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내게 가져다준 큰 깨달음

내가 진정 사랑한 것은

by 수수


홍콩 여행 1박 2일,
그 모든 감정이 정리되고 감정의 채에 걸러진 진짜 이야기들.


홍콩을 가게 된 이유는 다음 작품의 영감을 받기 위해서였다.
홍콩이어야만 할 것 같았다.

홍콩은 금융으로 부흥하고, 부유하고, 땅값 높고
잘 살기로 유명한 도시지만,
내가 구상하는 작품은 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 SF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홍콩이 끌렸다.

나는 1박 2일 동안 완차이에 머물렀다.
완차이는 관광객들보단 현지인이 많아서 진짜 홍콩을 볼 수 있다.
자영업자들은 7일 일하는 것 같았다. 주말 동안에도 야시장이 열렸고 붐볐으니까.
대만처럼 관광객을 위한 정돈된 야시장이 아니라,
정말 먹고살기 위한 마켓 말이다.

그 야시장에선 이제 막 장사를 마친 자영업자들이
퇴근하고 오는 길에 저녁거리를 사들고 들어가는 풍경이 보였다.

홍콩 완차이는 대부분의 식당이 오후 8~9시면 영업을 종료한다.
그들도 잠들기 전까진 가족과 시간을 보내겠지.

완차이가 잠이 드는 시간엔
빅토리아 하버를 건너 침사추이에서 야경쇼가 펼쳐진다.
침사추이의 화려한 밤이 깨어난다.

완차이의 주말 야시장을 보고 나서 강 건너 침사추이를 바라보니,
나는 홍콩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빈부격차"에서 오는 이질감을 좋아한단 걸 알았다.

사실 홍콩 사람들은 부의 총량은 정해져 있고, 나머지 빈틈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빈틈에서 바라보는 이질감이 좋아서,
그게 홍콩의 매력이라며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고
네 번이나 홍콩에 갔다.

그 분위기가 좋아서.

나는 "빈"에서 바라보는 "부"가 좋았던 걸까,
"부"에서 바라보는 "빈"이 좋았던 걸까.

220만 원짜리 가방과 840만 원짜리 가방을 들고 가서는
완차이 야시장 사이에 위치한 호텔에 머물고,
하버뷰가 보이는 곳에서 레이디백 사진을 찍고,
난 정말 홍콩이 좋았던 걸까.
아니면 내가 가진 모든 부를 자랑하고 싶은데,
다른 나라는 너무 비싸니 적당한 도시를 찾은 걸까.

홍콩을 다녀와서 느낀 점 하나하나가
내가 구상했던 작품과 너무나 잘 맞아서
그 어려운 1인칭 시점으로 집필이 가능할 정도다.

아포칼립스, 디스토피아를 찾으러 멀리 갈 필요가 없다.
내 안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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