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 골라 먹을 순 없나요?
저도 싫어하고 소화 못하는 음식이 있어요.
2022년도 1학년 학생들을 가르칠 때 놀랐던 것 몆 가지 중 하나는 급식 관련이다.
코로나 시기를 2년이나 거쳐서 어린이집, 유치원은 제대로 다녔나 싶었던 당시 1학년 아가들!
가정에서 양육된 시간이 많아서 학생들마다 먹는 속도와 양이 천차만별이었다. 메뉴 호불호도 다르다. 그나마 비슷한 반응을 모아 초등 1학년 급식 관련 몇 가지를 요약하면
1. 유치가 빠지는 시기라 딱딱한 음식, 쫄깃거리는 떡을 못 먹는 학생이 있다.
2. 떡볶이는 너무 좋아하면서 인절미토스트는 못 먹는다.(선생님이 먹어줄까 그러면 내 식판에 한가득 쌓인다.)
3. 치즈가 나오는 피자류, 라자냐는 품절이다.
4. 해산물은 못 먹어도 부대찌개는 먹는다.
5. 냉이된장국, 각종 된장국류 못 먹는다.
6. 순두부찌개는 호불호 갈린다.
7. 쇠고기뭇국, 설렁탕은 무난하게 잘 먹는다.
8. 죽 종류에 따라서 못 먹는 경우가 있다.
9. 카레, 자장밥, 치킨마요 등 일품요리를 좋아한다.
10. 비빔밥은 그냥 나물 따로 밥 따로
11. 김은 밥과 먹는 것보다 후식으로 따로 먹는 걸 좋아한다.
12. 한입주먹밥 먹기를 좋아하지만 스스로 뭉쳐서 먹지 못한다.
13. 수저 사용이 능숙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숟가락으로만 먹는 학생들이 제법 있다.
14. 김치 못 먹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김치찌개는 좋아한다.
15. 없어서 못 먹는 과일인데, 못 먹어서 잔반으로 들어가는 과일 양이 제법 된다.
16. 개인물병 지참 시 꼭 공부시간 책상 위에 꺼내놓는다.
사족을 붙이자면
우유급식까지 먹어야 충분한 영양소로 손색이 없다.
우유 안 먹는 학생들은 영양 균형이 맞지 않냐면 그건 아니다. 초등학교 급식 자체가 성장기 어린이용으로 고단백 고지방 고탄수화물이다. 적당한 양을 먹어야 좋다.
3학년 교실은 그나마 급식당번도 제 역할을 해내고 줄 서서 식판에 받기까지 그럭저럭 잘 돌아간다.
초등학교 1학년 급식시간은 담임교사가 앉아서 밥 먹는 시간보다 리필하고 흘리고 못 먹어서 옆에서 떠 먹여줘야 하는 학생까지... 차라리 일찍 끝나는 날은 학생들 하교지도 후 먹는 게 편할 정도다.
(코로나 시기에 그렇게 하셨던 1학년 선생님도 계셨다.)
3학년이 되어서 2 학급이었던 학급수가 전년도 선생님들의 요청으로 3 학급이 되었다. 급식 인원은 같은데 3 학급이 되다 보니 다른 건 부족하지 않은데 밥양이 부족해서 슬쩍 옆반에 가서 퍼온다.
고학년이면 눈치껏 옆반에 가서 얻어오긴 하는데 아직 3학년이라 그 정도는 무리다. 다음부턴 급식실에 연락드려 올려달라고 하는 게 좋겠다.
아직 손발을 맞추느라 1주일, 5번의 급식당번이라 짧은 줄 알았는데 가르칠 게 많았고 익숙해질 때가 되니 급식당번이 바뀐다. 다음 주 급식당번 학생들이 기대된다.
다음 주 급식당번 중에 김치를 못 먹는 학생이 있는데 급식 나눠줄 때 김치를 나눠주게 해 볼까?
사실 나도 잘 못 먹고, 버리고 싶은 음식이 있단다.
급식으로 나오는 떡갈비, 볶음 닭요리, 부침개 이런 종류는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사실... 좋아하거나 먹을 수 있던 음식인데 나이 들면서 소화력이 떨어져서 조심해야 하는 음식이 되었다.
카레밥이 자주 나오고 맛있는데 먹으면 오후 내내 카레향이 올라오고 속이 더부룩하다. 학생들이랑 같이 급식을 안 먹을 수 없으니 맛있게 먹고 보건실 찾아가 소화제를 챙겨 먹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급식으로 나오는 음식 중 편식하는 음식이 있는 건 당연하지만, 편식이 고쳐지는 순간 식습관뿐만 아니라 다른 생활면이나 정서적인 측면까지 부드러워지고 심리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이 달라진다. 음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사람이나 사물을 속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같이 많은 부분, 무의식 변화를 가져오는 듯하다.
이건 나의 지론이지만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편식으로 싫어하던 음식재료를 직접 재배하거나 손질하는 경험으로 직접 만지고 맛본 재료로 만든 음식은 스스로 소중히 여기게 된다.
초등학교 교사의 점심시간은 급식지도로 근무시간이다. 4시 30분 퇴근이 되는 이유가 아침 8시 30분 아침자습 시간부터 8시간 근무여서이니 열심히 일하고 칼퇴해서 쉬는 것이 최선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면 다들 그렇게 하시는데 나만 그렇게 못하다 보다. 내일은 월요일, 할 일이 많지만 급식지도도 열심히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