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點], 선[線], 면[面]
| 본질: [本質]을 향유 :[享有]하는 사람인가요?
-향유: [享有]의 시작점: [始作點]
불과 몇 년 전 이성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대명사이자 여전히 비슷한 콘셉트들로 활발히 방영되는 이성들의 관한 프로그램의 시초라 생각되는(적어도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출연하는 것을 기준으로)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 패널이 ‘태:[態]’라는 단어로 비유를 하며 한 출연자의 모든 행동과 말, 눈빛, 톤 등등 그 사람의 매력이 있어 보이는 이유들과 왜 멋있어 보일까? 에 대한 답들을 단번에 폐지 종이들을 압축시키듯이 정의 내린 기억의 잔상이 짙게 남아 있다. 내가 그 이유들을 나열하자면 적어도 수학적 귀납법을 풀이할 정도의 종이를 빼곡히 채울 수 있을 법한 꽤나 밀도 있는 이유들이 나열됐을 텐데… 단 저 한 글자로 ‘치환’ 하는 것을 보며 나는 한 글자를 뱉더라도 저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 있구나. 를 느끼게 해 준 어쩌면 내 인생에 있어 많은 것을 결정 지은 한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장 그르니에가 ‘섬’이라는 책의 구절 중 기억에 남는 한 구절이 저 당시 나의 상황과 공감되어 인용해본다.
“저마다의 일생에는 그 일생이 동터오는 여명기에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순간이 있다”
뻔하고 눈치챘을 테지만 그 당시 내 상황에는 웃음이 새어 나올 정도로 너무나도 가벼운 상황이었다. 군 복무 말년 병장 시절 전역을 얼마 남지 않은 말년들끼리 휴가 나가기 전에 ‘이성 만날 감을 익히자며’ 간부들의 시선을 주시하며 몰래 취침시간에 그 프로그램을 보다가 흘러나온 ‘태:[態]’라는 단어가 내 인생에 중요한 루틴들과 나의 삶을 영위하고 근간이 되는 것들을 구축:[構築]할 수 있게 해 준 첫 번째 중요:[重要]한 ‘중심축:[重心軸]’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3초 남짓한 찰나의 순간들에 의해 지금의 나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가치관 혹은 정서, 취향 따위가 아주 작은 나노입자와 같은 것들의 디테일함들이었지만, 결코 나의 인생에 있어서 절대 외면할 수 있는 가벼움은 아니었다.
억지가 아니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작지만 지금은 눈덩어리가 불어나는 속도처럼 커져버린 나의 가치관과 취향 정서들이 만들어졌고 지금은 거대한 산이 형성되어 누군가 나를 바라볼 때면 ‘독특하다, 상당히 피곤할 거 같아, 예민하다, 날카롭다, 너무 섬세하다’와 같은 짧지만 강력한 단어들이 나를 대변해줄 수 있는 형용사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꽤나 마음에 든다.
예민하다는 것은 남들은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캐치할 수 있다는 뜻이고 날카롭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슴을 후벼 파는 연설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나치게 섬세하다는 것 역시 위에 다룬 내용들과 비슷한 측면이다.
여전히 난 나의 이런 날카로운 모습들을 알아봐 주는 사람만을 편애한다.
누가 보면 너무 날카롭고 무서울 정도라 이야기 할지언정 대체 불가능한 디테일들 섬세함들 예민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바탕으로 나는 나 자신을 영원히 찬양하고 싶다. 현재도 진행되는 마음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이런 모습들을 영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선 나 스스로가 오늘의 나보다 더 무언가를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무섭기도 두렵기도 설레기도 하지만 나름 오랜 시간을 할애하여 구축하고 발전시킨 템포와 루틴들을 놓치고 싶진 않다.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생각은 젊게 현명한 사람을 좋아한다. 쉬운 것들도 제대로 배우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 타인과의 약속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사람, 타인의 시선에 집중하는 사람. 이런 마음은 물과 땅, 햇빛만 있다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푸라기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나 있고 누구든지 찾을 수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이런 모습까지 신경 쓰려는 개인의 노력이 수반돼야 가능한 이야기다.
나는 내가 당당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내 자아를 타인에게 대변하려고 하거나 변호받거나 대체하거나 이해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단지 ‘나’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나 스스로가 존중하려 노력할 뿐이다.
이런 모습들이 나의 인생을 향유한다는 행위를 인정하고 타인과의 비교나 질투 혐오를 멈추고 오롯이 나 자신을 보기 시작한 ‘시작점’이다.
