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군더더기와 비문을 없애라

PART 5 어문어법으로 무장하라

by 집현전 지킴이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는 방법은 명사, 동사, 목적어 위주로 산뜻하게 글을 쓰는 것이다. 글쓰기 초심자들은 대체로 문장을 길게 쓰는 특징이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쪼갤 생각은 하지 않고 그대로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할 말을 한 번에 하겠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메시지가 완벽하게 전달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방해가 된다. 독자는 도대체 글쓴이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기 어려워진다.

군더더기를 없애야 글이 쉽게 잘 읽힌다. 문장의 군더더기란 무엇이며 군더더기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것을 아는 것은 간단하다. 없애버려도 뜻을 전하는 데 큰 지장이 없으면 군더더기다. 문장의 군더더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접속사, 둘째는 관형사와 부사, 셋째는 여러 단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관형어나 부사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문장 성분이다.


글쓰기 102.jpg 사진=픽사베이

부사와 관형사는 적게 쓸수록 좋다. 이미 완성된 문장이라도 반드시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문장 요소가 있으면 과감하게 빼야 한다. 특히 논리적인 글에서는 중요한 것이 화려함이나 기교가 아니라 뜻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문장의 힘과 효율성이다. 실제로 그렇게 해보면 주로 부사와 관형사를 삭제하게 된다. 속도감 있는 문장을 쓰는 작가 스티븐 킹도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부사를 없애라’고 강조했다.

글은 덜어낼수록 좋아진다. 간결한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 광고인이자 작가인 박웅현은 <책은 도끼다>라는 책에서 형용사와 부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김훈의 글은 형용사나 부사를 별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사실만 불러내서 정서를 전달하는데, 생각보다 그 힘이 굉장히 큽니다.’ 군살을 빼는 건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낱말을 빼도 뜻을 전달하는 데 지장이 없으면 군더더기다. '그는 식당을 어렵게 운영하지만 모든 일을 싱글벙글 웃으며 처리한다'에서 '싱글벙글'을 빼보자. 보통 부사는 강조하거나 에둘러 표현하거나 하나 마나 한 이야기를 할 때 쓰는 경우가 많다.




비문은 글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말 그대로 문법이나 어법에 맞지 않는 글, 문장 구성이 안 되는 글이 비문이다. ‘글은 나를 치유하는 좋은 방법이다’라고 썼다면 비문이다. 주어인 ‘글’은 ‘방법’이 될 수 없다. 주어가 ‘글쓰기’가 되어야 서술어인 ‘방법’과 제대로 호응하는 문장이 된다.

우리 민법에는 비문이 무려 200군데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제77조 제2항 ‘사단법인은 사원이 없게 되거나 총회의 결의로도 해산한다’는 누가 봐도 이상한 문장이다. 무슨 뜻인지 금방 이해할 수 없다. 자꾸 읽고 또 읽어야 무슨 뜻인지 겨우 감을 잡을까 말까다. ‘사원이 없게 되거나’는 동사구인데 접속어미 ‘-거나’가 쓰였기 때문에 이어서 동사구가 나와야 한다. 그게 문법이다. ‘총회가 결의할 때도’나 ‘총회가 결의할 경우에도’나 ‘총회의 결의가 있을 때도’와 같이 동사구가 나와야 제대로 된 문장이 된다.



법은 누구나 완벽하다고 생각할 텐데 왜 이런 일이 빚어졌을까. 1958년에 공포된 민법은 1950년대의 한국어를 보여 준다고 하겠다. 당시는 한국전쟁 후의 혼란기였고 문법에 신경 쓸 겨를이 없던 때였다. 더구나 민법은 일본 민법을 참고해 제정됐는데 일본어 투를 따르는 바람에 비문이 된 예도 많다.

그런데 이런 비문들은 왜 고쳐지지 않고 지금에 이르렀을까. 민법은 법률가들이 주로 이용하고 일반인의 경우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리고 법률가들은 법조문의 입법 취지를 아는 데만 집중할 뿐 민법의 문장이 문법에 맞는지엔 관심이 없었다.




[우리 말글 바로 쓰기 노트-4]


<정답을 맞히다>


‘맞히다’를 써야 할 곳에 ‘맞추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인터넷 포털에 올라와 있는 문장들이다.

*‘사자성어’ 문제에서 꼴찌들은 답을 맞추지 못했다.(X)

*퀴즈에서는 정답을 맞추지 못했다.(X)

*교수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답을 문의했으나 정답을 맞추지 못했다.(X)

앞 예문에서 밑줄 친 부분은 ‘맞히지’로 써야 한다. ‘맞히다’는 ‘적중하다’는 뜻의 말이다. 그래서 정답을 골라내는 경우에는 ‘맞히다’라고 한다. 이것을 잘못 쓰는 사례가 많다 보니, 표준국어대사전 ‘맞히다’ 항목에서 그 정확한 쓰임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퀴즈의 답을 맞히다’가 옳은 표현이고 ‘퀴즈의 답을 맞추다’라고 하는 것은 틀린 표현이다. ‘맞히다’에는 ‘적중하다’의 의미가 있어서 정답을 골라낸다는 의미를 가지지만 ‘맞추다’는 ‘대상끼리 서로 비교한다’는 의미를 가져서 ‘답안지를 정답과 맞추다’와 같은 경우에만 쓴다.



<‘그러고 나서’가 올바르다>

‘오전 업무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나서 점심 식사를 했다.’(X)


이 문장은 얼핏 보기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고 나서’는 ‘그러고 나서’로 써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연속되는 움직임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예문의 경우 ‘그리고’를 굳이 살려 쓰고 싶다면 뒤에 오는 ‘나서’를 빼면 된다. ‘오전 업무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점심 식사를 했다’로 하면 자연스러운 문장이 된다.

문장을 이어주는 접속의 역할이 아니고 ‘그렇게 하다’는 뜻으로 읽힌다면, 그 경우는 동사 ‘그러다’가 쓰일 자리다.

‘설날 세배를 한 후 어른이 덕담을 하며 묻는 말이 있으면 올바르게 대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고 나서 일어서 나올 때는 다시 공손히 반절을 하면서 나오는 것이 올바른 예의다.’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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