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밥으로 맺은 세계적 품앗이.
우프코리아총회 개최

by 이경민

“우리는 속도를 경쟁하는 조직이 아니라 공기를 나누는 공동체입니다. 돈 대신 밥과 잠자리를 나누고, 노동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교환하는 곳, 그것이 우프(WWOOF)의 본질입니다.”

척박한 자본의 시대, 화폐보다 신뢰를 먼저 쌓고 효율보다 환대를 앞세우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국의 농촌 호스트들이 참여한 우프코리아 제13차 정기총회는 딱딱한 회의 대신 온기 가득한 구들방 같은 축제의 장으로 펼쳐졌다.


화폐 권력 너머, ‘삶의 교환’으로 덥히는 농촌 구들방

지난달 열린 우프코리아 제13차 정기총회는 천호균 이사장의 따뜻한 인사말로 문을 열었다. 천 이사장은 오늘날 모든 가치가 자본으로 치환되는 세태를 짚으며, 우프를 우리 농촌의 오래된 지혜인 ‘품앗이’의 복원이라 정의했다.


2604우프2.JPG 천호균 우프코리아 이사장은 우프코리아를 ‘구들방 같은 공동체’에 비유하며 “사람이 오래 머물게 하는 공간이 우프코리아다”라고 말했다.
황토 구들방의 불길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방바닥을 오래도록 따뜻하게 적십니다. 빠른 속도에 매몰된 시대에 사람을 천천히 데우고 오래 머물게 하는 공간, 우프가 바로 그런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의 말처럼 이날 총회는 참석자들이 우프 모자를 함께 쓰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등 농촌 공동체의 잔치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2604우프3.JPG 정원석 호스트는 지난해 우프 호스트 운영위원장 활동을 활발히 진행해 감사장을 수상했다.


외국인 우퍼 71% 급증, 세계 청년들이 한국의 흙을 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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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프코리아는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2025년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우퍼의 참여는 전년 대비 71%라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총 2,138건에 달하는 우핑 요청이 쏟아졌으며,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독일 등 전 세계 10여 개국 청년들이 한국 농촌의 문을 두드렸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한국의 ‘농사’와 ‘문화’라는 한류의 뿌리를 체험하려는 세계인의 갈망이 확인된 셈이다. 다만, 내국인 우퍼의 참여가 25%가량 감소한 점은 향후 국내 청년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에 우프코리아는 올해 멤버십 목표를 35% 상향 조정하고, 내국인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규 호스트 17곳 합류, ‘고립 청년 치유’ 등 공익사업 확대

네트워크의 핵심인 호스트 농가도 외연을 넓혔다. 지난해 17곳의 신규 호스트가 합류하며 현재 전국 83개 농가가 우프의 기치를 높이고 있다. 우프코리아는 몰려드는 우핑 요청을 원활히 소화하기 위해 올해 호스트 농가를 10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농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는 공익사업이 눈에 띈다. 청년재단과 협업하여 ‘고립·은둔 청년 치유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한다. 자연 속에서의 우프 활동을 통해 청년들의 마음 근육을 회복시키는 시도다. 또한 양평 수미마을과 협력해 재배부터 판매까지 경험하는 ‘청년 장기 귀농 교육’을 추진하는 등 실습 중심의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는다.


장터 ‘햇빛장’과 토크 모임 ‘우프랑 농담’이 만든 문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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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교류의 공간으로 거듭난 햇빛장, 올해도 활발히 진행될 예정이다.

우프의 활동은 논밭에만 머물지 않는다. 파주 헤이리마을에서 열리는 ‘햇빛장’은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들고 나와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이자, 춤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작은 축제다. 작년에 거의 매회 참여했다는 한 호스트는 “구매자들과 소통하며 찐친(진짜 친구)이 되는 과정이 너무나 즐겁다”고 소회를 전했다.


농사와 삶의 철학을 나누는 모임인 ‘우프랑 농담’ 역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농촌의 숨은 이야기를 듣고 농부의 삶에 공감하며 관계의 깊이를 더한다. 사무국은 이러한 문화 프로그램의 내실을 다져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참여 폭을 넓힐 방침이다.


“우프는 결국 사람을 만나는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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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별로 우프 호스트들이 농장 소개와 포부를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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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택 호스트가 직접 깎아 만든 나무 도마와 유자청 등 호스트들의 물품을 경매하고 기부하는 행사도 진행됐다.

총회 현장에서는 호스트들의 생생한 증언이 이어졌다. “외국인 우퍼가 오면 나라와 나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특별한 체험을 한다”, “우퍼들이 일을 엄청나게 도와주는 건 아닐지라도, 함께 일하다 보면 미뤄둔 일을 즐겁게 하게 된다” 등 우프가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공유했다.


유억근 감사는 “사무국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우프코리아의 신뢰와 위상이 높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재무 구조 개선과 이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제13차 정기총회는 우프코리아가 단순한 ‘노동력 교환’ 서비스가 아닌,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환대’와 ‘연대’를 실천하는 생태적 보루임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3월 20일 열리는 ‘생명평화 한마당’에서도 우프는 한 섹션을 맡아 “농사가 전환의 수단이 될 수 있는가”를 화두로 세계와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다. 흙을 매개로 세계를 가꾸는 이들의 행보가 우리 농촌에 어떤 온기를 더할지 기대가 모인다.


우프코리아(https://wwoof.kr/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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