-향유의 연장 선:[線]
| 사전적 정의와 기록
“점을 이으면 선이 된다”
초등학교 수학 시간에 한번 즈음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새하얀 백지 위에 내가 향유하면서 보이는 것들을 하나, 둘 점을 찍다 보니 하나의 선이 만들어졌고 이 선은 대나무처럼 올곧게 뻗은 취향이 될 때도 있었으며, 어느 때는 구불구불하게 이어졌지만 다양한 방면으로 뻗친 소나무와 같은 가치관이 되어 주기도 했다.
나에게는 타인이 보면 아주 불편할 거 같다고 느끼는 몇 가지 루틴들(습관이라면 습관일 수도 있지만 루틴이라 표현한 이유는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행동들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이 몇 가지 있어서 내가 추구하는 본질들과 삶을 살아가는데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조금만 나열해 본다. 불편하지만 나의 하루를 윤택하게 빛내주는 루틴, 쓸모 있는 불편함, 효율의 대척점에 서 있는 비효율,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 기록의 습관화, 사전적 정의 찾기 등등 내 삶을 견고하게 지탱해주고 있는 몇 가지 루틴들과 채화된 습관들을 나열해 보았다. 이중에서도 역시 가장 흥미를 일으키는 것은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고 한자의 어원을 파악하는 행위이다. 앞서 한 프로그램에서 ‘태:[態]’라는 단어로 한 사람의 특징을 치환했을 때 태 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봤었는데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 - {네이버 국어사전 발췌}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여명기이자 첫 번째 시작점, 취향과 정서 독립에 중심점이었다.
사전적 정의를 찾는 것이 흥미로웠던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흥미로운 점은 사전적 정의란 ‘국립국어원’이라는 국가 공공기관에서 정의한다는 점. 이 말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자면 공식적으로 나라에서 채택된 어원과 뜻이기에 한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이해돼야 할 뜻으로 사람이 내뱉은 언어는 관점에 따라 경험에 따라 해석되는 의미가 천차만별이지만 이런 정의를 통하여 만인의 언어로 치환시킨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두번 째는 한자어를 보면 비슷한 의미와 문장으로 쓰이는 단어들의 구조 형태를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과거 나의 글에 발췌한 적이 있는 이기주 작가님의 ‘말의 품격’ 이란 글에서
[품:品]이라는 수준이나 등급을 나타내는 한자의 구조가 흥미롭다.
[입 구: 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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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
-이기주 작가님의 ‘말의 품격’ 본문 중 한 구절-
남들과는 사뭇 다른 시점에서 관찰한 이런 특징들을 바라보자면 어느 정도는 한자의 어원이 한글에 영향을 주고 행동에도 투영된다는 점이 언제나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당시의 나는 한참 ‘말과 글을 이쁘게 하는 방법’에 대해 스스로가 연구(라는 단어까지 사용해야 할 당위성은 없으나 나에게는 그 어떤 연구 논문보다도 중요했던 맹점이었다.)를 하던 시기인지라 어원을 찾고 어원의 모양새 혹은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를 다시 인문학적 관점으로 치환하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흥미로웠다.
-비슷한 관점에서-
‘취향이 독특하시네요, 존재감이 독보적이네요, 원래 독특했어요?’등등 나는 자주 이런 말을 듣곤 한다. 독특: [獨特]하다, 독보: [獨步]적이다, 단독: [丹毒]이라는 단어처럼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우월함을 나타내는 단어들의 공통점이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움을 칭하는 고독: [孤獨]의 어원 독[獨]: 홀로 독 이 공통 어원이기도 한 점이 흥미롭기만 하다.
실제로 나는 과거 6개월 정도 스스로가 난 정말 고독한 상황과 환경에 처해 있구나.라고 느낀 시기가 있었으며 이 시기에 타인을 만나 시간을 보내고 웃고, 의미 없는 대화를 건네는 등의 고독을 외면하는 행위들을 하지 않고 집에 처박혀 혼자 계속 무언가를 써 내려갔던 기억이 아직도 해 질 녘 노을처럼 짙게 남아있다.
