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전문 변호사가 되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우선 지금 저는 형사 전문 변호사는 아닙니다. 나중에 형사법 분야를 전문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 정도만 하고 있습니다. 왜 형사냐면 형사가 제일 뭐랄까요... 제일 변호사 같다고나 할까요. 형사는 우리 생활과 매우 밀접하면서도 다른 세상 이야기 같기도 하고, 정말 변호하기 싫은 사건이 있지만 또 어떤 사건은 꼭 변호해서 무죄 판결을 받고 싶기도 하고. 인생사 모두 돈으로 귀결된다고 하지만 형사에도 인생의 희노애락이 다 있습니다. 알쏭달쏭, 형사법은 매력이 있어요.
물론 그 매력만큼 고충도 있습니다. 형사법은 '몸빵'을 해야 하는 사건이 많은데요. 경찰조사는 평균 3-4시간, 검찰 조사는 평균 7-8시간이 걸립니다. 접견을 위해 구치소에도 많이 가야 하고, 갑자기 구속되는 피의자의 영장실질심사나 수사를 위해 휴일을 반납해야 하죠. 정신도 없고, 서면 쓸 시간도 없습니다. 서면을 써야 하는 시간에 수사 입회를 가야 하니 야근은 필수입니다. 상대해야 하는 의뢰인들도 범죄자가 대부분이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칩니다.
이런 것들을 퉁쳐서 '몸빵'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형사법 변호사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이 힘듭니다. 요 근래 사무실에 중범죄 형사 사건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그 고충을 맛보기로나마 체감하고 있습니다. 검찰 조사 다녀와서 서면을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피의자가 긴급 체포돼서 다시 입회를 하러 가고, 갔다 오니 영장실질심사 때문에 추가 서면을 작성해야 하고, 기존에 작성해야 하는 서면은 또 기한 내에 써야하고. 정신도 없고 몸도 많이 힘들더만요.
그래도 확실히 매력은 있습니다. 나름대로 보람도 있구요. 범죄자는 처벌받아야 하는 건 맞습니다만, 딱 죄 지은 만큼만 처벌받게 하는게 변호사의 일입니다(음... 사실 죄지은 것보다 적게 처벌받도록 노력하긴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중범죄자를 변호해도 딱히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피해자를 변호하면 감정 이입이 너무 많이 돼서 힘든 편입니다. 중범죄자 변호는 완전히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못할 짓도 아니에요. 그냥 오늘도 업을 하나 더 쌓았구나... 정도로 생각합니다. 업을 씻으려면 열심히 기부하고 봉사활동도 해야겠지요.
어떤 분야의 전문 변호사가 될까. 이게 근래의 제 화두입니다. 형사 전문 변호사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선 꽤 매력적인 분야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 하면서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다들 힘내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제 휴가를 떠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