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지만 더 나아질 나를 위해
어느덧 20대의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할 당시 20대 후반이 된 저의 모습을 떠올리면
사회의 한 부분에 자리를 잡으며 로스쿨 재학생이 되어있는 저를 상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20대 후반의 저를 상상할 때마다 괴로울 때가 있었습니다.
학위복을 입고 졸업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괜히 슬펐고,
졸업 후의 모습을 떠올리려 하면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대학생 신분이 아닌 사회초년생으로서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막학기를 앞둔 대학생이 되어 졸업논문을 썼습니다.
졸업논문 담당 교수님께 자신 있게 로스쿨에 가고 싶다고 말씀드린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리고 본관 앞에서 학사모를 던지는 모습을 끝으로 갑작스럽게 25살이 되어버렸습니다.
졸업 후 리트 공부를 하며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풋풋했던 나,
혼자 은행에 가서 예적금을 가입하며 어려워했던 나,
공인인증서 하나 재발급하는 것도 힘들어했던 나.
마냥 모든 것이 서툴기만 했던 25살, 26살이었던 저는
이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을 상대하고 회사 대표의 갑질을 견뎌내야 하는 사회초년생이 되었습니다.
학교 수업을 들으며 열심히 학점 관리를 했던 대학생은 어느 순간,
면접관들과 마주하며 자신을 어필해야 하는 사회초년생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동안 정말 많이 불합격 통보를 받고 길을 헤매며
꿈에 부풀어 있던 20대 초반의 저에게 죄책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학생 시절의 저를 실망시켰다는 미안함이 마음 한 구석에서 저를 콕콕 찔렀습니다.
사회에 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저는 크고 작은 상처를 받아왔습니다.
생각보다 깊었던 상처들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직장에서, 면접장에서,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된 상처들이
아직도 저의 마음속에 남아 저를 흔들고 있습니다.
'왜 하필 나야?', '저 사람은 왜 나한테 이러지?', '열심히 했는데 왜 떨어졌을까?'
어떤 실패는 절대 잊히지 않았고, 비수를 꽂았던 어떤 말들은 시간이 지나도 쓰라렸습니다.
하지만 20대의 끝에 있는 저는 이제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려 합니다.
아팠던 저를 떠올리며 끊임없이 성장하려고 합니다.
저에게 상처를 줬던 직장 상사들을 떠올리며 '보기 안 좋다. 나는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상처를 줬던 면접관들을 떠올리며 '그때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서 꼭 다시 찾아갈 테다.'
예전에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상처와 흉터를 어루만지며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 깨달았던 것은 20대를 돌아보니 인생은 절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목표했던 곳에 가지 못했고, 노력했던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마다 좌절했습니다.
끝이 여기인 줄 알았지만 더 밑으로 향하고 있는 자신을 볼 때면
절망은 최대한 몸을 키워 저를 집어삼키려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상처를 마주하는 방법을 터득하며 절망에 대한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절망은 저를 집어삼키려 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여기서 벗어나도록 저의 팔을 잡아당겨 주었습니다.
새로운 삶의 방향을 빨리 찾아내려는 간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그 간절함이 새로운 시작을 밝혀주는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상처를 받고 그 상처가 점점 쌓여 절망이 되면서 저는 스스로를 원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왜 더 노력하지 않았을까.'
후회는 저의 마음 안에 가장 깊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때 하지 못했던 선택, 더 노력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하지만 28살이 된 지금,
후회 또한 저에게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을 뒤돌아보는 과정에서 새롭게 무언가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물론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후회를 하며 과거의 저를 반성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은 미래가 될 수 있도록 삶의 방향을 다시 정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고 괴로워하기보다는
이제부터 그 후회를 딛고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기회라고 생각하고자 합니다.
20대의 끝에서 그동안 외면했던 반성문을 하나씩 읽어가며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21살이었던 겁쟁이는 이제 28살의 겁쟁이가 되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두려움은 커져만 갔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불안감 또한 커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간절했기에 그만큼 두려워했고 불안했던 것임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간절했던 것에 대한 재도전을 결심하며
이제는 이런 두려운 감정이 설렘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2025년 1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설렘과 희망이 고맙게만 느껴집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이상 저를 괴롭혔던 모든 것에 휘둘리지 않고
저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상처도, 절망도, 후회도, 두려움도
결국은 20대의 끝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저를 만든 중요한 감정들이었습니다.
물론 아직 28살 밖에 되지 않아 모든 것이 아직 서툴기만 합니다.
하지만 21살의 저와는 달리 감정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 모든 감정들을 거름으로 삼아 한층 더 나은 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가올 시작을 마냥 두려워하기보다는 기대하는 마음과 함께 맞이하고 싶습니다.
저를 괴롭힌 상처와 고통, 절망, 후회, 두려움은
훗날 저를 위로하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글이 되었습니다.
20대 후반을 살아갈 저를 비롯하여 새로운 시작을 결심한 모든 분들께 이 글을 전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