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in Aug 16. 2018

예쁘다, 잘생겼다는 칭찬도 독일에서는 실례일 수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외모 평가는 하지 않는다


독일인들이 금기시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식사할 때 소리 내면서 먹는 것, 재채기할 때 휴지를 이용하지 않는 것, 재채기하는 사람들에게 Gesundheit라고 외쳐주지 않는 것 등. 사소한 생활습관부터 학교나 회사의 매뉴얼까지 따라야 할 규칙만큼이나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외모에 대한 공식적인 코멘트를 하는 것이다.


예쁘다, 잘생겼다, 날씬하다, 뚱뚱하다, 머리숱이 많고 적다, 뾰루지가 났다, 뱃살이 나왔다 등등.


한국에서는 하루에도 한 번 이상은 내가 입에 올렸던 말일지 모른다. 반대로 대학 동기, 회사 동료들이 나에게 했던 말이기도 하다. 티비를 켜면 아동복 옷 사이즈를 입을 법한 아이돌들이 나와서 다이어트의 괴로움을 호소한다. 조금이라도 체중이 불어난 연예인이 매체에 등장하면 그 사람에 대한 실시간 검색어가 1위로 도배될 정도로 외모에 대한 평가가 엄격하다. 일반인 중에서도 연예인급으로 몸매를 관리해서-혹은 타고난 몸매로-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끄는 사람들도 많다. 트레이닝 강사가 아니라 '일반인'인데 인스타그램 파워유저 (소위 말하는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면서 협찬도 받고 그 자체가 직업인 사람들도 있다.


남들 시선은 신경 쓰지 말아야지, 했었지만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타인에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괜히 스스로가 위축되어 외모에 더 많이 신경썼을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봤었고 화장을 하지 않은 맨얼굴로는 회사에 가지 않았었으니까 말이다.



독일인의 실용주의 혹은 패션 테러?


5년 남짓 독일에 살면서 외모 평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게 들었다. 간혹 머리를 잘랐네, 오늘 입은 옷이 예쁜데 어디서 샀냐, 오늘 저녁에 약속 있느냐 (유독 꾸미고 온 날에 듣던 소리였다) 정도였지 그것도 나와 가까운 동료나 친구들 사이에서나 건네는 질문이었다. 친하지 않은 사람이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면 나에게 관심이 있나? 아니면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지?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누구도 나에게 키가 작다, 살이 전보다 쪘다, 오늘 화장이 제대로 안된 것 같다 등의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런 말을 했다면 그 얘기를 함께 듣는 사람들도 모두 놀랐으리라 확신한다.


독일 사회에서는 긍정적인 코멘트라 할지라도 타인을 '평가' 하는 것은  좋지 않은 모습인 것 같다. 동료의 여자 친구/남자 친구를 봤을 때 '와 진짜 예쁘고 잘생겼다' 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말이라고 해도 사람의 외모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 자체를 무례하게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외모에 대해 큰 관심이 없거나 관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독일인의 패션센스와 연관되어 있을지 모른다. 독일인들은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소리도 많이 듣고 쇼핑도 자주 하지 않는 편이다. 실제로 등산바지나 등산화 혹은 심지어 등산가방을 평소에 회사/학교에 장착하고 오는 사람들도 있고, 정체불명의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젊은 세대나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영국 사이트에서 인터넷 쇼핑을 해서 배송하는 열정까지 보이기도 하지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는 덜 꾸미는 편이다.  


<실제로 이 그림에 나온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독일에서도, 아니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뛰어난 외모와 몸매를 갖고 있으면 남들보다 조금 편하게 살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모 자체로 그 사람에 대한 좋은 첫인상을 가질 수 있고, 같은 조건에서 경쟁한다면 그런 사람들이 더 후한 평가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독' 외모에 대한 평가가 엄격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또 다른 민감한 주제 '젊은 미혼 아시아인 여성으로 유럽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인한 말도 안 되는 관심들과 편견들은 둘째 치고. 그냥 하고 싶었던 말은 내가 뱃살이 있어도 비키니를 입어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거리를 거닐 때 더 이상 하이힐을 신고 다니지 않는다는 점이다. 꾸미지 않는 사실이 플러스는 될 수 없어도 최소한 마이너스는 되지 않고 외양만이 전부처럼 평가되지 않는 사회. 독일에서 살면서 편한 것 중 하나이다.




민감한 주제임을 알았지만 반응이나 댓글을 보니 생각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네요.


여기서도 친구들끼리 클럽을 가거나, 어린 친구들이 마음에 드는 이성을 이야기하는 경우에는 외모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독일 사람들도 당연히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을 알아차리고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니까요 (미의 기준이 한국과는 조금 다르지만요)

그렇다고 해서 회사나 학교에서 입 밖으로 그 '평가'를 내뱉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사람이 살이 찌고 꾸미고 안 꾸미고는 그 사람의 기준에 맞춰서 하는 일이지 내가 평가할 일은 아니니까요. 탈모라고 해서 괜히 면접에서 위축되거나 혹은 화장하지 않은 여성이 '예의가 없다'라고 평가되지 않는 점은 분명한 것 같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