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끝) 쉬운 말로 짧고 간결하게 써라

PART 5 어문어법으로 무장하라

by 집현전 지킴이


쉽고 간결한 표현으로 쓴 글은 잘 읽힌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읽기 쉬운 글이라 해서 손쉽게 쓴 글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반대일 때가 더 많다. 가독성이 좋은 글이 쓰기는 더 힘들고 어려운 법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읽기 쉬운 글이 쓰기는 가장 어렵다”라고 말했다. 읽기 쉽고 핵심이 분명한 글은 독자를 집중시키고 계속 읽고 싶게 만든다.

독자의 공감을 얻고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잘 쓴 글이다. 많은 지식과 멋진 어휘, 화려한 문장을 자랑한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독자가 편하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기본이다. 기본을 지키기만 하면 최소한 못나지 않은 글은 쓸 수 있다.



글을 쓸 때 어렵게 쓰거나 전문용어를 남발해버리면 사실상 독자와의 소통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대중적인 책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글은 쉬워야 한다. 중학생 정도의 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어려운 글은 죄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일부러 골탕을 먹이려는 게 아닌 이상 어려운 글이 좋을 이유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물론 내용 자체가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글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그 경우에도 그중 가장 쉬운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쉽게 쓰면 글의 품격이나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크나큰 착각이다. 어렵게 쓰는 글이야말로 품격은 없고 알아주지 않는다. 글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읽는 사람이 줄어든다. 쉬운 글은 친근하고 다정다감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글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이 공감으로 연결된다. 쉽게 읽혀야 메시지가 잘 전달되고 매끄럽게 읽힌다.

글쓰기 107.jpg 사진=픽사베이


일단 단문에 핵심 아이디어를 담아둔 다음, 꼭 필요한 경우 표현을 추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처음부터 모든 생각을 다 넣으려고 하기보다는 단순한 문장을 먼저 만들고 여기에 넣고 싶은 표현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써야 한다.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글을 쓰고 나서 각 문장의 주어와 술어의 호응을 최소한 두세 번 정도는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한 문장에 하나의 생각이 담긴 단문으로 쓰는 습관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글은 되도록 짧고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문학작품도 그렇지만 논리적인 글도 마찬가지다. 단문은 그냥 짧은 문장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길어도 주어와 술어가 하나씩만 있으면 단문이다. 문장 하나에 뜻을 하나만 담으면 저절로 단문이 된다. 주어와 술어가 둘이 넘는 문장을 복문이라고 한다. 복문은 무언가 강조하고 싶을 때, 단문으로는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때 쓰는 게 좋다. 단문이 복문보다 훌륭하거나 아름다워서 단문을 쓰라는 것은 아니다. 뜻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을 쓰는 것이 더 어렵다. 짧은 글을 쓰려면 정보와 논리를 압축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압축 기술로는 대표적으로 짧고 간단한 문장 쓰기와 군더더기 없애기를 들 수 있다.

언어생활에도 경제성의 원리가 적용된다. 즉 같은 의미라면 짧고 간단한 것이 좋다. 그러나 뭐든 적당해야 하듯, 이 원리도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생선(생일선물), 고터(고속버스터미널), 보배(보조배터리)처럼 줄여버리면 말하는 사람에겐 경제적이지만 듣는 사람으로서는 뜻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비경제적이다. 언론사 일간지 칼럼은 정해진 분량을 지켜야 하므로 퇴고할 때 경제성을 자꾸 따져보게 된다. 경제성 추구는 말을 간결히 꾸미는 기능 외에도 끊임없이 말을 공부하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



언어의 경제성을 추구하고자 할 때 기본은 잉여를 제거하는 것이다. 여기서 잉여는 정보의 중복이나 과잉을 말한다. ‘역전(驛前) 앞’은 의미 중복으로 워낙 많이 지적되어 이젠 상투적인 예가 되었지만, 말을 아껴 쓸 구석은 아직 많다. 예를 들어 ‘홀로 고군분투하다’ ‘뒤로 후퇴하다’ ‘나도 역시 그렇다’ 등에서 ‘홀로, 뒤로, 역시’는 중복이므로 빼버리는 것이 경제적이다.

