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사후세계 1

by 노작

나는 어머니에게서 났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래서 난 곳이 있다면 가는 곳도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나마 믿어왔었다.



그러나 내가 과학을 사랑하기 시작하면서였을까.



나는 더 이상 사후 세계를 믿지 않는다.



우리는 세포가 분열하면서 만들어진다.



그러니 생명이란 것이 다른 곳에서 찾아와 존재에 부여되는 것이 아니고, 그저 생물학적으로 착상 이후 생성되는 것일 수도 있다.



죽는다는 것은, 나를 구성하던 것들이 흩어지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는 것이다.



그에 따라 생명을 잃어 모든 것이 없는 무의 상태로 가게 되는 것뿐이다.



없다-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후회할 것도, 아쉬워할 것도 없다.



누군가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고결한 성인군자와 희대의 연쇄 살인마는 사실 본질적으로 같게 된다.



세 살배기 아이가 칼에 찔려 죽든 천수를 누리다 편안하게 떠나든, 모두 같은 의미를 가진다.



어차피 죽으면 끝이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므로.



과거와 과정과 기억조차 존재하지 않던 게 되어 뭐가 됐든 상관없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봐라.



살아있는 건 나 혼자뿐이다.



의자의 생각을 읽어보라.



의자의 입으로 말해보라.



그것은 불가능하다.



애초에 생이 없는 존재이기에.



하지만 아주 과거에 우리의 조상들의 뼈와 살로써 구성된 것인 줄 그 누가 알겠는가?



그러니 의미란 건 오로지 산 자만의 것.



어떻게 살아도 상관없다.



어떻게 살다가도 상관없다.



세상에 긍정적인 모습을 남길 필요도 없다.



옳다는 개념조차 산 자의 것.



죽은 자는 아무렴.



옳고 그름도, 선과 악도, 모두 산 자가 부여한 허상일 뿐. 모든 것은 결국 무(無)로 돌아간다.



애초에 생각마저도 실존한다 할 수 있으랴.



이 모든 것이 정신적 산물이 아닐 수 있다.



육신이 흩어지면 의식도 사라진다.



애초에 정신은 존재하지 않고, 모든 건 그저 뇌의 화학 작용. 전기적 작용. 신경 간의 소통.



우주는 남겠지만, 그 우주마저 유한하다.



시간은 흐르고 엔트로피는 증가하며, 결국 모든 것은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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