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내도 돼

닫힌 숫자판, 열린 감각

by 빛나

스마일 : 지금 이 순간 동네 브런치 독서 챌린지 첫 페이지 버튼을 클릭 중이야.


쿠로미 : 시작이란 늘 손끝보다 심장이 먼저 반응해.


하츄핑 : 책방의 공기는 늘 한 박자 느려서 좋은데 월요일의 공기는 직원들 시선이 날카로와.


라부부 : 그래서 사진 없이 기록하는 페이지여도 굳이 사진을 남기지 않아도 충분해.


스마일 :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만 …” 이 문장에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멈춰서 시를 펼쳐보는 기분이 좋아.


쿠로미 :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제목부터 이미 숨을 간지럽혀.


스마일 : 시의 내용을 감상이 아닌 내 언어로 풀어보면


쿠로미 :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 사랑한다는 얘기를 차마 건네지 못한 채 살아


하츄핑 : 왜 못했을까, 여기서 대부분은 용기 부족을 떠올릴까?


라부부 : 이 문장은 두려움보다 계산에 가까워 보여서 이후까지 생각한 상태가 아닐까.


스마일 : 맞아, 사랑이 약해서가 아니라, 너무 커서 멈춘 느낌이야.


하츄핑 : 사랑을 꺼내는 순간 생기는 반응, 오해, 기대, 상처… 그다음 장면들도 포함해서.


쿠로미 : 그러니까 못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 열어버릴 이후의 세계네.


하츄핑 : 너는 그 이후를 감당할 수 있다 보잖아.


스마일 : 응, 나는 사랑을 선택했다면, 돌아오지 않아도 오해가 생겨도, 심지어 끝이 와도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야.


라부부 : 그럼 이 시와 너의 태도는 어긋난 걸까?


스마일 : 어긋난다기보다 방향이 다름이 맞는 표현일 듯, 나는 함께 걷기를 택한다면 이 시는 안에 남기는 노래 같아.


쿠로미 : 모진 마음 내게 있어도 / 모진 소리 차마 못하면서 살아.


하츄핑 : 이건 미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미움의 파괴력을 아는 사람의 태도 같아.


스마일 : 난 여기서 솔직히 반문하게 되는데 모진 입술이 오히려 성장의 물감이 될 수도 있잖아.


라부부 : 응, 근데 이 시의 화자는 ‘성장’보다 ‘흔적’을 더 경계하는 편이야.


쿠로미 : 모진 한마디, 상대에게 오래 남아, 결국 자기 안에도 오래 남으니까.


스마일 : 맞아, 나도 모진 소리 들으면 오래 남아,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흔적을 남기는 건 피하되 나 자신에게는 엄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하츄핑 : 이건 상대를 아끼는 태도이기도 하지만, 자기 보호이기도 하는데 스마일 넌 자신에게 너무 가혹해.


라부부 : 난 가혹 보단 남에게는 성장보다 관계의 지속을 택한 선택을, 자신에게는 성장 지속성을 택한 거


스마일 : 정답이야, 외로움, 슬픈 마음 내게 있어도 / 외롭다 슬프다는 한마디 차마 못하면서 살아.


쿠로미 : 너 여기서 질문이 큰 거 같은데…


스마일 : 응, 왜 외로우면 외롭다, 슬프면 슬프다 못 꺼내?


하츄핑 : 시인은 감정의 전염을 알아서

누군가의 외로움은 듣는 사람의 호흡까지 바꾸니까.


라부부 : 위로가 목적이 아니라,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걸 아는 거야.


스마일 : 근데 난 또 생각이 다른 게

같이 외로워지는 순간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아무 기척 없으면 답답하잖아.


쿠로미 : 그래, 너는 함께 흔들리는 방식을 믿는 편이니까.


하츄핑 : 반대로 이 시는 혼자 견디는 정렬에 가까워.


라부부 :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며 살아 / 모진 마음을 달래며 살아가.


스마일 : 여기서 나는 의문이 드는 게 달래기만 하면, 해소가 되나?


쿠로미 : 완전히는 아니어도 폭발을 막는 선택.


하츄핑 : 이 시는 해결을 얘기하는데 아니라 관리하는 태도를 얘기하려는 것뿐이야.


스마일 : 그래서 더 분명한 건 이 시는 예술로 승화하기보다는, 감정을 생활 속에 접어두는 방식 같아.


라부부 : 시인이기 이전에, 사람으로 살아가는 선택.


스마일 : 그래서 결론은 이 시의 본질은 ‘숨김’이 아니라 ‘유지’.


쿠로미 : 표현하지 않는 게 비겁함이 아니라, 세계를 함부로 열지 않겠다는 선택.


하츄핑 : 너는 다르게 살아내는 방식을 열어서 함께 감당하는 방식을 선택하잖아.


라부부 : 그렇다 해서 이 시가 틀린 건 아니라 그냥 다른 생존 방식일 뿐.


