교의 철학은 "약해지는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큰 울림을 줄 것으로 야훼로부터 예정받은 그의 아들 주 예수가 태어나자마자 누운 곳이 구유, 즉 여물통이었다는 점, 나아가 그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지위에 있는 사형수의 입장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모습도 이러한 초기 크리스트교적 모습과 부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나약한 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전 세계가 움직이는 일이 일어난다. 3. "약해지는 철학"이 유명해진 이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원시 크리스트교도들은 이러한 "약해지는 철학"에 가슴 깊이 반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철학은 상당히 독특한 것인데, 왜냐하면 당시까지만 해도 크리스트교의 교세가 엄청나게 강력했던 것이 아니기에 크리스트교를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직접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것도 없었을 것이며 심지어 로마제국 당국으로부터 극심한 탄압까지 받았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트교를 수용한다고 얻을 것이 없는데 잘못 믿었다가 처형당하기라도 하면 큰일 아닌가?
그럼에도 초기 크리스트교 신자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바치며 이러한 가치를 수호하고 전도하려고 노력했다. 주 예수 그리스도가 남긴, 남이 때려도 가만히 맞고만 있으라고 가르친, 재산은 지키는 것이 아닌 베푸는 것이라고 가르친, 나아가 세상을 지배할 정도로 지혜로워지기보다는 자신조차 지키기 어려울 정도로 어리석어지기를 청하는 가르침이 도대체 이들에게 어떤 감동을 선물했던 것일까? 도대체 "3세기의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로마제국 전체의, 나아가 세계 전체의 위기 속에서 민중들이 이러한 "약해지는 철학"에 반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