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과하면 살기 싫어진다
나는 뇌신경계 손상으로 인한 투병 환자다.
투약 중인 약에 아주 무서운 부작용이 있는데,
바로 자살충동이다.
실제로 10명 중 3명은 이 약을 먹고
우울증 약까지 지어다 먹는다고 한다.
나는 운이 없게도 그 3명에 포함되었다.
근 4년 동안 신경안정제를 먹는 중이다.
신경안정제를 4년 동안 먹게 되면 부처가 된다.
다 모든 뜻이 있어서 그렇거나, 그렇지 않거나.
사건이나 사물, 사람 인간관계 등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면서 모든 것을 시간에 흘려보낸다.
바로 이곳에서 위험한 일이 생긴다.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마저도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난 정말 운이 박복한 삶을 살아왔는데,
그중 다행인 건 부모님의 재력이 늘 뒷받침되어
사회적 '방방'이 되었다. 언제나 다시 뛰어오를 수 있었다.
그러니 여기서부터 더 꼬이는 것이다.
돈을 벌어도 되지 않음,
투병 중이란 그럴싸한 핑계로 주양육자가 아님,
남는 시간이 너무 많아 취미활동 반경도 넓어짐,
내겐 과분할 정도로 다정한 남편도 있음,
내가 10대 때 막연히 바랐던 날 닮은 딸도 있음.
모든 걸 다 가졌다.
심지어 결혼하며 서울에 아파트도 매매했다.
대한민국에서만큼은 정말로 다 이뤘다.
죽어도 여한이 없는 것이다.
정신과 진료일에 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더니
의사가 나보고 '어리다'라고 했다.
그래, 어려 보일 수 있지.
이 세상엔 여러 기회와 숱한 길이 많은데도
내가 그 모든 걸 회피하고 다 이뤘다고 생각하는 것,
그 자체를 바라봐달라고 얘기한 건데.
그냥 '어리다'라고 치부하기엔
난 지금 세상을 부정 중인데 말이다.
내가 말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뜻은
이승에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기도 하다.
"자식 있는데 죽을 생각을 어떤 부모가 하겠냐"라고 반문했던 의사.
저요.
지금 제가 그렇다고요.
자식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온 세상을 회피하는데.
물론 죽지 않을 거고 견뎌낼 거지만,
고요한 평온 속에 스며든 검은 존재가 날 언제까지 괴롭힐까.
마무리로,
다시 처음부터 정리하자면
이것은 약 부작용이다.
그걸 알면서도 이겨내지 못하는 내가 참 바보 같다.
이런 투정을 부리는 것까지 부작용인 게
참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