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끝에서 마주한 나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며
2022년 3월의 설렘으로 가득 찬 시작은 2024년 11월 절망과 후회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27살의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지난 2년간의 모든 일들과 감정을 털어놓으려 합니다.
또한 그 감정들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시작도 전하고 싶습니다.
기숙학원에서 1년간의 재수 생활 끝에 상위 10위권 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습니다.
그 후 4년은 성공의 연속이었습니다.
높은 학점, 학술 동아리 활동, 교수님들의 칭찬과 기대 속에서 누구보다 빠른 졸업까지.
이 모든 과정은 로스쿨 입학이라는 목표를 향한 여정이었습니다.
졸업 직후 맞이한 설레는 3월, 로스쿨 입시를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간절했던 검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집과 스터디카페, 학원을 오가며 쉼 없이 달렸습니다.
하지만 긴장 속에 치른 첫 번째 리트 시험의 결과는 실망이었습니다.
어차피 대학교 입학도 재수생활을 거쳤겠다 결국 내년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다짐으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2023년의 리트 시험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고 1차 합격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긴장감 속에 2차 시험인 구술 면접을 마치고 돌아온 후 불합격이 너무 두려웠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간절한 꿈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아 중학생 시절의 나에게 용서를 빌며 펑펑 울었습니다.
한 달 후 예상했지만 정말 원하지 않았던 '불합격'이라는 글자를 확인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원망하며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던 그날 차라리 울어버리는 게 더 나았겠다는 생각으로
안 좋은 생각만이 머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한동안 저의 일기장에는 오직 죽고 싶다는 글자만 가득했습니다.
눈물로 시간을 보내며 맞이한 2024년, 운 좋게 금융기관 인턴으로 합격했습니다.
진상 고객을 상대하며 하루를 보내는 일상은 로스쿨에 대한 미련을 잠시 잊게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직장에서 사람들에게 상처받는 날이 많았습니다.
나이 어린 인턴사원에게 모진 말을 내뱉는 사람들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가장 상처받았던 것은 인턴사원이 아닌 심부름꾼으로 생각했던 일부 고객들의 언행이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로스쿨 입시에 실패한 자신 때문인 것만 같았습니다.
졸업 직후 입사 기회가 있었던 회사에 들어갔어야 했다는 생각과 리트 시험을 더 잘 봤어야 했다는 후회가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동안 틈틈이 나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계약 기간 만료 한 달 전 퇴사한 후 다른 회사 인턴에 지원하며 다시 리트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시험 당일 급체하는 바람에 컨디션 난조로 또다시 고배를 마셨습니다.
아예 로스쿨에 지원할 수도 없는 점수를 받았습니다.
새로운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한 후 마주한 대표의 갑질은 삶을 더욱 무겁게 했습니다.
매일 개인 전화로 쏟아지는 폭언, 늦춰진 퇴근 시간,
그리고 겨우겨우 얻어낸 퇴사. 끝없는 불안감 속에서 취업 준비를 시작하며 내 지난 2년을 원망했습니다.
남들처럼 취업과 로스쿨 준비를 병행했다면 어땠을까?
이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퇴사 후 기업 면접을 보는 날이 잦았습니다.
그때마다 면접관이 제게 물었던 것은 졸업 후의 '공백기'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00 씨는 졸업 후 2년 동안 뭐 하셨나요?"
"졸업하고 시간이 좀 되셨는데, 어떤 일을 하셨는지?"
압박 면접도 많이 봤습니다.
공백기 동안 로스쿨 입시를 했다고 대답하면 저의 실력이 안 돼서 로스쿨에 못 간 거 아니냐고,
회사에 적응이나 할 수 있겠냐고
저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본인의 회사에 관심이 있다기보다 만만해서 지원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로스쿨 입시에 두 번 연속 실패한 후의 저는 너무나도 나약했습니다.
면접이 끝날 때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스크가 젖을 정도로 울음을 터뜨리는 생활을 반복하며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은 단 하나였습니다.
"나는 그동안 뭐 하고 살았을까?"
동기들과 선배들의 SNS 속 안정적인 회사 생활과 취미를 즐기는 모습은 매일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2024년 9월 말에 경영대학원에 지원하며 저는 새로운 길을 찾았습니다.
험난하고 짧은 인턴 생활에서의 경험이 경영대학원 입학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독이었던 상황들이 결국 돌고 돌아 또 다른 시작으로 이끌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면접과 기다림의 불안을 지나 결국 한 학교의 합격의 소식을 받았고
이제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니 하나의 끝은 다른 하나의 시작이었습니다.
지나간 시간은 후회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요?
N번의 실패와 좌절 끝에 앞으로 다가올 내일을 위해 나 자신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을 때의 짜릿함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글을 쓰며 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20대 여러분들께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20대 인생의 여정에서 느낀 두려움, 절망과 후회 속에서
저를 다시 일으킨 용기와 희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의 끝에서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잃어버린 시간의 끝은 새로운 시간의 시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