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어려운 내용은 쉽게 풀어서 써라
PART 5 어문어법으로 무장하라
일반인이 쉽게 읽을 만한 정도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중학교 수준’, 즉 중학생이 이해할 수준으로 적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읽는 사람에 따라 난이도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할 때는 그 무리 중에 좀 낮은 이해도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써야 한다.
부스터 샷(Booster Shot)은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추가 접종하는 것을 말한다. 즉 1회 접종 완료하는 백신을 2회 접종하거나 2회 접종 완료하는 백신을 3회 접종하는 것을 가리킨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부스터 샷’이 이슈가 됨에 따라 뉴스에서 자주 듣는 말이었지만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용어다. 국립국어원은 ‘부스터 샷’을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추가접종’을 선정했다.
사진=픽사베이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이루어짐에 따라 ‘트래블 버블’이란 용어도 새로이 등장하기도 했다.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은 방역 우수 지역 간에 안전막을 형성한다는 뜻으로, 두 국가 이상이 서로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을 지칭한다. 이 협약이 체결되면 2주간의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등 입국 제한조치가 완화된다. 국립국어원은 ‘트래블 버블’ 대신 쉬운 우리말인 ‘여행 안전 권역’ 또는 ‘비격리 여행 권역’이란 말을 쓸 것을 권하고 있다.
‘공서양속(公序良俗)’도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용어다. 글자대로 풀이하면 ‘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이다. 민법(103조)에선 공서양속 대신 ‘선량한 풍속 및 기타 사회질서’라고 바꿨으나 상표법(7조1항)에선 그대로 쓰고, 보험약관 등에도 자주 등장한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공서양속 대신 ‘사회 질서와 선량한 풍속’으로 통일해 쓰면 좋을 것이다.
어렵기로 말하자면 ‘주위적 공소사실(主位的 公訴事實)’과 ‘예비적 공소사실’도 만만치 않다. ‘주위적’의 한자 풀이는 ‘주된 지위적’이란 뜻이지만, 한글로 주위적이라고 쓰면 ‘주변적’으로 읽히기 십상이다. 공소는 공적인 하소연, 즉 검사가 (범죄사실에 대한) 재판을 신청하는 것이다. 주위적 공소사실이라고 하면 ‘공소를 제기한 주된 범죄 사실’이란 말이다. ‘공소의 주된 사실’ 혹은 ‘주된 공소 사실’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다.
‘모사전송’도 법조계 특유의 단어다. 사자성어가 아니라 팩시밀리의 일본식 한자어다. 팩시밀리를 줄인 팩스(fax)는 국어사전에도 나오는 외래어다. 모두가 알고 쓰는 상용어를 놔두고 굳이 생소한 일본식 한자어를 찾아 쓰는 것은 피해야 한다.
문화재 안내문에 ‘북한산을 배산(拜山)으로 하여 산세를 따라 건물을 배치하였고, 계곡에서 흐르는 명당수를 유입하여 정원수(庭園水)와 방화수(防火水)로 이용하고 있다’와 같은 문장이 있다면 어떤가. 불필요한 한자어나 정원수와 같이 사전에도 없는 말도 있어 쉽게 읽히지 않는다. 불필요한 표현은 줄이고, 어려운 한자어 대신 고유어를 사용하여 풀어 쓰면 ‘북한산의 산세를 따라 건물을 짓고, 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끌어들여 정원에서 사용하거나 불을 끌 때 이용하고 있다’와 같이 된다. 이전 문장보다 이해하기 쉽다.
이 밖에도 ‘고졸하다’, ‘모간하다’, ‘후육하다’처럼 어려운 한자어나 사전에 없는 표현을 문화재 안내문에 쓰기도 하는데 ‘소박하다’, ‘본떠 새기다’, ‘두껍다’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워질 것이다.
문화재는 남녀노소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안내하는 문구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직접 문화재 안내문을 감수하기도 하고, 문화재청과 문화재 안내문 작성법을 담은 안내서를 발간하여 문화재 안내문을 쉽고 바르게 쓰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 말글 바로 쓰기 노트-5]
<헷갈려 잘못 쓰는 말글>
*우리나라 수출이 외형이나 경쟁력에서 일본·중국에 뒤쳐지는 것으로 드러났다.(X)
예문에 쓰인 ‘뒤쳐지는’은 ‘뒤처지는’으로 적어야 올바르게 된다.
*우리나라 수출이 외형이나 경쟁력에서 일본·중국에 뒤처지는 것으로 드러났다.(O)
‘뒤처지다’는 ‘어떤 수준이나 대열에 들지 못하고 뒤로 처지거나 남게 되다’란 뜻을 갖는다.
‘뒤쳐지다’는 ‘물건이 뒤집혀서 젖혀지다’라는 뜻을 지닌다. ‘화투짝이 뒤쳐지다’나 ‘바람에 현수막이 뒤쳐지다’ 따위로 쓰인다.
*마음 같아선 처들어가고 싶었죠.(X)-> 마음 같아선 쳐들어가고 싶었죠.(O)
*우리 집에 외계인이 처들어왔어요.(X)-> 우리 집에 외계인이 쳐들어왔어요.(O)
‘처먹다, 처박다’ 등 함부로 하는 행동의 동사들과 뜻이 통하는 느낌도 있어서 예문처럼 ‘처들어가다, 처들어오다’로 잘못 적는 경우가 있다. ‘쳐들어가다’의 경우 ‘쳐’로 적는 것은 ‘치다’와 ‘들어가다’가 결합한 말로 ‘치어(치-+어)’가 ‘쳐’로 줄어든 것이다.
‘쳐, 처’는 발음으로 구별되지 않으므로 어법으로 구별해 써야 한다.
형태가 비슷해서 그런지,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는 뜻을 가진 ‘들르다’를 흔히 ‘들리다’로 오해한다. 그래서 ‘나중에 한국 가면 인사하러 들릴게요.’(X) ‘나중에 한 번 슬쩍 들릴게요.’(X)로 잘못 쓰기도 한다. 이 문장들은 ‘나중에 한국 가면 인사하러 들를게요.’ ‘나중에 한 번 슬쩍 들를게요.’로 써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러, 들렀다, 들를게요’와 같이 활용한다.
목이 말라 물을 먹을 때 ‘들이켜다’를 써야 하는데, ‘들이키다’로 잘못 쓰기도 한다. ‘들이키다’는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의 의미다. ‘식혜만 들이켜다(들이키다X) 결국 찬바람이 부는 야외로 피신하고 말았다.’ ‘한 남성이 맥주를 한 번에 들이켜다(들이키다X)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로 써야 한다.
‘치러’와 ‘치뤄’ 가운데 어느 것이 올바른 낱말일까? 헷갈려 하는 이유는 낱말의 기본형을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사전에서 ‘치르다’를 표준으로 인정하고 있다. ‘박해일, 양호실에서 수능시험 치러…불의의 사고 당했다.’ ‘따뜻한 위로 덕에 모친 장례 잘 치러’로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