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일을 하다보면 당황스러운 일이 많은데, 그 중 하나는 의뢰인이 말해주지 않았던 내용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경우이다. 분명히 의뢰인은 '상대방이 주먹으로 내 얼굴을 쳤기 때문에 나도 발로 상대방을 찬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CCTV를 확인해보니 의뢰인이 먼저 발로 상대방을 걷어차고 있던 것이 확인되는 식. (이해를 돕기위한 예시입니다)
이런 경우는 상당히 당황스럽다. 의뢰인의 이런 거짓말을 경찰 수사 당일에 안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이 때에는 수사관분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 뒤, 즉석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변론 방향을 수정해서 수사에 임해야 한다. 의뢰인이 선빵을 친게 CCTV에 찍혀있는데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심장이 철렁하고 진땀이 흐르는 수사가 종료되고 나서야 긴장이 풀리고 한숨을 내쉰다.
이걸 의뢰인을 탓할 수는 없다. 격렬하게 탓하고 싶지만 탓할 수 없다. 탓해서는 안 된다! 의뢰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상수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악의를 가져서, 때로는 기억이 안 나서, 때로는 뭐가 중요한 지 몰라서,,,, 의뢰인은 말해주지 않는다. 혹은 거짓으로 말해준다.
의뢰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상수라면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찾아내는 것은 변호사의 능력이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상담 내용을 씹고 뜯고 맛보면서 거짓말이 있을 법한 부분은 세심하게 검토하고, 생략된 것 같은 부분은 상상으로 이어 붙인 뒤에 확인하는 식으로 상상력을 동원해서 소송의 청사진을 완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눈치가 빨라야 한다. 아, 지금 이 타이밍에 이 의뢰인이 구라를 치고 있구나, 이걸 캐치할 수 있어야 하니까. 그러고 보면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라고 하는데 실무에서는 심리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것 같다. 법도 알아야 하고 심리도 알아야 하고. 오늘도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