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름의 역사_여름 과일 편

복숭아 좋아하시나요?

by MJ

내가 제일 사랑하는 여름 과일은 수박이지만 여름 방학 때 할머니 집에 가면 가장 많이 먹었던 과일은 복숭아다. 예전부터 근처에 복숭아 과수원이 많았다고 한다.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보면 여름휴가 때마다 복숭아를 참 많이 먹었던 것 같다. 황도 백도 가리지 않고 참 많이 먹었는데, 식구가 많아 근처 과수원에서 박스째로 사서 쌓아두고 먹었던 것 간다.

거실에 과일상을 펴고 큰 광주리에다 복숭아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쉼 없이 깎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어른들 두어 명이서 과도를 하나씩 들고 끝없이 복숭아를 깎아주시던 모습이 마치 자동화된 복숭아 생산 공장 같은 모습이었다. 특히 말랑 복숭아는 몇 번 씹지 않고도 목구멍으로 술렁- 넘어가버리기 때문에 한 두 개를 깎으면 금세 사라지고 또 깎으면 한 접시가 금방 비워지곤 했다.

반면에 아주 딱딱하거나 달지 않은 복숭아는 아주 더디게 팔리곤 했다. 달콤한 딱복의 경우는 누군가 어 이거 완전 달다!라고 외치면 금세 사라졌지만 달지도 않고 딱딱하기만 한 복숭아는 후발 주자들이 과일 접시 위에 올려질 때도 접시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과일 상은 하나였기 때문에 멀리 앉은 사람을 위한 전달 시스템도 도입되었다. 누군가 나 복숭아 한 개만!이라고 말하면 과일 상 바로 앞에 앉은 사람이 포크로 툭 집어 옆 사람에게 전달 또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단점은 포크를 다시 과일 상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이 없어 과일 타임이 끝날 때까지 손에 포크를 쥐고 있어야 해 조금 귀찮다는 것이다.

올 여름 휴가 때도 맛있는 복숭아를 잔뜩 먹을 기대를 하며 할머니 집에 갔건만, 할머니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요즘은 이 동네 복숭아 과수원도 많이 줄어서 살만한 데가 없단다. 그래도 과수원 두어 곳에 앞장서서 우리를 데려가셨지만 그만 실패를 해버렸다. 고심해서 골랐는데 복숭아가 니 맛도 내 맛도 없다고 머쓱해하시던 모습이 왠지 웃겼다. 어릴 적 그 맛만 못하더라도 열심히 먹긴 했다.

한평생 여름이 백번도 안되는데 여름엔 제철 과일을 실컷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맛이 좀 못하면 어떠랴, 한 조각씩 함께 나눠먹는 모습 자체가 의미 있는 게 아닐까.

다음 여름엔 맛있는 복숭아 과수원을 발견할 수 있기를,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거실에 나란히 앉아 복숭아를 또 함께 먹을 수 있기를!