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 속에는 저자의 생각과 주장, 고민과 해결책이 들어가 있기에 내가 직접 경험해 습득하려면 몇 달, 아니 몇 년이 걸릴 삶의 지혜를 단 하루 만에도 습득할 수도 있다. 다양한 지식과 지혜를 손쉽게 습득할 수 있으니 책보다 더 나은 것은 없을 듯하다. 책은 바로 선지자들이 남긴 지혜의 보물창고라 할 수 있다. 책을 통하지 않고 다른 매체인 신문 방송이나 여타 시청각 자료를 통해서도 지혜를 배울 수 있으나 그것은 시간상 공간상 제약이 뒤따른다. 책은 손에 들고 다니면서 언제든지 펼쳐서 보고 읽을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깨달음은 사색과 연관이 깊다. 글 전체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만났을 때 사색하게 된다. 구슬이 꿰여 보배가 되듯이 지혜는 깨달음으로 꿰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독서는 바로 지혜를 얻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 지혜를 구할 수도 있고, 내 스스로 명상을 통해 숭고한 진리를 체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직접적인 지혜 습득 방법은 물리적으로나 시간상으로 많은 노력이 들어가게 된다. 그에 반해 책을 통한 지혜 습득은 시간 제약을 받지 않고 공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도 제약이 덜하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서 나쁠 것은 없지만 반드시 마지막 장까지 완독할 필요는 없다. 독서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책을 손쉽게 접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전문서적이나 전공서적의 경우에는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들여 읽고 이해해야 하지만 교양서적인 경우는 보고 싶은 곳, 눈길 가는 곳을 중심으로 읽으면 된다. 또 읽다가 재미없고 지루하고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책 읽기를 그 자리에서 그만두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슨 의무감으로 책을 읽는 것도 아닌데, 책을 정독하며 완벽하게 읽어야 할 그 어떤 이유도 없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이해가 되는 대로 글을 읽어가면 될 뿐이다.
독서는 정신으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라는 말이 있다. 독서와 여행은 미지의 세계에 관한 탐구에서 비롯돼 지난한 노력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지식과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해준다. 책 읽기를 통해 누구나 사물의 이치와 인식의 세계에서 생각의 크기를 무한히 넓힐 수 있다.
책을 읽는 것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라고 독서 예찬론자들은 말한다. 거인이 남긴 지혜의 산물을 바탕으로 내 자신의 성장을 이끌어간다는 데 독서의 가치가 있다. 백 마디 말보다는 책으로 읽을 때 거인이 남긴 가르침과 지혜를 온전히 배울 수 있다. 말로써는 전달되지 않는 의미의 맥락도 있는데, 우리는 책을 읽음으로써 행간의 의미까지 알아챌 수 있다. 책 속에서 만나는 감동적인 문구에 밑줄을 긋고 그곳에 내 생각을 메모한다면 그것은 거인과 대화하는 것이 된다. 거인의 말에 내 말을 더하는 게 되는 것이고, 그것은 하나의 훌륭한 교신이 돼 한 편의 글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권의 책은 달리 말하면 독서로 거인과 나눈 무수한 교신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메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일정을 수첩에 기록하는 것에서 나아가 내 생각을 메모한다든가, 책에다 내 감상을 메모 형태로 덧붙여 놓으면 글을 쓰는 데 소중한 재료가 된다. 훌륭한 아이디어도 메모하지 않으면 날아가 버린다. 생각은 순간적으로 떠올랐다가 금방 사라져 버리기에 재빨리 붙잡아야 한다. 머릿속에 생각을 넣어두고 싶겠지만 또 다른 생각이 좀 있으면 그것을 밀어내고 들어앉는다. 그러기에 처음에 반짝하고 나타난 생각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붙잡아야 한다. 독서와 메모는 상호 보완적이다. 독서를 함으로써 메모할 일이 생기고, 메모를 함으로써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