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름의 역사_여름 끝

다음 여름도 함께해요!

by MJ


여름휴가를 다녀온 지도 벌써 몇 주가 흘려 8월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 휴가를 언제 다녀왔지, 싶을 정도로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아스팔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도시의 열기에 질려 고개를 들어보면 파란 하늘이 보인다. 같은 하늘인데 왜 그곳의 하늘은 더 선명한 파랑으로 느껴졌을까. 할머니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내내 들었던 작은 바닷가 마을의 파도 소리를 이곳에서는 들을 수가 없다.


휴가를 마치고 떠나올 때 할머니, 할아버지의 못내 아쉬워하시던 모습이 나를 붙잡는 것만 같았다. 웃음과 포옹이 함께한 인사에 어느 누구도 아쉬움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나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마음속 감정을 다 표현하지는 못했겠지. 아니면 나만 아쉬웠을까?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인생을 오래 살면 헤어짐이 좀 덜 아쉽고, 조금은 미련이 덜어질까?

나는 아직 30년 밖에 안 살아봐서 잘은 모르겠다. 나보다 인생을 50년 더 산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은 어떤지. 그런데 잘은 모르겠지만, 사실 모두의 마음과 생각은 같지 않을까.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감동받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행복해지는. 이번 여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면서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같구나. 나와 다르지 않구나.


노인의 마음과 생각이라고 멈춰있는 것만은 아니다.


할머니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인생이 잠시 쉬었다 가는 것 같다, 고. 생각해 보면 나의 30년도 참 빨리 지나갔고, 내 시간만 흐른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시간도 훌쩍 흘러 엄마 아빠는 어느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90세가 다 되어가신다.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갈 동안 난 내 인생만에 몰두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고개를 들어보니, 이제는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뭘 그걸 이제야 새삼스레 알았냐고. 시간이란 놈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인생이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이라면, 그 나들이가 끝나기 전까진 가능한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고.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그 순간만큼은 조금이라도 기뻤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같이 아침밥을 먹고, 함께 집안일을 하고, 산책을 했다. 저녁에는 텔레비전을 보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했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아직 저물지 않은 인생이란 책에 몇 챕터가 남았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고, 나는 그 책을 이대로 끝내기는 바라지 않았다. 우리 여름의 역사를 더 써 나가고 싶을 뿐.


예전과는 분명 다른 여름이었다. 나는 더 이상 초등학생이 아니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도 더 이상 정정한 노인이 아니니까. 그리고 더 이상 휴가철에 가족들로 집이 북적북적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좋았다. 달라도 좋았고, 거창하지 않아도 좋았다.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이렇게 감사한 여름이 지나간다. 우리 여름의 역사를 한 챕터 더 써넣을 수 있어 기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 여름에는 어떤 역사를 함께 써넣어갈지 생각한다.




우리 여름의 역사_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