만약 그 시기에 나 스스로가 고독을 배척하고, 외면하고, 피하고, 무서워하고, 두려워하고, 불편해하고 나의 정신과 태도 집중해야 할 것들을 고독이라는 용광로에 온전히 쏟아붓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이런 모습이 아닌 대척점에 서 있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이런 의미에서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우월함을 나타내는 단어들의 어원이 흥미롭다,
독특:[獨特]하고, 독보: [獨步]적이기 위해서는 고독:[孤獨]을 인내해야만 한다고 나는 느꼈고 과거에 고독을 마주하고 고독이라는 용광로에 부은 생각, 사유, 그렇게 해서 꺼내어 견고해진 독보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면 고독을 인내해야만 한다고 느껴 어느 정도는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로는 사전적 정의가 본질:[本質]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사물 자체의 성질이나 모습’이라 기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전적 정의를 찾다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은 단어를 쪼갤 수 없는 단위까지 쪼개고 어원만이 남는다.
어원 :[語源] - 어떤 단어의 근원적인 형태. 또는 어떤 말이 생겨난 근원.이라는 뜻처럼 결국 어원이 그 단어의 핵심 본질이기 때문에 본질을 항상 추구하고 살아가는 나로서는 그냥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하나의 루틴이 됐다.
만약 글을 읽고 있는 그대들도 인생의 순간순간을 가장 소중한 여명기라 여기며, 세속적인 유혹이나 부정적인 것들에 구속되거나 억압될 수 없는 완벽한 자유를 갖고 개인의 확고한 기준과 취향, 가치관을 간직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내가 뱉는 단어 하나하나, 어원 하나, 어근 하나가 개인의 존엄성, 자존감, 태를 갖고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그중 내가 고독할 때 적은 메모장의 한 문장을 인용하며 나의 첫 번째 ‘선’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다.
귀한 시간 내어 나의 글을 읽어주는 그대들도 각자 자기만의 자기다운 점들을 찍고 언젠간 연결되어 하나의 아름다운 선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점과 점의 간격이 다소 멀어 이어주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모든 것은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줄고 외보의 잡음을 듣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혼자 생각하고 사유하는 법을 잊으려 한다. 외부의 잡음에 집중하기보단 내 안의 소리와 나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결국엔 고독이고 이 고독한 시간들이 쌓이고 깨달으면 디테일과 태 를 형성하더라’
| ‘면: [面]’ 우리의 내면: [內面]-
:점과 점을 이어주면 선이 되고 선과 선을 합치면 면이 된다.
좋은 문장,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정보를 압축한 백과사전처럼 카피해두기
기록의 습관화
본질 향유하기
남들과는 다른 관점과 생각 찾기
모든일에 이유가 있다.
좋은 아이디어 영향력 있는 영감들을 적어두는 습관
아주 긴 레슨과 아주 짧은 축제들의 향연
위스키, 향수 , 책, 글, 클래식, 달리기
나만의 특징들 혹은 취향,
좋아하는 것, 혹은 선호하지 않는 것
보조개 혹은 웃을 때 올라가는 입꼬리의 위치
목소리 톤과 눈빛 혹은 표정
말할 때의 표정 혹은 눈빛
중요시 생각하는 아주 사소한 습관
여러 습관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하나의 ‘작품’이 된다.
나의 내면은 단순히 A4용지 하나에 뚝딱 인쇄하듯이 생성된 종이 한 장의 존재가 절대 아니다
종이 한 장 한 장을 버리지 않고 곱게 펴 내어 하나의 사전을 만들기 위해 여러 정보를 압축해낸 백과사전처럼 어느 페이지는 쉽게 읽히기도 어느 페이지는 몇 번을 곡 씹어도 이해가 안 되는 나의 면을 보기도 하였겠지만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원래 그렇게 독특했어요?’ 혹은 ‘엉뚱한 철학가 같아요’라는 말을 듣곤 할 때면 많은 이들이 찾아주는 사전은 아니지만 그래도 특별함을 찾는 사람들에게 나의 생각이 잘 전달되는 이달의 매거진 정도의 역할을 해줬다면. 같은 땅에 발 붙여 사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개인의 생각을 글로 적는 작가로서. 내 나름 개인적인 뜻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고 감정이 될 수도 행동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어떤 형태가 되었든 도움이 됐다면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
| 색채가 없는 새하얀 백색 도시 위에 ‘너’라는 가장 짙은 취향들로만 너만의 건물들을 증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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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을 통해 사고하고 사고를 통해 사유한다.
