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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Apr 10. 2024

수업시간 장갑을 낍니다.

업무용 교사일지-업무냐 수업이냐

이번 해 교육 관련 예산이 줄었다고 한다.

내가 맡은 업무는 기초학력인데 작년보다 예산이 1500만 원 정도 줄었나 보다.

공모사업으로 가져온 학습지원 튜터를 제외하고1 영역 200만 원, 2 영역 1900만 원, 도합 2100만 원이 왔다.


기초학력 예산의 산정근거는 학교 학생수와 집중지원대상 학생수와 관련이 있다. 이번 해도 예년과 비슷한 인원으로 신청했고, 전년도 담당자가 윗분들과 회의를 거쳐서 신청한 금액에서 100만 원 모자라게 왔다. 덕분에 1 영역(지원체계 구성),2 영역(지원방법) 2100만 원으로 살림을 꾸려야 한다.

이번 해는 1,2 영역 합쳐서 10%까지 업무추진비를 쓸 수 있다. 그러나, 2 영역은 대부분 인건비로 지출이 될 예정이라 협의회비로 쓸 수 있는 금액은 20만 원이 전부다.

3월 퇴근 후 바쁘게 담임업무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칼퇴하면 좋겠지만 내 퇴근시간은 다른 선생님들이 모두 퇴근하시는 오후 4시 30분 이후 2시간이 지 6시 30분쯤이다.

집에 있는 아들이 다른 분 도움으로 함께 있고 다소 복잡한 사정이 있는 주거환경으로 내 목소리가 아닌 남의 목소리가 울려야 조용하기에, 아니면 칼퇴 후 업무를 자택에서 하시는 다른 교사들과 다르기에, 공적인 공간인 내 교실에서 화장실에 한번 가기도 빠듯하게 일을 하다 귀가한다.


학생들과 3월 4일 개학 후 첫날을 보내고 3주 차가 된 그때, 수요일에는 학부모 공개수업, 학교 학급설명회를 했다. 동학년에서 같은 주제로 수업을 진행해서 학년부장님과 옆반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자료와 학습지, 파일로 무장해서 공개수업을 했다.

3학년 착한 우리 반 학생들(내 눈에 콩깍지는 학생들 졸업할 때까지 계속되길)이 작년에 나를 만나고 1학년 때 나를 보았기에 보통 3월에 보이는 착한 어린이의 옷을 입지 않고, 나도 근엄한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학생들과 생활하고 있다.

스스로 친절한 선생님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한번 담임했던 학생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무장해제가 된다. 1학년 때 담임했던 학생들의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공개수업 마칠 때까지 학생들의 모습에 웃기도 하고, 열심히 손 들고 발표하지 않으면 안타까워하시면서 수업을 즐겁게 바라보셨다.

대신, 학생들 수업이 마치자마자 학교, 학급설명회가 있건만 미소 장착 인사 후 빠르게 사라지셨다. 복도에서 잠깐 배웅 후 어머니 두 분과 교실로 들어왔다. 어머니 두 분께서도 어린 동생 데리 가야 하고 밖에서 기다리는 학생과 같이 집으로 가고 싶다고 하셔서 자리에 앉지도 못한 채,

간단한 (스탠딩) 학급설명회 후 어머니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행사 일정을 마쳤다.

월요일 우리 반만 학교 방송이 안 나와서 전산실무사 분이 여러 번 왔다 가시고 엔지니어분까지 오셔서 스마트칠판과 연결된 학교방송 세팅으로 학부모총회 하루 전 5시쯤 가신 건... 아무도 알 수가 없었던 거다.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준비된 학교 설명회는 담임인 나만 참여하고 끝났다.

다행인 것은 날림으로라도 만들어야 했던 학급설명회 파일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2024년 3월의 가장 바쁜 이때 다음 주 주말인 3월 30일은 이사다. 아휴~~~ 한숨이 나온다.

만만치 않은 업무, 가정일, 숟가락 얹는 너무 바쁜 남편까지! 그래도 3월의 시간은 흘러간다.


*수업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하는 수업, 학습지 등 수업자료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수업을 맨손수업이라고 합니다.

수업시간에 장갑을 낀다는 말의 뜻 유추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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