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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햇살 Jan 31. 2023

꿈꾸는 소녀

그녀의 향기

 삼 년 전에 '혼불 완독하기'에서 인연을 맺은 정선생님에게 '꿈꾸는 소녀'라는 애칭을 붙여드렸다. 예순을 갓 넘긴 분이라는데 그녀의 열정은 청년보다 앞서 있다. 수업 시작 전에 일찍 오셔서 힘 있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항상 앞자리에 앉아서 수업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그녀는 해박한 지식을  뽐내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함께하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 준다. 그래서 그녀 주위에는 사람들이 오래 머문다. 사람을 끄는 그녀의 비결은 항상 배우면서 자신을 성장시키려는 향기에 있는 것 같다.

 

  그녀는 명사가 아닌  동사의 꿈을 꾼다. 멈추지 않고 매일 성장한다. 환경 운동을 하고 의식 있는 모임에 참여하여 의견을 모으는 일에 적극적이다. 혁신적인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다도를 배우고 그 실력으로 지인들을 즐겨 대접하거나  자수를 배워 정성껏 수를 놓아 선물을 하는 등의 정적인 일에도 열심이다.  


  지난여름에 그녀는 박물관 휴게실에 있다고 연락을 주셨다. 그곳은 그녀가 종종 책을 읽으며 차도 마시는 최애의 장소란다. 그녀의 소프라노 기압에 동화되어 부리나케 달려갔다. 휴게실엔 그녀 혼자였으나 초대된 가을로 충만했다. 고동색의 탁자 위에 하얀 광목천을 깔고 그 위에 가을을 옴시래기 옮겨 놓았다. 주황의 감과 노란 모과, 빨간 사과와 물든 단풍잎, 강아지풀, 들꽃 등으로 차려진 탁자는 눈이 먼저 호강하는 분위기였다. 그녀와 일상을 나누고 다른 독서모임에 대해 귀동냥을 한 그날 하루는 알토란이었다.  그녀의 꿈들이 내게로 오고 있었다. 


 

  <혼불> 완독 하기의 12차시 수업이 끝나갈 무렵, 꿈꾸는 소녀로부터 책싸개를 선물로 받았다. 10년 넘게 사용한 책이 너덜너덜해진 것을 눈치채고 <혼불> 책 크기에 안성맞춤으로 만든 싸개였다. 여섯 송이의 별꽃과 녹색의 줄기, 빨강 체크무늬 리본이 표지 중앙에 아리잠직하게 앉아있다. 그녀를 보는 듯하다. 

오른쪽 아래에 검은색으로 수놓아진 진. 숙.이라는 이름이 이처럼 예뻐 보일 때가 없었다. '진'과 '숙'사이에 노란 꽃 한 송이가 깜찍하게 앉아 있다. 내 이름이 이렇게 예쁘다는 것을 알려 준, 이름값을 상승시켜 준 선생님의 평안을 빈다. 감사 감사합니다. 꿈꾸는 소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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