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주의보

by craquelure


둘째 할머니를 묻고 온 날. 하관할 때부터 비가 조금씩 뿌렸다. 장마가 시작된 것인가.

시앗의 자식을 아들로 들이고, 일찍 홀로 되어 말썽 많고 탈도 많았던, 내게는 네 살 위 당숙이었던 그 아들을 견뎌 내고, 또 그 아들이 일찍 죽자 먹고살려고 외지로 나선 며느리 대신 칠십 노구에 어린 손자 둘을 부둥켜안고 키우던 할머니. 이제 이십대 청년으로 장성한,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손자들이 할머니의 영정을 부둥켜안고 흘리는 눈물을 보며 참으로 징그러운, 이 세상에 어쩔 수 없이 퍼질러지는, 그러나 그 작은 몸으로 담아낼 수밖에 없었던 인연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오늘부터 집안의 가장 맏어른이 된 셋째 할머니. 때를 입히는 산소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옆에서 우산을 받쳐 든 내게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듯, “뫼 쓰고 비 오면 좋다더라...”

빗발이 꽤 굵어져 엎드려 절하지 못하고, 모두 모여 서서 두 차례 허리를 굽혀 절을 한 다음 질척거리기 시작하는 흙길을 걸어 내려와 버스에 올랐다. 올라오는 버스 안은 예의 작은 숙부의 입담으로 시끌시끌했지만 오징어 다리와 종이컵에 따른 소주 몇 잔, 누적된 고단함에 몇 시간을 내처 잤나 보다. 누군가가 흔들어 깨어나 보니 아침에 출발했던 병원 장례식장 앞이었다. 이미 어두워졌고, 우리보다 앞서 북진한 장마전선은 이미 이곳에도 비를 내리고 있었다. 미루어 둔 일 때문에 택시를 타고 사무실로 들어오는 길. 운전사 말로는 남부지방에 호우주의보가 내렸다고 한다.

등지고 앉은 창문에서 들리는 빗소리. 아마 밤을 새워 내릴 모양이다. 거의 사십년 만에 서방님 옆에 누우신 감회가 어떠신지. 이 밤 새로 땅 위에 혹처럼 돋아난 봉분을 투덕투덕 두들기는 빗소리를 듣고 계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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