나무는 뿌리를 내려 탄탄하게 지탱해주고 있으며, 그 위에는 가지가 있고 가지 주위에 나뭇잎들이 매달려있다. 가지들은 위로 올라갈수록 가지의 줄기가 얇아진다. 이러한 현상에는 모두가 햇빛의 광합성을 균일하게 받기 위함이라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오리의 발에 갈퀴가 있는 이유, 기린의 목이 긴 이유 등등 우리 주위를 둘러싼 모든 유형의 형태들은 기능을 따르기 위해 형태가 디자인된다.
‘form follow function’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각자 가장 최적화된 방식으로 자신만의 생태계를 가꾸어가는 것처럼 우리가 하는 생각들은 각기 다른 형태로,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형성되어 있고 모두가 다른 이유들이 존재한다. 이처럼 모든 일에는 결과를 구성하는 뿌리가 있고 뿌리를 타고 형성된 이유들이 줄기들처럼 놓여 있으며 이유는 가지각색의 나뭇잎의 형태들로 표출된다.
생각의 세 가지 스펙트럼 ‘사색 사고 사유’는 순차적인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이 패러다임이 나라는 사람을 종종 중요할 때 대변해주기도 한다
부지런히 사색하다 보면 생각을 통해 사고할 수 있고 사고를 바탕으로 사유하게 된다.
달리기를 할 때 호흡의 속도를 높이면 발이 빨라지고 발이 빨라질수록 리듬감에 집중하기 위해 정신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 수평선 부근으로 시야가 한 ‘점’으로 조여오듯이.
사색하는 시간이야 말로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름을 나타낼 수 있는 척도이자, 생각을 하고 글과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가 있다는 것이 개인의 다름을 표출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준점이다. 또한 생각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사치이자 특권이자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전유물이다.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사색‘, 사고’ ‘사유’의 어원이 흥미롭다.
사색: [思索] 생각:사 찾을: 색
사고: [思考] 생각: 사 살필: 고
사유: [思惟] 생각:사 생각할: 유
나 스스로도 잘 모르던 나의 색을 찾기 위해서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유심히 살펴주어야 한다. 단순히 ‘치킨을 좋아한다’가 아니라 ‘무조건 나는 교촌 허니콤보에 엽떡은 중국 당면을 추가해서 먹어야만 해!’라든가 술을 마실 때면 늘 얼음물을 달라고 말을 하는 사람이라던지 개개인의 존엄과 독립적인 한 사람으로서의 바탕이 되는 명확한 기준들은 결국 ‘디테일’이다. 이 디테일의 중요성을 전부 설명을 하자면 대형 트럭에 실어 담아도 부족하겠지만 단 한 가지 만을 꼽자면 결국 나와 타인을 구분해주는 ‘척도’ 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린 이러한 부분들을 스스로가 살피는 시간이 늘어나고, 인지하고, 표현함에 따라 각자의 생각이 몸에 스며든다. 물론 가끔은 스스로가 갖고 있는 생각들, 습관처럼 행하던 디테일들 혹은 루틴들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의 형태처럼 내 곁에 머물렀다가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온도차로 인하여 소나기가 내리기도, 눈이 내리기도 하겠지만 항상 내 곁에 오랫동안 머물렀던 것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을뿐더러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을 사는 매 순간마다 확실한 우리만의 규제가 필요하다. 모두가 나를 보지 않아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모르더라도, 우리 스스로가 갖고 있는 의지만큼의 행동력과 지켜 나가야 할 디테일들을 계속해서 찾고 체득하고 디벨롭시키는 과정들이 배양돼야만 한다. 미국의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말한 이 디테일은 물론 건축에는 디테일이 필요하고 이것들이 건축양식의 많은 것을 결정한다는 의미에서 말을 했겠지만 결국 우리 스스로가 자신만의 색을 찾기 위해 사색을 하는 과정, 이 과정을 통하여 떠오르는 문장들 생각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살피는 행위, 그리고 이로 인하여 견고하게 쌓여서 구축된 자기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들과 철학들. 이런 것들이 과연 건축물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벌써 11월의 마지막 날이자 올 한 해도 31일 밖에는 남지 않았다. 많은 걸 해냈고 채웠지만 반대로 많은 걸 비워내지 못한 탓에 더 많은 걸 채우지 못한 아쉬움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지만 1월도 아무렇지 않은 듯이 시작될 것이고 내년의 시간도 물 흐르듯이 흘러갈 것이다. 내년은 내년 나름의 템포와 호흡을 가다듬으며 살아가면 그만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저 내년의 우리를 살아가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