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메모는 한 편의 글로 자란다

PART 3 다양한 글감을 찾아라

by 집현전 지킴이


일단 메모하면 그것이 글 씨앗이 되고 생각이 덧붙여져 한 편의 글로 자란다. 메모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는다. 독서를 하면서 기록해 놓은 메모는 아주 훌륭한 글쓰기 재료가 되는 것이다. 이런 메모가 없이 한 편의 글을 쓰려고 하면 처음부터 난관에 부닥치게 된다.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라고나 할까. 일단 무엇을 써야 할지부터 고민이 된다. 아무런 준비가 없다 보니 글쓰기에 진척이 없다. 글쓰기에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이 필요하다. 그것은 독서를 하면서 발견한 깨달음 문구나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췌해 메모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대개 메모광이다. 순식간에 떠올랐다 날아가 버리는 아이디어는 메모해 단박에 붙잡지 않으면 영영 사라져 버린다. 머릿속 기억에 의존한다면 휘발성 강한 생각들을 놓쳐 버리고 말 것이다.



평소에 메모를 해놓으면 나중에 이것과 연관 지어서 글을 쓰게 된다. 메모했던 한 줄에서 글이 탄생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무슨 대단한 글이 선뜻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아주 작은 메모로부터 글은 시작된다. 우연히 발견한 낱말 하나, 순간적으로 신선하다고 생각되는 감동 문구를 붙잡아 둔 메모가 커져서 한 편의 글이 되고 책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메모의 효용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하찮은 메모라도 없으면 글을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떤 작가는 메모나 구상 없이 글을 써내려 가고, 그것으로 베스트셀러를 탄생시켰다는 이야기도 전해주지만, 아마도 그 작가는 머릿속으로 메모하고 구상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는 머릿속으로 미리 어떻게 글을 쓸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을 것이다. 머릿속 기억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메모가 생각을 붙잡는 데 효과적이다. 기억력에 의존한다는 것은 분명 한계가 존재하고, 아무리 머릿속에 저장된 내용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거나 기억된 내용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작문비법.jpg


뻔히 아는 문구를 메모하고 인용하다 보면 표절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내용을 너무 많이 인용하다 보면 그 글을 쓴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돼 내 주장이 없거나 내용이 부실해질 수 있다. 남의 글이 아무리 멋지고 좋아 보여도 그대로 쓰면 안 되고 내 나름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거나 수정, 편집해서 사용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무턱대고 이곳저곳 남의 글을 메모해 사용하면 자기의 주관이 없고 남의 생각을 짜깁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 글을 쓸 수밖에 없다.

메모를 습관화하면 정리된 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 할 일을 빠트리거나 실수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독서 메모를 생활화해 인용 문구를 적거나 생각의 편린들을 기록해 놓으면 나중에 훌륭한 글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다. 독서 메모를 한 노트 수십 권을 가진 사람은 글을 쓸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메모로 쌓아온 시간이 늘어날수록 글 씨앗이 돋아날 가능성은 커진다.



메모를 하는 것과 동시에 그 내용이 머릿속에 100%는 아니더라도 20~30%라도 남아 그들끼리 상호 작용하고 융합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 뇌가 가진 신비스러운 작용이다. 분명 낮에는 고민을 거듭해도 풀리지 않던 문제가 하룻밤 자고 나면 불현듯 해결책이 떠오르는 걸 경험하기도 한다. 우리가 비록 잠들어 있지만 뇌는 잠들지 않고 소기의 작용으로 눈앞의 문제를 후다닥 해결해버리는 것도 같다. 이런 신비한 뇌 작용은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이런 걸 생각하면 밤을 지새워 일하기보다는 적절한 시간에 잠을 자는 게 여러모로 이롭다고 할 수 있겠다.

메모는 그것들이 외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과 결합돼 새로운 내용을 창출한다. 더불어 뇌 속에 저장된 메모들은 알게 모르게 상호 작용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우리 머릿속에는 잡다한 정보를 정리해야 한다는 무언의 시스템이 있는 게 틀림없다. 우리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뇌는 열심히 일한다고 보면 된다. 잠을 잘 자면 오히려 뇌 속 활동은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은 ‘잠꾸러기’라는 말을 들어도 괜찮을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26화 다양한 독서로 글감을 수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