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그 마지막 방학식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병상이었다.
결국 이렇게 끝나는구나, 모두가 별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그럴 수 밖에. 나라도 그럴 거니까 아무도 원망치 않아. 원망한다고 달라지는 게 없어서. 사실 화를 낼 수 있다면 누구에게라도 내고 싶다. 내가 이해받을 수만 있다면 지나가는 개미라도 멱살을 쥐고 흔들텐데.
내 존재를 증빙할 자료가 있음에 탄복한다. 콱 죽어버리고 싶어. 그런데 아무도 슬퍼하지 않으면 어쩌지. 딱 그정도 존재감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정도 존재감도 없었으면 좋겠다니까. 외로워. 외롭단 말이야. 말을 하면 할 수록 견딜 수 없게 고독해져서 그만 입을 다물고 만다.
속에 있는 무언갈 게워내듯 욕을 하고자. 그러나 알기에. 하면 할 수록 더 지쳐간다는 걸. 나 뿐 아니라 너도. 그래서 자꾸만 움츠러 들잖아. 보고 싶어. 자기야, 보고 싶다고.
나는 약속했어. 졸업하기 전에 죽어버릴 거야. 간단하잖아. 졸업식 전이라니 5월 1일이 유통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매일 사모으는 것마냥 쉬워서, 나는 이 맹세가 퍽 마음에 들었다.
나도 안다. 살기에도 죽기에도 겁이 너무 많은 나란 걸.
어떻게 사랑과 사람이 비슷한 소리가 날 수 있겠어? 사람에 잔뜩 닳아 헤진 모서리를 빚어낸 게 도대체 어떻게 사랑이 될 수가 있겠어. 그게 말이나 될까. 말이라 될까.
가끔은 정말로 죽을 수 있을 것 같은 때가 있어. 바람결 따라 휘청여도, 난간에 기대 서 먼 발치 나뭇잎들 바라보아도 무섭다기 보단 옅게 밀려오는 충만함에 가슴 떨릴 때가 있는 거야. 한 발짝, 단 한 발자국만 더 내딛을 용기가 물러설 용기보다 쉬울 때가 있어서. 위태로운 청춘에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