글이라는 것은 어려워지면 독자에게는 지옥의 시간을 선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혹시 누군가에게 지옥의 시간을 선사하지는 않았는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글은 말처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남는 것이다. 누군가의 시간 속에서 지옥을 선사하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우리 말글 바로 쓰기 노트-6]

<형태가 비슷해 헷갈리는 말글>

공공장소나 방송에서 잘못 쓰인 말글은 우리의 언어생활을 어지럽히는 주범이 된다.

TV방송을 시청하다 우리말을 한국 사람보다 더 잘 하는 외국인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리의 속담과 격언을 인용해 가면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언어의 달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에게도 헷갈리는 말들 중 하나는 ‘체, 채, 째’이다.

‘체’와 ‘채’는 소리가 비슷한 데다 쓰이는 환경도 비슷하다. 여기에 ‘째’까지 더해지면 머리가 아플 정도다. 우선 ‘체’와 ‘채’의 올바른 쓰임을 보면, ‘누나는 그 떡을 먹은 체(도) 하지 않는다.’ ‘주권을 빼앗긴 채(로) 살아 왔다’처럼 쓰인다.

‘체’는 대체로 ‘어떤 행위를 한 것처럼’ 할 때 쓰며, ‘척’으로 바꿔 쓸 수 있다. 이에 비해 ‘채’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를 나타낸다. 지속의 의미가 들어가 있다. ‘체’ 뒤에는 조사 ‘–도, -만’ 등이 두루 붙을 수 있지만, ‘채’ 뒤에는 ‘-로’ 정도만 붙을 수 있다.


‘채, 째’의 아리송한 쓰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서울지하철 5호선 내부에 설치돼 있었던 상업 광고판 문구였다. 한때 ‘통증, 뿌리채 뽑겠습니다’로 잘못 표기돼 있었다. 올바른 표기는 ‘통증, 뿌리째 뽑겠습니다’로 해야 한다. ‘뿌리 그대로, 전부’라는 의미를 나타내려는 문장이기에 ‘째’를 쓰는 게 맞는데, 명사 ‘채’와 헷갈려 잘못 쓴 것이었다.

글을 쓰다 보면 형태가 비슷한 낱말 사이에서 헷갈릴 때가 많다. 구별해 써야 할 말 가운데 하나로 ‘ㅔ’와 ‘ㅐ’가 있다. 형태상으로 ‘-더라’로 바꿀 수 있으면 ‘-데’를 쓰고, ‘-다고 해’로 바꿀 수 있으면 ‘-대’를 쓰면 된다.

“영화 ‘파일럿’ 참 재미있데.” 혹은 “영화 ‘파일럿’ 참 재미있대.”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재미있데’는 내가 직접 영화를 보고 소감을 말하는 것이고, ‘재미있대’는 다른 사람의 소감을 전달하는 것이다.

‘금새, 금세’도 헷갈려 잘못 쓰는 말 중 하나다. ‘눈이 금새 피로해졌어요.’(X) ‘금새 사랑에 빠졌네요.’(X) 두 예문의 ‘금새’는 ‘금세’를 잘못 쓴 것이다. ‘금세’는 ‘금시(今時)+에’가 줄어든 말로 ‘바로 지금’이라는 뜻을 갖는다.

‘금세’를 ‘금새’로 잘못 적는 이유는 ‘요사이’의 준말인 ‘요새’를 떠올리는 데다, ‘ㅔ’와 ‘ㅐ’의 구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금새’는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물건 값의 비싸고 싼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다. 예를 들면, ‘시장에 팔려고 가져온 채소이지만 금새만 잘 쳐 주면 당신에게 넘길 수도 있다’처럼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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