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단어와 조사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여라

PART 5 어문어법으로 무장하라

by 집현전 지킴이


내가 쓴 글을 잘 검증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훨씬 낫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책 읽기 없이 혼자 쓰기만 하게 되면 오류를 제대로 잡아내 고치기가 어렵다. 결론으로 말하자면, 쓰기만 하면 아는 대로 쓸 뿐이라 계속 틀릴 것이고, 좋은 책을 읽으면 많이 읽는 만큼 올바르게 쓰게 된다.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어문법 관련 책은 최소 5권은 읽어야 한다. 또한 여러 책에 담긴 다양한 문장 형태들을 만나다 보면 유형에 따른 규칙들이 몸에 밴다. 앞 문단 속 낱말을 보면 ‘대로’, ‘뿐’, ‘만큼’을 앞 단어와 띄어 썼다. 그러나 이 문장만 읽고 ‘대로’, ‘뿐’, ‘만큼’은 무조건 띄어야 한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 여기서 이 형태들은 모두 의존명사로 쓰여서 띄어 쓴 것이지만 어떤 경우는 보조사로 쓰이기도 한다. 보조사는 조사이므로 앞 단어에 붙여 써야 한다.

오늘의 한 문장.png 사진=픽사베이


예로 들면, ‘나대로 계획이 있지만 요구한 대로 따르겠다.’ ‘말없이 지낼 뿐인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너뿐이야.’ ‘지칠 만큼 연습하면 나만큼 성공한다’와 같은 경우이다.

문장은 낱말과 함께 여러 가지 부호로 구성된다. 문장을 구성하는 데에 동원되는 여러 가지 부호를 ‘문장 부호’라고 하는데, 그것은 글자만큼 중요하다. 때에 따라서는 글자보다 더한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반점( , )은 매우 작은 부호 가운데 하나인데,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문장 성분 사이를 단절시켜 주는 것이다. 그것이 있는 곳에서는, 음성화할 때에는 짧게 쉬어야 하며, 의미를 해석할 때에는 바로 이어지는 성분과는 일단 단절시켜야 한다.



조사는 단어와 단어 사이를 이어주고 매끈하게 만들어주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문제는 안 써도 될 곳에 ‘을, 를, 가’를 아무 생각 없이 쓴다는 데 있다. 의미 없이 문장 속에 자리한 이런 글자는 삭제해도 괜찮다. 아니 없애는 게 더 낫다. 뺄셈의 글쓰기, 글의 다이어트가 되는 셈이다. 조사 ‘을, 를, 가’ 때문에 문장이 늘어지고 읽을 때도 호흡이 살짝 꼬인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럴 땐 ‘을, 를, 가’를 빼버리면 한결 밀도 있게 느껴진다. 문장이 간결해지고 단단해진다.

언어 연구가 직업인 전문가들도 띄어쓰기 앞에서 주저하는 건 매한가지다. 그렇다고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다면 ‘동시흥분기점’처럼 운전자를 당황하게 하는 표지판을 종종 맞닥뜨릴지도 모르겠다.




한글 맞춤법에 따르면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단어란 무엇인가. 문장에서 자립해서 쓰이며 내부를 분리할 수 없는 최소 단위가 단어이다. 아버지의 형을 가리키는 ‘큰아버지’는 ‘큰 나의 아버지’로 쪼개면 본래 의미가 사라지므로 한 단어이다. 반면 ‘아버지가 크다’에 대응하는 ‘큰 아버지’는 ‘키가 큰 우리 아버지’처럼 ‘큰’과 ‘아버지’가 분리될 수 있으므로 하나의 단어가 아니다.

그런데 단어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항상 명쾌하지는 않다는 데 띄어쓰기의 어려움이 있다. 특히 둘 이상의 낱말이 합쳐진 구성이 ‘구’인지 ‘단어’인지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사용 빈도와 기간, 의미 등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나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쓰여야 단어가 되는지 명시적 기준을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길고양이’는 한 단어로 굳어져 ‘길 고양이’에서 ‘길고양이’가 되었다. 자주 쓰이는 만큼 단어로서의 수용성도 높아졌다고 본 것이다.


hand-5569162_640.png 사진=픽사베이


우리가 띄어쓰기를 잘못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품사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며, 둘째는 실제 발음 습관에 영향을 받는 때이고, 셋째는 자주 접하지 못하는 표현을 쓸 때다.