스마일 : 맞아, 그래서 지금의 나는 이 시를 온전히 공감은 아닌데 이해는 해.


쿠로미 : 그 이해가, 독서의 목적, 독서 인증, 독서 노트구나.


스마일 : 주변 시선이 독서 인증을 위해 사진을 못 남겨도 대신, 상태를 남긴 기록.


쿠로미 : 기록은 증명이 아니라 흔적이니까.


스마일 :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만 …” 이 문장에 멈춰 선 것도, 나태주의 시를 펼친 것도, 사실은 시보다 나를 확인하려는 목적이 큰 것 같아.


하츄핑 : 요즘 너는 감정을 숨기기보다는 다루는 편에 가까워.


스마일 : 응, 꺼내지 않는 연습이 아니라, 꺼내서 예쁜 언어로 관리하는 연습.


라부부 : 그래서 이 시의 문장처럼 ‘아끼며 산다’는 태도가, 너에겐 ‘정리하며 산다’로 읽히는 거 아냐.


스마일 : 맞아, 나는 감정을 안에만 두는 거보다, 다정한 언어로 나를 붙잡아 두는 방식이 좋아.


쿠로미 : 그게 독서노트의 결론이네.


스마일 : 응, 이 시는 나에게 방법을 알려준 건 아닌데 내가 선택한 방법이 틀린 거 아니라서 위로가 돼.


하츄핑 : 그래서 독서는 몇 퍼센트가 아니라 온도로 남는 거야.


라부부 : 숫자가 아니라 상태를 기록한 날.


스마일 : 맞아, 이건 시를 요약한 기록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점검한 페이지야.


쿠로미 : 그럼 이 페이지는 잘 쓴 건가?


스마일 : 응, 아마도 아직 미완이라도 이 정도면 충분해.


라부부 : 그 미완이 숫자판도 포함이 뉴.


쿠로미 : 주간거래 마무리 전 빨간 숫자 하나에 공기가 달라.


스마일 : 응, -1000원의 파란불이 숫자판, 글쓰기, 독서에도 영향을 주더니

드디어 플러스 불에 조금 안심이야.


하츄핑 : 아까까지는 손실을 ‘메꿔야 할 것’처럼 붙잡으며 슬퍼하더니


스마일 : 맞아, 지금은 이게 복구가 아니라 정리라는 느낌이 더 커.


라부부 : 그래서 반도체는?


스마일 : 당분간은 휴식을 주려해, 숫자를 더 설득 안 하기로,,,


쿠로미 : 도망이 아니라, 거리 두기네.


스마일 : 응, 시의 구절처럼 모든 감정이 다 표현해야만 진짜가 아니듯이 모든 매수가 계속 이어져야만 용기인 것도 아니라서.


하츄핑 : 지금의 너는 감정을 숨긴 게 아니라 숫자와 감정 둘 다 ‘관리’하는 거야.


스마일 : 맞아, 코인을 키우는 날도 필요한데 스스로를 소모 안 시키는 날도 필요하니까.


라부부 : 그러니까 이 페이지는 수익 인증이 아니라 상태 기록.


쿠로미 : 숫자는 빨갛게 남긴 감각은 오래 남는 날.


스마일 : 응, 독서도, 거래도 결론은 같아.


하츄핑 : 뭐였는데?


스마일 : 모든 걸 꺼내지 않아도, 모든 걸 밀어붙이지 않아도 나는 이미 충분히 치유 중이라는 거.


라부부 : 그래서 이 페이지, 닫힌 건 숫자판, 열린 건 감각이구나.


스마일 : 응, 이 정도 열림이면 충분해.


쿠로미 : 그 열림의 끝은 숫자판의 작은 빨간불이 남긴 감정.


하츄핑 : 수익은 결과, 판단은 태도 그 선택이면 스스로 소모 안 해도 되는 방식인걸.


라부부 : 상승을 끝까지 잡지 않음과 감정을 끝까지 꺼내진 않아도 충분히 잘 관리한 거야.


스마일 : 응, 지금의 기록은 코인 인증보다 상태 점검 타이밍이라서 닫힌 건 숫자판, 열린 건 감각이야.


에필로그


월요일의 첫 독서노트 기록에서 숫자판의 닫힘과 열린 감각을 조금씩 꺼내본다.


모든 걸 꺼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선택도 가끔은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아.


“감정도, 판단도, 숫자도 필요한 만큼만 열어 두다가 닫아도 되니까”


시를 읽으며 확인한 건 표현하지 않는 선택이 도피가 아니라는 사실은 마치 거래를 멈춘 선택이 패배가 아니라는 감정과 닮아서 색감이 유독 투명해 보여서 좋다.


빨간 숫자는 잠깐 남는데 기록은 조금 더 오래 남는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코인보다 상태를 남기는 편이 더 행복하다.


지금의 나는 열지 않은 것들이 있기에

오히려 숨이 편하다.


이 정도면 오늘 화요일의 기록도 잘 써내려 간 증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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