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턱

2026년 3월 7일 삶의 기록

by MZ맏형

삶의 기록

3월 7일 금요일 새벽 배가 아프다던 딸랑구에게 종양이 발견되었고 다행히 그날 당일 3년 전 첫 번째 종양제거수술을 집도하셨던 의사분이 계셔 바로 수술을 할 수 있었다


수술이 끝나 와이프와 교대하고자 병원 가는 길

응급실 앞을 지나는데, 휠체어에 앉은 한 환자가 작은 턱 앞에서 멈춰 서 있었다.

누구나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정말 낮은 턱이었다.

그런데 그분에게는 그게 ‘벽’이었다.

나는 잠깐 멈췄다가 다가갔다.

“도와드릴까요?”

휠체어 뒤를 잡고 밀어보려는데, 생각처럼 쉽게 올라가지 않았다.

힘을 더 주자니 혹시 앞으로 쏠려 넘어지실까 걱정됐고,

힘을 빼자니 계속 그 자리였다.

그 짧은 순간, 머릿속에 별별 생각이 다 스쳤다.

‘이 정도도 제대로 못하면 어떡하지…’

‘괜히 도와주려다 더 위험해지는 건 아닐까…’

결국 숨을 한번 고르고, 천천히 각도를 맞춰 다시 밀었다.

바퀴가 턱을 넘는 순간,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오래 남았다.

복도를 더 걸어가다가 잠시 화장실에 들렀는데 어떤 문구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신발이 없음을 한탄했는데, 길에서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났다.” – 데일 카네기


그 문장들이 그냥 글자가 아니라, 방금의 장면과 겹쳐졌다.

나는 지금

아이의 병실을 걱정하며 걸어가고 있었고,

조금 전에는 작은 턱 하나를 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났고,

그리고 이곳에는

각자의 ‘넘지 못하는 턱’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작은 불편을 불평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려 한다.

내가 지금 멈춰 서 있는 이 턱은

정말 ‘벽’일까,

아니면

조금 더 천천히, 조심스럽게 밀면 넘어갈 수 있는

그저 작은 턱일까.

그리고 가끔은 생각한다.

누군가의 인생에서는

내가 아무렇지 않게 넘는 그 턱이

전부일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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