‘일밖에 관심 없다’와 같은 문장에서 ‘일밖에’를 ‘일(명사)+밖(명사)+에(조사)’로 잘못 알고 ‘밖에’를 띄어 쓰는 경우인데,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자어 명사 ‘외’(外, 바깥)를 사용한 ‘일 외에 관심 없다’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장에서 ‘밖에’는 ‘명사+조사’가 아니라 ‘뿐, 만’처럼 조사이며 반드시 부정을 나타내는 말이 따른다. ‘밖에’의 띄어쓰기가 헷갈린다면 같은 뜻의 ‘명사+조사’ 구조인 ‘바깥에’로 풀어보자. ‘눈 밖에 난 사람’은 ‘눈 바깥에 난 사람’으로 대체되므로 ‘밖에’를 띄어 쓴다. 그러나 위의 문장은 ‘일 바깥에 관심 없다’로 쓸 수 없으므로 ‘밖에’는 ‘명사+조사’가 아니다.



여러 조사가 결합할 때도 모두 붙여야 하는데, 길어서 살짝 끊어 말하는 습관이 글로 옮는 경우다. ‘집에서만이라도’의 ‘에서’, ‘만’, ‘이라도’가 조사인 줄 아는 사람도 정작 글을 쓸 때는 말의 영향을 받아 ‘집에서 만이라도’라고 쓸 때가 많다.

쓰임새가 줄어들고 있는 조사 ‘그래(그려)’, ‘커녕’도 제대로 알고 써야 한다. ‘그래(그려)’는 ‘가세그려’처럼 일부 종결 어미 뒤에 붙는 강조보조사이고 ‘커녕’은 ‘는커녕’꼴로 조사끼리 묶여 쓰일 때가 많은데 조사가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인지 잘못 띄어 쓸 때가 많다.


맞춤법을 바르게 구사하는 비결 중 하나는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레 올바른 맞춤법이 익혀진다. 글은 다양한 곳에 널려 있는데 왜 하필 책일까? 책은 출판까지 여러 검토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잡지나 신문도 차선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면의 제약으로 띄어쓰기에 다소 관대할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 기사, 그중에서도 속보성, 흥미성 기사는 시간과 조회수 경쟁 때문에 급조된 경우가 많아 맞춤법의 본보기로 삼기엔 적절하지 않다.




[우리 말글 바로 쓰기 노트-3]


<출판기념회 피로연에서 갈매기살을 먹는다>

결혼식이 끝난 다음에 음식 대접을 하는 것을 흔히 피로연이라고 한다. 피로연은 ‘披露宴’이라는 한자에서 비롯된 낱말로, 나른함을 뜻하는 피로(疲勞)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피로(披=알리다, 露=드러내다)는 ‘널리 알림’을 뜻한다. 혼인이나 출생, 출판기념회와 같이 좋은 일을 널리 알리기 위해 베푸는 연회를 피로연이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출판기념회 피로연을 베풀다’라는 말도 가능하다.

우리가 즐겨 먹는 갈매기살은 돼지의 횡격막을 이루고 있는 살을 말한다. 갈매기살이라 일컫게 된 경위는 이러하다.

원래 형태는 ‘가로막+살’이었는데, 두 낱말의 경계에 ‘이’가 첨가돼 ‘가로막이+살’이 되었다. 다음으로 ‘이’가 앞의 ‘아’에 영향을 미쳐 ‘가로맥이살’→ ‘가로매기살’이 된 것. 마지막으로 ‘가로’의 ‘오’가 탈락해 갈매기살이 된 것이다.



<말(馬) 입에 '자갈'을 물리면 안 된다>

한 정치인이 방송에서 “그것은 언론에 자갈을 물리겠다는 발상입니다”라고 잘못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말(馬) 입에 물리는 ‘재갈’과 ‘자갈(돌멩이)’을 구분하지 못해 나온 실수다.

‘키를 쥐고 있다’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예를 들어 “그가 이번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라고 하면, 그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방안을 갖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 경우 ‘열쇠를 쥐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이 ‘키’는 외래어 ‘키(key)’이다.

그런데 다음 예는 정확하지 못한 표현이다. ‘국가라는 배의 키를 쥐고 있는 OOO 대통령.(X) / 중국이 변화의 방향키를 쥐고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X)’ 이때의 ‘키’는 열쇠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배의 방향을 조종하는 도구를 말한다. 이때는 ‘키를 쥐다’가 아니라 ‘키를 잡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키를 조종하는 사람은 다른 말로 ‘키잡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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