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어문 관련 책 5권을 정독하라

PART 5 어문어법으로 무장하라

by 집현전 지킴이



좋은 글은 독자들에게 재미나 감동을 준다. 아니면 친한 친구처럼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내어준다. 좋은 글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런 글은 막힘 없이 술술 잘 읽힌다.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도 제대로 갖춰야 좋은 글인 것이다.

뒤의 문장을 떼어다가 중간의 다른 부분에 넣어본다. 문단을 통째로 뒤바꿔 글의 흐름에 변화를 줘 본다. 그러면 글의 맛이 살아나 훨씬 더 긴장감 있는 글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문장 쓰기에 대한 기본 내용은 알고 있어야 글을 제대로 퇴고할 수 있다. 평소에 우리 국어문법에 대한 소양은 착실히 장착해 두어야 한다. 어문법에 대한 기본 지식 습득과 말글에 대한 교열 의식이 없다면 좋은 글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건축 예산은 추가 공사 등으로 20억 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이 문장이 매끄럽지 않은 건 조사 ‘으로’가 연달아 쓰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수정하는 게 좋을까. ‘건축 예산은 추가 공사 등으로 배 이상인 20억 원으로 늘었다.’ 별로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낱말의 순서만 바꿔도 껄끄럽지 않고 술술 읽힌다.

‘9억 원짜리 주택을 거래할 때 매매 수수료 상한액은 810만 원에서 450만 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역시 어순을 바꾸면 다음과 같이 매끄러운 문장이 된다. ‘9억 원짜리 주택을 거래할 때 매매 수수료 상한액은 810만 원에서 절반 수준인 450만 원으로 떨어진다.’

글쓰기 106.jpg 사진=픽사베이


글을 쓰거나 퇴고할 때 ‘뜻이 정확하고 간결하면서 우아한 문장을 쓸 것. 이것이 문장이다’라고 끊임없이 되뇌어 보자. 글이 다듬어지는 과정을 고려한다면 우리 말글에 대한 기본 지식과 문장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문법 관련 책을 고를 때 ‘어떤 책이 좋을까’보다 ‘나에게 무엇이 필요할까’를 생각하는 게 우선이다. 수십 종의 어문 관련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많은 책을 다 읽는다고 해도 어문 실력이 일취월장(日就月將)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효과적인 공부 방법은 자기에게 부족한 점을 잘 파악하고, 그 부분에 충실한 책을 찾아 읽어보는 것이다. 나의 어문 실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 최소한 몇 권은 있다. 현실적으로 몇십 권을 정독한다는 것은 힘겨운 일이고, 눈에 띄는 5권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독해력과 언어 구사 능력, 어문 실력을 기르려면 책 읽기를 즐겨야 한다. 책에서 우리는 다양한 지식을 얻는다. 일상생활의 범위에서 벗어나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사유를 하는 데 필요한 개념을 익히며, 여러 개념을 연결하는 논리적 상관관계도 배운다. 게다가 한글 맞춤법과 우리말 어순, 올바른 표기법 및 효율적인 문장 쓰기 등을 익힐 수 있다.

사람들은 글을 멋지게 쓰고 싶어서 문장론을 공부한다. 훌륭한 글을 베껴 쓰기(필사)도 한다. 모두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문장론을 공부하고 훌륭한 작가의 문장을 모방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글을 쓰고 싶으면 잘 쓴 글을 따라 쓰는 데 그치지 말고 잘못 쓴 글을 알아보는 감각을 키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는 바로 우리 어문 관련 책들을 찾아서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로쓰기>는 우리 말글에 들어와 문제를 일으키는 중국 글자말, 일본말, 서양말을 낱낱이 집어내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 그런 것을 정확하게 알아보고 물리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밖에서 들어왔지만 우리 말글에 잘 적응해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거나 오히려 우리 말글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외국말도 있다. 이런 것은 기꺼이 인정하고 활용해야 한다.

요즘 글 쓸 기회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한글 맞춤법을 어렵게 여기고 있다. 리의도 교수의 <이야기 한글 맞춤법>은 우리 어법과 맞춤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일상의 말글살이에서 쉽게 범해지는 잘못이나 자주 드러나는 문제 상황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말글의 구조와 생리를 파악하고 독자적인 문제 해결력을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 말글 바로 쓰기 노트-2]

<다름을 인정하는 말...“난 네 생각과 달라”>

무엇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그 부분을 고치려 드는 게 일반적인 태도다. 말하는 입장보다는 듣는 입장에서 ‘틀리다’는 말을 들으면, ‘내 말과 행동이 잘못됐나?’ 생각할 여지가 크다. 그러나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그 다름을 인정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는 네 생각과 틀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많은 사람이 “난 네 생각과 달라!”라고 해야 할 표현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같지 아니하거나, 보통의 것보다 두드러진 데가 있는 것을 ‘다르다’고 한다. 예를 들면 ‘둘은 쌍둥이 형제임에도 성격이 다르다’ ‘그토록 노력하더니 그 친구들과는 확실히 달라졌다’처럼 쓴다.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바라는 일이 순조롭게 되지 못하는 것을 ‘틀리다’고 한다. 예컨대 ‘집에 와서 보니 계산이 틀렸다’ ‘차가 이렇게 막히니 제시간에 도착하긴 틀렸다’처럼 쓰인다.

이즈음 정치 상황을 보면 여야가 극한 대결로 치달을 때가 많음을 본다. 자기 진영과 상대 진영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막말 악순환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다. 나와 의견이 다를 뿐인데, 네 말은 틀린 것으로 무시해 버린다. 정치는 상대방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타협과 협치로 나아가는 것이다.



<노사연 노래가 ‘바램’인 이유?>

예전에 영화 ‘알라딘’을 본 적이 있다. 눈길을 끈 것은 영화 막바지 알라딘의 말(자막)이었다. “특히 공주님, 더 좋은 사람 만나요. 원하는 것을 꼭 찾길 바라요.” 언뜻 보면 마지막 문장이 잘못 표기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은 맞는 표기다. 그동안 ‘~ 찾길 바래요’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올바른 표기가 낯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수 년 전, 노사연의 노래제목을 ‘바람’으로 해야 맞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 적이 있다. 이때 노사연의 소속사 측은 노래제목과 관련한 해명을 통해 “국어학적으로 바람이 표준어인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제목을 바람으로 했을 경우 부는 바람(風)으로 오해할 소지가 많아 ‘바램’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생각이나 바람대로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을 ‘바라다’고 한다. 여기서 활용한 형태가 ‘바라’ ‘바랐다’ ‘바람’이다. 많은 사람이 ‘바래’ ‘바랬다’ ‘바램’으로 쓰고 있지만 올바른 표기는 아니다. 예컨대 ‘성공하기 바라’ 해야 할 것을 ‘성공하기 바래’로 잘못 쓰고, ‘나의 바람이다’는 ‘나의 바램이다’로 잘못 쓰는 걸 보게 된다.

한편, 볕이나 습기로 색이 변하거나, 볕에 쬐거나 약물을 써서 빛깔을 희게 하는 것을 ‘바래다’고 한다. ‘햇볕에 색깔이 바랬다’ ‘색이 바래 누렇게 되었다’처럼 쓴다. 또한 사람을 일정한 곳까지 배웅하는 것도 ‘바래다’고 한다. ‘선생님을 역까지 바래다 드렸다’처럼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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